9살이던 춘천파출소장 딸 강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15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故 정원섭씨가 28일 87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고인은 영화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다.
표창원 전 국회의원은 29일 인스타그램에 정씨의 부고를 전했다. 그는 “1972년 억울하게 춘천 파출소장 초등학생 딸 살인범으로 몰려 15년 옥고를 치른 후 재심 무죄 판결을 받은 사법피해자”라며 ”국가배상 받을 권리마저 억울하게 빼앗긴 아픔 안고 영면에 드셨다. 공정한 하늘에선 억울함 없이 편안하게 쉬시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앞서 1972년 9월27일 춘천의 한 논둑에서 파출소장의 딸이 강간 살해된 채로 발견되자 당시 정부는 이 사건을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 경찰에 보름 내 범인을 잡으라고 명령했다.
기한 마감을 하루 앞두고 춘천경찰서는 당시 만화가게 주인이던 정씨를 검거했다. 정씨는 조사과정에서 결백을 주장했으나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정씨는 이듬해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후 15년 복역 후 1987년 12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출소 20년 뒤인 2007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권고로 정씨 사건 재조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정씨를 고문해 허위자백을 받아내고, 핵심물증을 날조했으며, 증인 조작 등을 한 진상이 드러났다.
2011년까지 이어진 재심에서 고인은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고, 2012년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심무죄판결 후 6개월 이내에 배상소송을 시작한 경우만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라효진 에디터 hyojin.ra@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