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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재산 29만원" 수식어 어떻게 나왔을까

그는 정말 통장에 29만원만 있었던 걸까.

  • 김태우
  • 입력 2019.08.10 13:57
  • 수정 2019.08.10 13:58
ⓒASSOCIATED PRESS

전두환(88) 전 대통령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전 재산 29만원”이다. 고급 차량에 수행비서를 데리고 골프를 치러 다니는 그가 법정에서 “전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했다며 붙은 수식어다. 한 초등학생이 썼다고 알려진 ‘29만원 할아버지’라는 시도 있다. 그는 정말 통장에 29만원만 있었던 걸까.

2003년 2월 7일 서울지검 총무부는 전씨의 미납 추징금 추징 시효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전 전 대통령의 재산 명시 신청을 냈다. 재산명시 신청은 재산이 있으면서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을 공개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제도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추징금 2205억원 중 314억원(추징률 14.3%)만 납부한 상태였다. 법원은 전 전 대통령에게 재산목록을 제출하라며 재산 명시 명령을 내렸다. 전 전 대통령은 본인이 법원에 출석해 재산목록이 맞는지 판사의 심리를 받아야 했다.

2003년 4월28일 당시 서울지법 서부지원 민사26단독 신우진 판사 심리로 열린 306호 법정. 전씨 쪽은 신 판사에게 재산 목록이 기재된 서류를 제출했다. 이 재산 목록에는 진돗개, 피아노, 그림, 병풍, 응접세트, 카펫, 에어컨, 텔레비전, 냉장고, 시계, 도자기, 컴퓨터, 식탁세트 등 총 수억원 상당의 품목이 들어 있었다. 신 판사는 재산 목록 서류를 살펴보며 혼잣말 비슷하게 “예금과 채권은 합쳐서 29만1천원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골프나 해외여행은 어떻게 다니느냐”고 했다. 전씨는 이에 “골프협회에서 전직 대통령에게는 그린피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내 나이가 일흔둘이다. 그동안 인연 있는 사람을 비롯해 측근, 자녀들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답했다. 신 판사는 “주변인들이 추징금 낼 돈은 주지 않나”라고 물었고, 전씨는 “겨우 생활할 정도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었다”고 말했다.

정확하게 보면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전씨가 본인 입으로 말한 적은 없다. 다만 그가 재산 목록의 예금 항목에 29만1천원을 써넣은 것은 사실이다. 전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에서 “2003년 법원으로부터 재산 명시 명령 신청을 받고 (확인한 결과) 검찰이 금융자산을 추징해간 휴면계좌(통장)에서 총 29만원의 이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액이지만 정확을 기하는 의미에서 기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씨 쪽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과거 기자들에게 낸 보도참고자료에서 “수십점의 유체동산을 압류 추징당했고 집에서 기르던 진돗개 두 마리까지 압류돼 경매 처분됐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사실을 왜곡해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보도했다. 그 뒤 모든 언론매체와 정치권 등에서 사실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배짱을 부린다고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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