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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03일 18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2월 03일 18시 16분 KST

충북도가 청남대 안 전두환 동상을 남기면서 사법적 과오를 새기기로 했다

전두환씨를 포함해 모든 대통령길을 폐지한다.

한겨레
충북도가 청남대 오각정 앞에 설치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은 그대로 남는다.

시민단체 등의 두 전 대통령 동상 철거 요구에 7개월째 답을 하지 않던 충북도가 동상 존치를 결정했다.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청와대·국회·정부 청사 앞 집회, 청남대 안 가기 운동 등 동상 철거 국민 행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충청북도
이시종 충북지사가 3일 청남대 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존치 이유 등을 밝히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3일 오전 충북도청 브리핑실에서 비대면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어 “청남대 일부 전직 대통령(전두환·노태우) 동상 옆에 사법적 과오를 적시하고, 동상은 존치한다”며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대통령 길은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청남대 관광자원이면서 충북도 재산인 전직 대통령 동상 철거를 위해 법적 근거와 도민 정서를 검토했다”면서, “법적 근거인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검토했지만 중앙 정부에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받았고, 조례 제정을 추진했지만 도민 찬반 여론 속에 도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청남대 주변 주민들의 동상 존치 요구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청남대 관리사업소
지난달 19일 황아무개(50)씨에 의해 목 부위가 훼손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청남대는 이 동상을 보수해 그대로 두기로 했다.

충북도는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등 20곳이 꾸린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 행동’(청남대 동상철거 국민 행동)이 제안한 전·노 전 대통령 동상 처리 방안도 거부했다.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 행동은 지난달 24일 동상철거, 기존 동상 눕혀서 존치, 무릎 꿇린 동상 설치, 기존 동상을 15도 기울여 사죄하는 모습 연출 등 9가지 동상 처리 방안을 제안했다. 정지성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 행동 공동대표는 “범법자로 대통령 전관예우가 사라진 전·노씨 동상은 깔끔하게 제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철거가 어렵다면 이들의 죄명을 담은 표지석을 세우고, 국민께 사죄하는 형태로 설치하는 게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이설호 청남대 관리사업소장이 지난달 24일 시민단체 등이 제안한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처리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는 “동상을 눕히거나, 15도 숙이는 등의 방안은 동상 원작자의 반발과 저작권 문제,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객관적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동상 옆에 죄명 등 사법적 과오를 적시하는 것을 추진하겠다. 최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과오 적시 문제는 자문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충북대가 청남대 곳곳에 설치한 역대 대통령 테마길.

청남대 안 모든 대통령 길은 폐지된다. 충북도는 청남대 기념사업의 하나로 청남대를 다녀간 전두환~이명박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6명의 이름을 딴 대통령 길을 조성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재임 때인 2013년 1월 대통령 길 개장식에만 잠깐 참석해 길 조성 타당성 논란을 빚었다. 이 지사는 ”청남대를 이용한 대통령들이 즐겨 찾거나, 추억이 깃든 길을 중심으로 대통령 길을 만들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나올 대통령들의 길을 추가로 조성할 수 없는 터라, 형평성을 고려해 기존 대통령 길의 이름표를 모두 떼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사법적 과오를 적시하고 동상을 존치하는 것이 5·18 민주화 운동을 훼손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픈 역사를 지우기보다 아픈 역사를 아프게 기록하는 것도 한편의 역사”라고 덧붙였다.

충청북도
청남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철거를 약속한 지난 5월 14일 치 충북도 보도자료.

지난 5월 시민단체들의 철거 요구에 보도자료까지 내 철거를 약속했던 충북도가 결국 존치 쪽으로 뜻을 바꾸면서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 행동은 충북도의 동상 존치 결정을 거부 뜻을 밝혔다.

한겨레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 행동이 지난달 24일 충북도청 앞에서 청남대 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 행동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역사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정의도 바로 설 수 없다. 충북도는 5·18 민주화 운동 학살 반란자, 부정 축재범 전두환·노태우 동상을 당장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정지성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 행동 공동대표는 “설마 했는데 결국 충북도가 동상철거 약속을 저버렸다. 충북도가 내세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유권해석의 잘못을 바로잡는 법적 검토와 함께 정치적 투쟁을 해 나가겠다”며 “전국 5·18 단체와 청와대·국회·정부 청사 앞 집회를 열고, 동상 설치 예산 투입과 적법성을 따지는 감사 청구, 청남대 안 가기 국민운동 등 동상철거를 위해 무기한 국민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1983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변 182만5647㎡에 조성돼 김대중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366박 472일 동안 활용한 대통령 휴양지이며, 지난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로 개방됐다.

한겨레
청남대 안 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

청남대 관리권을 받은 충북도는 지난 2015년 6월 109억원을 들여 이승만~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10명의 동상·기록화 등을 설치하고, 대통령 기록관을 조성했다. 하지만 전두환·노태우·이명박 전 대통령 등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전직 대통령예우에 관한 법률’이 정한 예우 자격이 박탈된 대통령의 동상 등 철거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오전 황아무개(50)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목 부위를 쇠톱을 훼손해 구속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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