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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05일 15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05일 15시 57분 KST

유족도 원치 않던 조선일보의 '박지선 유서' 보도, 언론 자격 있나

박지선의 죽음마저 클릭장사에 악용했다.

조선일보 누리집 캡처
박지선씨 어머니가 남긴 메모를 ‘단독 기사’ 표시를 달아 보도한 조선일보.

 

언론은 자살 관련 보도를 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 과도하게 보도하거나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유가족의 슬픔을 배가하고, 모방 자살을 부르는 원인이 된다. 특히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은 더욱더 그렇다.

<조선일보>가 지난 3일 모녀가 함께 세상을 떠난 박지선씨 어머니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서성 메모를 ‘단독 기사’ 표시를 달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현장에는 모친이 쓴 것으로 보이는 노트 1장짜리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며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조선일보 보도 이후 몇몇 매체도 뒤따라 유서 내용을 기사화했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유서는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보도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유가족의 심리 상태를 고려하여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며 “유서와 관련된 사항을 보도하는 것은 최대한 자제한다”고 되어 있다. 게다가 경찰은 지난 2일 “현장에서 박씨 모친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를 발견했으나 유족 뜻에 따라 내용은 공개하지 않겠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그런데도 이를 보도한 것은 유가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태도가 전혀 아니다. 도리에 어긋난다.

잘못된 자살 보도는 또 다른 죽음을 부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유명인의 자살을 언론이 집중 보도한 뒤 일정 기간 자살자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있다. 한국 언론은 자살 보도에도 속보와 특종 경쟁을 하며 죽음을 상업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자살 기사에 ‘자살 예방 핫라인 정보’를 다는 언론사가 늘어나는 등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도 보인다.

이번에도 대다수 언론이 유서 공개를 자제했는데 조선일보가 유독 ‘단독’을 붙여 보도한 것은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클릭 장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선일보 누리집에는 이 기사를 비롯해 박씨 자살 관련 기사가 150개 가까이 올라와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 윤리는 아예 휴지통에 처박은 듯하다.

조선일보의 유서 기사에 “이건 아니다. 가족을 둘이나 잃고 고통받을 유족을 생각해달라” “유족이 비공개를 원했는데 그걸 꼭 기사 써야겠냐” “에휴 또 다른 기자들이 겁나게 복붙해대겠네”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언론 스스로 신뢰를 추락시키는 모습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 건지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