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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인용하며 사의를 표명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소송전을 이어간다

벌써 차기 법무부 장관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제청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을 인용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추 장관의 제청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지만, 윤 총장은 이와 관련한 법적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2개월 정직’을 재가했다. 윤 총장 징계가 확정된 것이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6일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제청하면 재량 없이 재가하고 집행하게 된다. 대통령은 검찰 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들께 송구하고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추 장관의 징계 제청을 승인했다고 알렸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추 장관이 사표를 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정 수석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으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한다”라며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청와대가 윤 총장 징계와 추 장관 사의 표명을 동시에 발표한 것은 전례 없는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을 한꺼번에 마무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의 사퇴는 윤 총장만 징계할 경우 야권을 중심으로 생성될 역풍을 미리 차단하고, 윤 총장의 자진사퇴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날 페이스북에 ”모든 것을 바친다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며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라며 사퇴 소회를 밝혔다.

그는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 하얗게 밤을 지샌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 사랑한다. 존경한다”라고 적으며 정 시인의 작품 ‘산산조각’ 전문을 올렸다.

이 시엔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불쌍한 내 머리를/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부처님이 말씀하셨다/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가 있지’라는 구절이 담겼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뉴스1

문 대통령 손에 징계가 확정됐고 추 장관도 사의를 밝혔지만 윤 총장은 징계 집행정지 및 취소 소송으로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윤 총장 측은 17일 행정법원에 관련 소장을 접수하고 본격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윤 총장은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징계위 의결이 나온 16일 ”불법 부당한 조치다.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후 문 대통령 재가 결정과 추 장관 사의 표명이 나온 후에도 ”이와 관계 없이 소송 절차는 진행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로써 1일 가까스로 복귀한 지 보름 만에 또 직무를 정지 당한 윤 총장의 빈자리는 우선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수행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청와대가 추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는 않았지만 후임 장관에 누가 발탁될 지도 관심이 쏠린다. 

조선일보는 17일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청와대도 윤 총장에 대한 징계 결정이 나오면 추 장관을 자진 사퇴하는 식으로 곧바로 교체하는 방침을 굳힌 상황이었다”며 “후임자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최근 임명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을 장관으로 발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권에선 이 밖에도 봉욱(55) 전 대검 차장, 김인회(56)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무장관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라효진 에디터 hyojin.ra@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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