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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결혼하지 않고 엄마 된 사유리 향해 여성들의 호응이 쏟아지고 있다

"결혼은 자동으로 여성을 가부장제에 편입시킨다고 느꼈다"

  • 이인혜
  • 입력 2020.11.19 15:58
  • 수정 2020.11.19 15:59
아시아의 한 모녀,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아시아의 한 모녀,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d3sign via Getty Images

 

“익숙한 연예인의 사례를 보니 나도 정말 비혼 출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기고 설렜어요.” 비혼 출산을 꿈꾸는 직장인 김시은(24)씨는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41·사유리)씨의 비혼 출산 소식을 접하고 이렇게 말했다. 키즈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아이를 좋아해 출산을 꿈꾸던 김씨는 “과거 연인이 내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는 등 2030세대에도 가부장적 문화가 내재해 있다고 느껴 결혼하지 않으려 한다”고 털어놨다.

지난 16일 사유리씨의 비혼 출산 소식이 알려지며 우리 사회도 비혼 출산을 하나의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낮 사유리씨가 출산 소식을 알린 인스타그램을 보면 “어려운 결정을 응원한다” “축하한다” 등 3400여개의 축하와 지지 댓글이 달렸다.

 

혼자 아이 낳아 기르고 싶지만 ”삐딱한 시선 맞설 용기 없어” 

자료 사진. 
자료 사진.  ⓒlanzaran via Getty Images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들이 비혼 출산을 고민하는 배경에는 결혼과 가족제도가 여전히 여성에게 불평등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취업준비생 홍아무개(27)씨는 “부모님의 결혼 생활을 지켜보면서 결혼은 자동으로 여성을 가부장제에 편입시킨다고 느꼈다”며 “출산을 해서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결혼해 불평등한 육아와 가사 분담을 떠안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임신중지권이 존중받아야 하듯, 여성이 출산을 선택할 자유 또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정아무개(30)씨도 “주변에 결혼한 여성들을 보면 집안일이나 명절 등 불합리한 게 많고 여성이 희생하는 구조다.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미혼 30대 청년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은 여성(30%)이 남성(18.8%)보다 높았다. 여성은 그 이유로 ‘혼자 사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에’(25.3%), ‘가부장제, 성 불평등 등의 문화 때문에’(24.7%)라고 답했다.

배우자가 없는 여성이 정자기증을 받아 체외수정 시술을 할 경우 현행법상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배우자 없는 출산을 비딱하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과, 정상가족을 전제로 짜인 사회 시스템 아래서 비혼 출산을 선택하기는 쉽지만은 않다.

정자 기증을 받아 엄마가 된 사유리 
정자 기증을 받아 엄마가 된 사유리  ⓒ사유리 인스타그램

 

가족 다양성에 열린 사회로

정씨는 “당장 부모님에게도 말해본 적 없을 정도로 여성이 혼자 아이를 낳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보는 사회 인식에 맞설 자신이 없다”며 “신혼부부 전세 대출만 봐도 모든 정책이 정상가족에 맞춰져 있다”고 꼬집었다. 결혼하지 않은 직장인 김아무개(43)씨도 “혼자 아이를 기르고 싶어 입양이나 시험관 시술을 알아봤는데 아예 불가능했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인정하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남성의 존재 여부나 동의 없이 임신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남성 중심적, 이성애 중심적인 가족 구성을 벗어나 다양한 가족 구성권을 제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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