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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거주 빌라촌 인근 주민들은 '조두순 때문에 불안하지만, 역설적으로 동네 치안은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조두순은 지난해 12월 출소했다.

그간 조두순과 그에 따른 국민적 관심에서 비롯된 주민들의 피로도는 상당했다.
그간 조두순과 그에 따른 국민적 관심에서 비롯된 주민들의 피로도는 상당했다. ⓒ뉴스1

 

[편집자주] 최근 경기 안산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말고도 또 하나의 큰 걱정거리를 안고 생활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과 원치 않는 이웃이 된 주민들이다. 조두순의 재범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극성 유튜버들로 인한 사생활 침해, 지인들로부터 전해지는 안타까움의 시선 등 이 모든 것이 주민에게는 ‘불편함’으로 작용한다. 그곳 주민들의 바람을 들어봤다.

 

“뭐 좋은 이야기라고 자꾸 찾아옵니까. 이제 그만좀 오세요. 여기 동네분들 다들 조용히 잘 살고 있습니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0일.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해 살고 있는 안산시 A동 빌라촌 입구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주민들은 조용히 잘들 살고 있는데 (기자가)또 찾아왔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그간 조두순과 그에 따른 국민적 관심에서 비롯된 주민들의 피로도는 상당했다. 처음 마주한 골목 풍경은 여느 도시 주택가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 중년 남성을 만난 후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점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우선 골목마다 내걸린 안산시와 안산단원경찰서 공동 명의 현수막에서 그 중년 남성이 불편해 한 이유를 읽을 수 있었다.

현수막에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집회 및 집합금지 명령 안내’ ‘해산조치 위반 시 고발·구상권 청구’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해산조치’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가 됐다. 조두순 출소 이후 수많은 유튜버들이 장사진을 치자 내린 처방이었던 것.

 

″조두순보다 극성 유튜버들 때문에 더 힘들어” 

지난해 12월 경기 안산시내에서 한 시민이 조두순 탑승 호송차에 올라타 밟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 안산시내에서 한 시민이 조두순 탑승 호송차에 올라타 밟고 있다. ⓒ뉴스1

 

A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주민들은 조두순보다도 극성 유튜버들 때문에 더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은 어느정도 잠잠해졌지만 조두순 출소 직후 며칠 동안은 낮밤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유튜버들이 몰려왔다”며 “저마다 자극적인 방송을 하기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행위들을 서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곳 주민들은 이와 관련해 경찰 등에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일정한 지역을 유튜버 등 외부인들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특별구역으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이었다. 주민들의 이같은 바람을 인식한 안산시는 유튜브 운영사는 구글LLC 측에 조두순 거주지 관련 영상들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에 나서기도 했다.

A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말쯤 (조두순)이사 소식이 들렸다. 당시만해도 조두순이 이사하는 곳이 이 동네일 줄은 주민들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한 마디로 날벼락이었다”며 “조두순 출소때까지 주민 불안감이 컸다. 몇몇 주민은 방을 빼 이사를 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니냐. 주민들은 오히려 차분해졌다. 그런데 언론과 유튜버 등이 더 난리를 쳤다”고 부연했다.

 

 “조두순 때문에 불안하긴 하지만 치안은 확실히 좋아졌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한 조두순이 출소한지 한달째인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내 거주지 인근에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다
아동 성폭행 혐의로 징역 12년을 복역한 조두순이 출소한지 한달째인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내 거주지 인근에 방범용 CCTV가 설치돼 있다 ⓒ뉴스1

 

동네 치안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한 주민은 “곳곳에 CCTV가 설치됐고, 경찰이 24시간 마을을 지키고 있다”며 ”처음에는 감시받는 것 같아 불편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범죄 걱정은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조두순 거주지)집주인이 2년 뒤에는 재계약을 안하기로 했다고 들었다”며 ”조두순은 어차피 이 동네를 떠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조두순 거주지 인근 중국음식점 종업원은 “조두순은 지금도 사실상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며 “최근 (조두순이)집 밖으로 나온적이 있었는데, 경찰관이 따라 붙어 (조두순이)무엇을 사는지 하나하나 다 체크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두순 집에 배달을 가도 경찰관이 음식물 외에 술이나 흉기 등 다른 물건이 있는지 검사한다.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는데, 누운 곳이 집이라는 것 말고는 감옥 생활을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본다”고 귀뜀했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다른 주민은 “우리는 조용한데 외부에서 더 난리다”며 “조두순 때문에 불안하긴 하지만 치안은 확실히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주민도 더러 있다. 주민들은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조두순 집앞 순찰 초소 근무 경찰관은 “4교대로 24시간 이곳을 지키고 있다”며 “처음에는 주민들이 불안과 불편을 호소했는데 지금은 많이 안정이 됐다”고 말했다.

A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조두순 주거지 인근 야산에 잘 조성된 둘레길이 있는데, 조두순 출소 후 한동안 산책하는 이가 없었다. 그만큼 불안감이 컸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주민들이 산책도 하며 일상을 되찾았다”며 “집주인이나 건물주, 어린이집 운영자 등 조두순의 존재만으로 유·무형적인 피해를 입는 분들이 많다. 정부에서 이런 부분을 좀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조두순 출소 현장
조두순 출소 현장 ⓒ뉴스1

 

한편 법원은 조두순의 재범 방지를 위해 출소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은 외에도 야간 외출금지, 과도한 음주금지 등의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해 시행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Δ과도한 음주(혈중알코올농도 0.03%) 금지 Δ외출시간 제한(오후 9시~익일 오전 6시) Δ교육시설 및 보육시설, 어린이 놀이시설 출입금지 Δ피해자와의 만남 및 연락금지 Δ피해자 주거지 반경 200m 접근금지 Δ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등이다.

 

뉴스1 최대호 기자 sun07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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