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홍콩 국가보안법’이 28일 폐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홍콩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로이터는 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비해 홍콩 당국이 입법회 청사부터 빅토리아 공원까지 바리케이드를 세우고 수백명의 경찰을 배치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날 홍콩 중심가인 코즈웨이베이 쇼핑지구에 모인 시위대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거짓말’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 독립, 오직 그 길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콩 경찰은 화염병, 고글, 헬멧 등을 소지한 10대 학생 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호텔 매니저 라이언 창씨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두렵지만 오늘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다시는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보안법은 홍콩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보안법은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 금지, 국가 분열 및 테러리즘 활동 처벌, 국가안보 교육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어길 시에는 30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시위대와 범민주 진영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풍자하거나 야유를 보내면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국가(國歌)법’ 또한 중국 정부의 간섭을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가법을 어기면 최고 징역 3년형이나 5만홍콩달러(약 800만원)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국가법은 이날 홍콩의 의회인 입법회 심의를 거쳐 이르면 내달 4일 표결을 통해 통과될 전망이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에 앞서 ”국보법은 대만 독립을 외치는 이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장웅(張雄)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22일 국보법 초안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장 부위원장은 ”국보법은 양안(중국과 대만)의 평화 통일과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에도 중요한 교훈과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인대에 참석한 대만 대표들도 ”국보법 제정은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큰 교훈을 줄 것”이라며 ”특히 대만 독립을 외치는 일부 세력들에게 날카로운 경고를 할 수 있다”며 장 부위원장의 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위원장은 이어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위는 확실하게 제지하고 처벌해야 한다”며 국보법 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같은 날 유럽연합(EU)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움직임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6일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회원인 유럽이사회의 찰스 미쉘 의장은 ”우리는 홍콩의 높은 자치권 유지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일국양제를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에 속을만큼 순진하지 않다고 말했다.
미쉘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중국 당국과 우리의 의견을 표명하고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우 분명하다. EU로서 우리는 국제적 차원에서의 중국의 행동에 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쉘 의장의 이번 발언은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해 EU 최고위급이 내놓은 첫 입장 표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