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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믈리에' 자격시험에 직접 도전해봤다(사진)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데...

치믈리에 자격시험에 직접 도전해봤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치믈리에 자격시험에 직접 도전해봤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HuffPost Korea/ Inkyung Yoon

*치믈리에: 치킨계에서 성취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뜻하는 단어 (네이버 오픈사전).

한국인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나도 치킨을 좋아한다. 야근할 때면 치킨은 단골 저녁 메뉴였다. 새로운 메뉴에 도전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치믈리에 자격증 시험을 쳐보라는 선배의 권유에 자신감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치킨 감별사 자격증 시험쯤이야 바로 통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치믈리에 등극하기’ 도전기가 시작됐다.

준비 과정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배달의 민족이 제시한 온라인 모의고사를 응시해야 한다. 온라인 모의고사에 도전한 자칭 치킨 감별사들은 무려 58만 명에 달했고, 만점을 받은 2만7천 명 중 500명이 임의로 선정되어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게 됐다. 취재차 시험에 응시하게 된 터라 모의고사는 보지 않았지만, 만약 봤더라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실체 없는 자신감은 계속되는 듯했다. 기출문제를 풀어보기 전까지는.

제1회 치믈리에 자격증 시험에 출제된 문제는 상상을 초월했다. 필기 영역에는 닭 소리를 구분하는 듣기 평가는 물론, 페리카나의 성장 전략을 맞추라는 질문도 있었다. 그제야 자신감이 꺾였다. 평소 지식만으로 시험을 봐도 될 거라는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HuffPost Korea/ Taewoo Kim

배달의 민족이 출간한 안내서 ‘치슐랭 가이드’는 교과서가 됐다. 치킨의 역사는 물론 치킨과 무를 먹는 적절한 페이스도 배웠지만, 맨 끝 장까지 읽은 뒤에도 처음의 자신감은 돌아오지 않았다. 각종 치킨 브랜드의 메뉴를 훑고, 브랜드 역사까지 공부한 후에야 시험을 볼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시험 당일

ⓒHuffPost Korea/Inkyung Yoon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는 배달의 민족이 주최하는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열렸다. 이날 시험장에는 배달의 민족 광고 모델인 김소혜는 물론 치킨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대학생들, 한국에서 블로그를 운영 중인 외국인들과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 등이 참석했다.

ⓒHuffPost Korea/Inkyung Yoon
ⓒHuffPost Korea/ Inkyung Yoon

시험은 총 두 단계로 나뉜다. 필기 30문제와 실기 10문제가 나오는데, 각각 50%씩 맞추면 ‘공인 민간자격증‘을 얻게 된다. 작년에는 500명 중 119명이 시험을 통과했다고 한다. 이들의 이름은 ‘치슐랭 가이드‘의 뒤표지에도 실렸다. ‘치슐랭 가이드’ 개정판이 나온다면 나도 꼭 표지에 이름을 올리고 싶었다.

ⓒHuffPost Korea/Taewoo Kim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도 여느 참가자와 같이 시험에 도전했다. 김 대표는 이날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도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재수하러 왔는데 시험 난이도가 작년보다 어렵다더라”라며 자신에게도 시험 문제는 공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1회 시험을 수석으로 합격한 김미정씨 역시 “올해는 (합격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500여 명이 모인 이날 시험장은 진행자 박수홍이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수선해졌다. 동물보호단체가 등장해 “치킨의 죽음은 당신에게 달렸다. 닭은 생명이다”라고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인 것이다. 약 5분간 이어진 시위는 호텔 측에 의해 제지됐고, 박수홍은 다시 입장해 “진행을 하지 말라고 하더라. 진행을 맡지 않으면 행사비 3배를 물어내야 한다. 닭들도 생명이지만 저도 생명이다”라며 상황을 수습했다.

ⓒHuffPost Korea/Inkyung Yoon
ⓒHuffPost Korea/ Inkyung Yoon

이 기습시위에 대해 배달의 민족 측은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오셨을 텐데 그런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다. 육식을 반대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취지는 이해하나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가 된 것이 아쉽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수습되자 시험이 시작됐다. 필기시험은 역시나 치킨 전문가가 아니라면 맞추는 게 불가능한 문제들로 가득했다. 소리만 듣고 치킨을 총 몇 조각 튀겼는지 맞히는 문제는 물론 영어 듣기 평가도 있었고, 교촌치킨과 페리카나의 창립연도를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도 있었다. 

ⓒHuffPost Korea/ Inkyung Yoon
ⓒHuffPost Korea/ Inkyung Yoon

이어진 실기영역에서는 총 10조각의 치킨이 주어졌다. 후라이드, 텐더, 양념, 간장, 매운 치킨을 먹고, 브랜드를 맞추는 질문이 총 8문제 있었고, 마지막 두 문제는 치킨에 들어가지 않은 재료를 골라야 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코리엔탈 깻잎두마리치킨의 핫!씨푸드 치킨이 등장했을 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HuffPost Korea/ Inkyung Yoon
ⓒHuffPost Korea/ Inkyung Yoon
ⓒHuffPost Korea/ Inkyung Yoon

시험 후기

정답지가 공개된 순간, 기대감이 차올랐다. 평소의 찍기 실력 덕에 총 30문제 중 무려 19문제나 맞힌 것이다. 특히 매장에서 치킨 튀기는 소리를 듣고 총 몇 조각을 튀겼는지 고르라는 문제를 맞혔을 땐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문제는 실기였다. 평소 치킨을 자주 시켜 먹는다고 자신했지만, 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미각은 아니었나보다. 실기 영역에서는 6번 양념치킨을 제외하곤 모두 오답을 찍었다. 당신은 또봉이치킨 또봉이안심텐더를 먹어본 적, 아니 들어본 적이라도 있는가? 

20분 동안 총 8가지 브랜드의 치킨을 종류별로 맞히기에는 ‘치킨 내공’이 부족했다. 작년 시험 수석 합격자인 김미경씨는 시험을 앞두고 일주일에 4~5번 정도 치킨을 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탈락의 요인인 듯하다. 

ⓒHuffPost Korea/ Inkyung Yoon

치킨이 한 조각씩 주어진 만큼, 함께 시험을 본 ‘수험 동기’들은 치킨을 분해하거나 냄새를 맡는 등 치킨을 여러 방면으로 분석했다. 1번부터 3번까지는 후라이드 치킨이었는데, 생김새는 물론 맛이나 냄새까지 비슷해 브랜드를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디디치킨이나 처갓집양념치킨은 먹어본 적도 없었다. 

반드시 합격해오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광속 탈락을 하고 말았다. 필기 영역 63%, 실기 영역 10%라는 성적으로는 치믈리에가 될 수 없었다. 부끄러운 성적이 하나 일깨워준 게 있다면, 치킨의 세계는 생각보다 전문적이고 디테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도 시험이 열린다면 꼭 도전해볼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쯤 당신은 어쩌면 ‘치믈리에 자격증 취득 성공’이라는 기사를 보게 될지 모른다.

한편,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을 통과한 이들의 명단은 오는 8월 2일 발표되며,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치믈리에 자격증이 수여될 예정이다. 

*사진: 윤인경 허프포스트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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