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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뒤흔든 ’차일디시 감비노’ 뮤비에 숨겨진 5가지 코드

유튜브 조회 수 4600만을 넘겼다.

‘이것이 미국’(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 속 차일디시 감비노의 모습.
‘이것이 미국’(This is America) 뮤직비디오 속 차일디시 감비노의 모습.

천재 뮤지션 차일디시 감비노의 ‘이것이 미국’(This is America)이라는 뮤직비디오가 영미권을 흔들고 있다.

‘차일디시 감비노’는 배우 도널드 글로버가 음악을 할 때 사용하는 예명이다. 감비노가 ‘이것이 미국’ 뮤직비디오를 발표한 지 사흘이 조금 넘게 지난 현재 유튜브 조회 수는 4600만을 넘겼고, 미국의 대표 언론을 포함한 수십 개의 매체가 그 의미를 해부하고 분석하는 기사를 냈다.

워싱턴 포스트의 “‘이것이 미국’ 뮤직비디오 분석”, 애틀랜틱의 “왜 이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가”, 케이블뉴스네트워크(CNN)의 “이 뮤직비디오가 당신의 멱살을 잡는 이유” 등이 그것이다.

이 분석 기사들을 보면, 해당 뮤직비디오 안에는 총기에 대한 미국 사회의 집착, 흑인에 대한 억압, 유행과 오락에 집중하는 현상 등에 대한 비판적 의미가 예술적인 방식으로 함축되어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미국인들이 읽어낸 5개의 코드를 한겨레가 모아 봤다.

  

■총기

뮤직비디오 첫 장면부터 도드라지는 것은 총기를 사용한 폭력이다. 온통 새하얀 창고에서 의자에 앉아 기타를 연주하는 한 남성에게 웃통을 벗은 차일디시 감비노가 춤을 추며 다가가 뒤통수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화면 왼쪽에서 나타난 소년이 살인에 사용된 총을 붉은 천에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퇴장한다. 두 명의 학생이 화면 오른쪽에서 달려와 쓰러진 시체를 거칠게 수거한다.

비슷한 장면이 중반부에도 등장한다. 10명의 흑인 성가대원들이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을 때 차일디시 감비노가 살상용 소총으로 이들에게 총탄을 갈긴다. 시체들이 널린 화면 앞에서 한 소년이 등장해 사용한 총기를 조심스레 붉은 천에 받아든다.

문화 잡지 데이즈드는 이 장면을 두고 “인간의 목숨과 총기를 다루는 (태도에서) 명확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것이 미국”이라고 지적했다.

■짐 크로

첫 장면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요소는 살인을 할 때 차일디시 감비노가 취하는 이상한 자세다. 엉덩이를 최대한 뒤로 빼고 허리를 살짝 꺾은 이 포즈가 인종 분리의 아이콘인 ‘짐 크로’와 닮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짐 크로’는 과거 백인이 흑인으로 분장하고 음악에 맞춰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이던 ‘민스트럴 쇼’의 단골 캐릭터다. 이후 흑인을 멸시하는 뜻을 담은 단어로 쓰이게 됐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시리즈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의 감독 저스틴 시미엔은 “짐 크로는 해방된 노예들을 희생시키는 미국의 대중문화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억압의 수단이 되었다”고 밝혔다. 시미엔이 ‘억압의 수단’이라 언급한 이유는 1876년부터 1965년까지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을 분리하는 차별에 관련한 법을 ‘짐 크로 법’이라 부르기도 했기 때문이다. 총기에 이어 여전한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찰스턴 교회

춤추며 노래하는 교회 성가대원들을 명백하게 소총으로 쏴 죽이는 장면은 2015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 교회에서 벌어진 증오 범죄를 그린 것이기도 하다.

2015년 6월17일(현지시각) 당시 21살의 백인 남성 딜란 루프는 찰스턴에 있는 ‘이매뉴얼 아프리카 감리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하던 신자들 옆에 앉아 1시간가량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 45구경 권총으로 총격을 가했다. 이 사건으로 9명이 사망했다.

당시 수사를 진행하던 중 인터넷에서 발견된 루프가 쓴 글에는 “우리는 스킨헤드족이나 큐클럭스클랜(KKK) 단원이 없고 누구도 인터넷에서 얘기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며 “누군가는 이것을 현실로 옮길 용기를 가져야 하고, 그게 바로 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적혀 있었다.


■춤

유튜브로 뮤직비디오가 재생되는 동안 계속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폭력이 벌어지는 와중에 즐거운 표정으로 춤을 추는 감비노와 아이들이다. 이들이 추는 춤은 ‘슛 댄스’(발을 뒤로 차는 듯한 동작의 춤)와 남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그와라-그와라’라는 이름의 춤을 포함해 10가지가 넘는다.

애틀랜틱의 분석을 보면, 이 춤들은 모두 최신 유행 춤으로 “미국인들이 분열되고 있는 세상을 보지 못하도록 주의를 돌리게 하는 것들”을 상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상 중간에는 춤추는 아이들 뒤로 2층 난간에서 뛰어드는 사람의 모습이 비치는데,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 자살 장면이 춤사위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도록 한 것은 미국 사회에서 자살과 곤궁한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걸 나타낸다”고 지적했다. 

뮤직비디오 영상에서 검은 두건을 쓴 사람이 춤을 추는 감비노의 뒤로 하얀 말을 타고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성서에 등장하는 ‘창백한 말’을 상징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창백한 말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죽음’에 대한 은유로 풀이된다.


■자유의 여신

이 모든 난리를 보고도 행동하지 않는 방관자의 상징으로 ‘자유의 여신상’을 삽입했다는 이론도 등장했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리듬 앤드 블루스(R&B) 가수 시저(SZA)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뮤비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이 “자유의 여신”이었다는 암시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번’(머리를 말아 올린 뭉치)으로 연결한 시저의 헤어스타일이 자유의 여신이 쓴 왕관을 상징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해석대로라면 자유의 여신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미국 대륙을 찾은 흑인들의 비참한 삶을 아무 말 없이 지켜본 방관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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