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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비출산 여성이 더 행복" 점점 더 많은 여성이 비출산을 선택하는 이유와 편견을 타파하는 여성들 (연구 결과)

자발적 비출산은 꼭 '아이를 싫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chee gin tan via Getty Images

 

점점 더 많은 여성이 비출산을 선택하고 있다. 투데이쇼는 ”왜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자발적 비출산을 선택하는가”라며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비출산이 아이를 싫어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설명했다. 이는 아직도 사회에서 여성이 출산을 하지 않으면 ‘아이를 싫어하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편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5월 뉴욕타임스는 독일 베를린의 조이 노블이라는 사진작가가 ‘자발적 비출산 여성’을 촬영한 사진과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중 한 여성은 ”사람들은 항상 내게 왜 아이를 갖지 않아?”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나는 오히려 ‘왜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거야?‘라고 되묻는다. 정말 아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경제적 자원과 튼튼한 정신건강을 갖고 있는가? 아니면 의무적으로 아이를 낳을 뿐인가? 친구들을 보면 의무적으로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생각에 전 세계의 인구수는 너무 많다. 만약 누군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하면 이렇게 말하라. ‘그렇구나.’ 그리고 신경 끄면 된다.”

부동산 값 상승, 늘어나는 개인 빚, 아이를 키우는 비용의 급격한 상승(미국에서만 대학 등록금을 빼고도 평균 23만 달러(한화 약 2억 5천만 원)이 필요)은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최근 자발적 비출산이 늘어나는 현실적인 이유다.  

세스 로건과 그의 와이프 로렌
세스 로건과 그의 와이프 로렌 ⓒRoy Rochlin / Getty Images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심하며 훨씬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었다”

경제적인 요소 외에도 비출산을 선택하며,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여성이 늘어났다. 최근 영화배우 세스 로건은 아내와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심하며 훨씬 더 많은 걸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와 아내는 책을 쓰고, 취미로 그릇을 만들고,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영화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로건 부부는 아이 없는 생활의 여유로움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정말 행복하고 재밌는 인생을 살고 있다.” 로건의 말이다. ”아이 있는 가정을 아무리 봐도 우리만큼 재미있게 사는 가정을 본 적이 없다.” 로건의 인터뷰를 보고, 아이가 있는 부모들도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지만 로건이 한 말을 이해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아이가 없는 가정의 37%는 ‘자발적 선택’이었다. 이들은 미래에도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18년에는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의 수가 32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후 계속 출산율이 하락 중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많은 이들이 ‘출산율 상승‘을 예상했다.(커플이 집에 더 오래 머물며 뭘 하겠는가?) 하지만 그런 예상은 틀렸다. 인구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출산율 하락‘은 계속 가속화될 거라고 믿고 있다. 최근 커플들은 과거와 달리 ‘아이를 낳고 싶다’ 또는 ‘꼭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이가 없는 커플들은 코로나19로 많은 지인들이 아이와 함께 집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봤다”고 말했다. ”친구들이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싶은 걸 간신히 참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육아의 어려움을 잘 아는 커플들은 더욱 아이를 원하지 않게 될 수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인구통계학과 사회학 부교수인 캐롤라인 스텐 하트넷은 허프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더 많은 커플들이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미리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임이나 온라인에서 육아의 어려움에 관해 말하고 정보를 얻기 더 쉬워졌다. 여성은 더욱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어려움을 느낀다. 여전히 육아 대부분의 책임이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많이 접할수록 ‘난 아이를 키우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친구들이 아이를 키우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항상 피곤하고 힘들어 보인다.”

ㅡ트위터 유저 아츠코 오카츠카

자발적 비출산을 선택한 여성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고 싶은 여성도 원래 계획보다 적게 낳는 추세다. 갤럽 조사에 의하면 아이를 원하는 여성은 평균  2.6명의 아이를 원했지만, 결국 1.73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출산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였다. 64%가 아이를 키우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답했고, 재정 문제로 당장 아이를 더 낳을 수 없다 (43%), 회사의 유급 휴가 부족(40%) 등의 이유가 뒤를 따랐다. 

또 고등 교육을 받은 여성일수록 아이를 갖는 비율이 낮았다. 퓨리서치센터에 의하면 학사 이상의 학위를 받은 여성 중 20%는 아이를 낳지 않았다. 반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여성 중 아이가 없는 여성은 7%였다. 

시에나 대학의 사회학과 부교수인 베벌리 유엔 톰슨은 ”고등교육과 함께 출산율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인종에 따라 출산율도 다르다. 백인 여성이 가장 많은 비율로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Ivan Posavec via Getty Images
 

 

형편없는 육아 시스템과 유급 휴가의 부족으로 결혼한 여성 중에도 아이가 없는 여성이 더 행복한 삶을 산다

여전히 사회에 ‘비출산 여성‘에 관한 편견이 존재한다. 2016년 연구 결과, 많은 이들이 ‘자발적 비출산‘을 선택한 여성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 반면 두 명 이상의 아이를 낳은 여성은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성인 여성이라면 ‘출산을 해야 한다’라는 낡은 관습의 영향이 여전히 사회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2018년 ’40년간 ‘자발적 비출산’ 여성과 아이가 있는 여성’을 연구 비교한 결과, 비출산을 선택한 여성이 훨씬 더 전반적으로 행복했다. 결혼한 여성들 사이에서도 아이가 없는 여성이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자 헬렌 수(47)은 미국의 형편없는 육아 시스템과 유급 휴가의 부족 때문에 남편과 상의해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했다. ”경제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그가 허프포스트에 한 말이다. ”대체 세 명의 아이를 키우며 좋은 집을 살 돈을 가진 사람이 있긴 한가? 거기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최악이고, 학교와 사회는 안전함과 거리가 멀다. 아이를 돌보는 사회 시스템의 부족 및 회사에서 유급 휴가를 쓰기도 어렵고, 지원을 바랄 수도 없다. 고용 안전마저 불안전하다.”

 

ⓒFrancesco Carta fotografo via Getty Images

 

수의 가족들은 그가 30대가 되면 ‘아이를 낳고 싶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이 든 적이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수는 상담사로 일하며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가족들과 부모를 돕는다. 그는 하루 종일 다른 사람을 ‘돌보기’ 때문에, 개인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자발적 비출산이라는 개념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이해 못 하는 사람도 많다. 미디어에서 더 많은 비출산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도움이 된다. 여전히 사회는 여성의 인생 목표가 ‘아이를 낳고 키우기’라고 강요한다. 가부장적 문화의 낡은 유산이다.”

로스엔젤레스 외곽에 사는 제이멜라 우더드(28)는 자발적 비출산을 선택한 여성이다. 맏딸로서 그는 성장하며 집안의 모든 일을 도왔다. 요리, 청소, 동새 기저귀 교체, 동생 돌보기 등 많은 의무가 주어졌다. ”이런 인생을 살기 싫었고 행복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상처가 있고, 내 아이에게 그런 상처를 무의식으로라도 물려주기 싫다.” 그는 어릴 때도 엄마가 되기 싫다고 말해 왔다. 여전히 그의 어머니는 신에게 기도하며 우더드가 아이를 낳길 바란다. 

″곧 30세가 된다. 주위에서 좋은 남자를 만나면 아이를 낳을 거라고 말한다. 심지어 데이트하는 남성이 날 ‘임신시키려’ 하지 않으면, ”내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자발적 비출산으로 삶을 즐기고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쿨한 부자 이모’ 

소셜미디어에서 많은 여성이 ‘아이 없이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주고 있다. 비출산을 선택한 여성들은 ”원하는 삶을 살고 있고, 사고 싶은 것은 뭐든 사고 지역 사회에서도 훌륭하게 살고 있다. 과거 ‘슬프고, 우울한 아이 없는 여성‘이라는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삶이다. 또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이기적이다’라는 편견과도 맞서고 있다. 

″대체 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으면 이기적이라는 걸까?” 수의 말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왜 꼭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 그럼 왜 독신이거나 아이가 없는 남성에게는 이기적이라는 말을 하지 않는가?”

최근 미국에는 ‘쿨한 부자 이모’라는 트렌드가 생겼다. 자발적 비출산 여성이 삶을 즐기고 주위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가 담겼다. 수 역시 이런 삶을 살고 있고, 조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이모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쿨한 부자 이모'
'쿨한 부자 이모' ⓒRich Auntie Supreme /Instagram

  

″개인적으로 단 한 번도 아기가 좋다고 생각한 적이 없고 디즈니를 싫어한다. 하지만 조카들이 성장했기에 그들에게 ‘쿨한 이모’이고 싶다. 그들과 콘서트에 가고, 맛있는 걸 사준다.”

수는 조카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성적지향부터 그들의 첫사랑 및 직업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또 아시아계 미국인 정체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대학 선택을 돕는 등 멋진 이모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아래는 트위터의 한 여성이 ‘쿨한 이모’로서 사는 삶에 관해 남긴 글이다. 

 

″나는 쿨한 ‘샤크’ 이모다. 30살이고 아이가 없고, 혼자 저녁 식사를 즐기고, 조카들에게 할 말은 다 하고, 항공 마일리지가 쌓이는 게 행복하고 항상 당당한 패션을 즐긴다.”

ㅡ트위터 유저 프란체스카 람지 

호주 퀸즐랜드에 사는 치과의사 멩주 왕(32)도 ‘아이가 없는 여성은 이기적’이라는 말이 어이없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 해외 의료 봉사를 다니며 다른 사람들을 도왔다. 만약 그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육아에 시간을 뺏겨,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가 있었다면 외지에서 의료 봉사도 못했을 거다. 수백 명의 아이를 도왔다. 아이가 없을 뿐, 내가 왜 이기적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가?”

또 자발적 비출산을 아예 결혼이나 가족을 이루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개인에 따라 결혼은 하고 싶지만 아이는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ILLUSTRATION: DAMON DAHLEN/HUFFPOST; PHOTOS: GETTY

 

결혼을 해도 자발적 비출산을 선택할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더 행복해진다

바텐더 애슐리 고메즈(32)는 ”아이는 원하지 않지만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고 싶을 수 있다. 나는 사랑하는 파트너와 강아지와 살고 있다. 서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메즈는 절대 아이를 낳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언젠가 위탁 양육을 통해 십대 청소년을 도울 생각은 있다. ”언젠가 다른 아이를 돕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내 자신과, 파트너, 그리고 강아지와 지구를 돌보는데 집중할 거다.”

예술가 알리 하(43)은 일에 집중하고 싶고 재정적인 문제로 비출산을 선택했다. 40대이지만 여전히 그의 가족들은 ‘출산 압박‘을 가한다. ”친구가 자넷 잭슨이 최근 아이를 낳았다 등의 말을 전한다. ‘너도 할 수 있어’ 이런 말을 여전히 듣는다.”

그는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아이를 낳든 비출산을 선택하든 그건 전적으로 당신의 선택이다. 최근 젊은 여성들이 좀 더 당당하고 스스로 자발적 비출산을 선택하는 모습이 고무적이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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