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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튀긴 닭이 정말 좋아요!' 저녁 메뉴 통일시키는 치킨 영화 6편

한식, 일식, 미국식, 프랑스식, 쿠바식 닭 요리다.

닭고기는 마치 스위스 같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라는 강대국 사이의 중립지대. 언제든 부담 없는 선택지로 활용되면서 그야말로 만인의 연인이 됐다. 하지만 치킨의 신격화는 이뤄냈을지언정 사랑의 크기로는 ‘아랍에미리트’를 따라갈 수가 없다. 국민 1인당 1년 닭고기 섭취량이 70kg로 알려졌는데, 우리나라는 약 16kg 안팎이다. 튀겨먹든 볶아먹든 물에 빠뜨려 먹든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닭. 오늘 저녁, 치킨을 부를 영화 6편을 골라봤다. 분발하자! * 해당 콘텐츠는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닭백숙, 집으로

영화 ‘집으로’
영화 ‘집으로’ ⓒ튜브픽쳐스

″내가 켄터키 치킨이라고 했잖아, 누가 물에 빠뜨리래? 싫어 안 먹어”라며 앙탈을 부리던 9살 유승호는 28살이 됐다. 아역배우라는 타이틀이 오래 남아 유명세를 독하게 치렀겠지만, 그가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첫 단추에 ‘집으로’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티켓 파워를 중히 여기는 영화계에서 아역 배우와 충북 영동 사람들이 450만 명의 사람들을 모았으니까.

7살 도시 소년이 강제로 시골 외할머니댁에 홀로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집으로‘는 소년의 성장기이자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켄터키 치킨‘을 먹고 싶은 상우(유승호)를 위해 ‘꼬꼬‘를 사러 장애 간 할머니, 상우는 그런 할머니를 기다리다 잠이 들고 만다. 꿈에서까지 치킨을 그리던 소년 앞에 나온 것은 ‘백숙’이었다. 울음을 터뜨리는 손자를 앞에 두고 할머니는 어쩔 줄 몰라 한다. 방에서 롤러블레이드를 타거나 할머니 비녀를 팔아 과자와 바꿔먹으려는 7살 아이가 어쩐지 밉살스럽게도 보이지만 우리는 모두의 할머니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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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플레이(x) / 웨이브(x) / 넷플릭스(x) / 네이버

 

 

# 갈비 통닭, 극한직업

영화 ‘극한직업’
영화 ‘극한직업’ ⓒ왓챠 캡처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지난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코 극한직업이다. 지극히 ‘수원왕갈비통닭’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파를 썰고 마늘을 다져 간장과 설탕, 참기름으로 달콤 짭조름하게 만든 갈비 양념을 통닭 위에 쏟아 버무리면, 그 예상 가능한 맛에 침이 고이고 만다.

영화는 극사실과 과장을 뒤섞으면서 판타지적인 위안을 건넨다. 경찰 마약반이 마약밀매 조직을 잡기 위한 잠복 장소로 ‘치킨집‘을 택하는 설정은 영화스럽지만, 인수를 위해 퇴직금을 건다는 설정은 매우 현실적이다. 영화 내용보다 치킨이 기억에 남는 것 또한 코미디의 탈을 쓴 음식 영화적 표현법 때문이다. 한국인의 치킨 사랑을 공략하기 위한 표심잡기 컷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닭 튀기는 과정을 정성스럽게 편집해놓았다. 인생에 ‘통닭’ 하나면 충분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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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플레이 / 웨이브(x) / 넷플릭스(x) / 네이버

 

 

# 프라이드치킨, 헬프

영화 ‘헬프’
영화 ‘헬프’ ⓒ왓챠 캡처

″닭을 튀길 땐 왠지 좀 살맛이 나요. 적어도 나는요. 난 튀긴 닭이 정말 좋아요.” 흑인 차별시대에 태어난 흑인 여성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는 소울 푸드를 이렇게 설명했다. ‘프라이드치킨’은 본래 흑인 노예들이 먹던 음식으로 미국 남부 농장지대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백인들이 버린 날개나 목 등 닭의 부산물을 튀겨먹다가 프라이드치킨이 된 것.

미니는 백인 부부가 쓰는 화장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쫓겨나 셀리아(제시카 차스테인)의 집으로 들어간다. 셀리아는 백인 이웃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유산으로 아이를 갖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는데, 인종에 구애받지 않고 미니를 사람으로 대한다. 가정부들과 겸상을 피하는 게 일반적인데도 미니와 함께 프라이드 치킨을 만들고 미니의 식탁에서 먹으면서 친구처럼 지내고자 한다. 마주 보고 함께 식사를 하는 ‘행위의 힘’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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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크림소스 치킨 스테이크, 줄리 앤 줄리아

영화 ‘줄리앤줄리아’
영화 ‘줄리앤줄리아’ ⓒ왓챠 캡처

민원인으로부터 ‘펜대 굴리는 바보’라는 이야기를 들은 줄리(에이미 아담스)는 퇴근 후 크림과 버섯, 와인을 넣은 닭 요리를 만들어 먹고 기분이 풀린다. 영화는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 줄리아 차일드의 책 속 레시피 524개를 365일 동안 만든 후 블로그에 올린 줄리 파웰의 실화를 각색해 만들어졌다.

영화 속 줄리는 말단 공무원이자 과거 소설가 지망생으로 8년을 보낸 인물이다. 그녀는 민원인들의 항의에 치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는 탈출구로 ‘블로그’를 시작한다. 소재는 줄리아 차일드의 책에 써진 요리를 365일, 매일매일 수행하면서 그 과정을 기록하는 것. 줄리는 때로 실패를 맛보기도 하고 지쳐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끝까지 해내면서 전혀 다른 삶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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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미식 닭고기 요리, 문라이트

영화 ‘문라이트’
영화 ‘문라이트’ ⓒ왓챠 캡처

케빈은 블랙을 위한 셰프 스페셜을 준비한다. 카메라는 요리를 하면서도 곁눈질로 블랙을 살피는 그의 모습을 아주 천천히,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 라임을 뿌리고, 밥을 예쁘게 담고 콩을 조리는 손길에는 그리움과 애정이 담겨 있다. 누군가의 정성이 들어간 밥을 먹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블랙이 먹은 것은 케빈의 응원과 염원과 사랑이었다는 걸. 

상처받지 않으려고 자신을 숨기고 강해져야 했던 마약상 블랙은 여전히 케빈 앞에서만큼은 여리고 솔직했던 샤이론으로 돌아간다. ‘네가 생각이 났다’는 케빈의 전화를 받고 그가 일하는 쿠바 레스토랑에 들른 블랙에 그 전화는 용기의 도화선이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인생이란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케빈이 정성껏 해준 밥을 먹으면서 ‘맛있다’고 답하는 그의 얼굴에선 이미 답이 나와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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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킨 가라아게, 남극의 쉐프

영화 ‘남극의 쉐프’
영화 ‘남극의 쉐프’ ⓒ왓챠 캡처

해발 3,810m, 평균기온 -54℃의 극한의 남극 기지에서 8명의 대원들은 1년 반 동안 지내야한다. 주인공은 조리 담당 니시무라(사카이 마사토)다. 바이러스도 생존할 수 없는 땅에서 삶의 낙이란 니시무라의 음식을 먹는 것이다. 그러나 비축해놓은 라면까지 떨어지자 삶의 동력까지 잃어버린 대원이 생기고, 설상가상 고국에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니시무라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치킨 가라아게는 일본식 닭튀김으로 영화 속에서 니시무라의 부인이 만들어주던 음식으로 나온다. 그녀는 닭튀김을 바삭하게 만들어내지 못해 니시무라로부터 타박아닌 타박을 받는다. 그런데 어느 날 대원들이 만든 가라아게를 맛보다가 니시무라는 그만 눈물을 쏟고 만다. 그들이 만든 가라아게에서 부인의 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컹해진 닭튀김은 그녀의 상징이자 가족과의 추억이고, 그리움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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