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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 19일 09시 33분 KST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다룬 미드 ‘체르노빌’을 봐야 하는 이유

지금 왓챠플레이에서 스트리밍할 수 있다.

HBO

어떻게 이런 드라마를 만들었을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왓챠가 14일부터 서비스 한 미국 드라마 ‘체르노빌‘(5부작)을 보면 이런 탄성부터 터진다. 만듦새에 앞서 이런 주제를 다룬 제작진에 대한 경의의 표현에 가깝다. 미국 케이블티브이인 에이치비오(HBO)에서 지난 5월 방영한 ‘체르노빌’은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리가 논란이 되는 터라, 원전의 위험과 공포가 더욱 생생히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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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판도라‘,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처럼 한국에서도 원전을 모티브 삼은 작품은 있었지만, ‘체르노빌‘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원전이 폭발하는 순간부터 이를 수습하기까지의 과정을 사실적으로 짚어나간다. ‘무서운 영화 3’ 등 주로 코미디를 써온 크레이그 메이진 작가는 수년간 체르노빌 사건을 취재했다. 극중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발레리 레가소프, 보리스 셰르비나는 모두 실존 인물을 극화한 것이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1회를 거쳐 2회부터 펼쳐지는 본격적인 수습 과정을 보노라면, ‘분노 스위치’가 수시로 켜질지 모른다. 소련 당국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느라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애꿎은 피해자가 늘어나고, 관료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방사능 노출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은 입사 4개월 된 25살 연구원 등에게 맡기고, 잘못을 그들에게 떠넘긴다.

‘체르노빌‘은 사고 지역에서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을 ‘줌인’하며 원전 폭발로 개개인의 운명이 어떻게 바뀌는지 생생히 고발한다. 원전에서 일하던 단순 노무자, 불을 끄기 위해 폭발 현장에 근접했던 소방관들, 철교에 올라 ‘불구경’을 했던 시민들…. 이들은 경고 한마디 듣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에서 재앙에 노출된다. 방사능 낙진이 마치 눈처럼 날아오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손을 뻗으며 행복해하는 장면은 가슴 아픈 명장면이다.

운명을 바꿔나가고자 뛰어드는 이들 역시 ‘사람들’이다. 수백만이 죽을 수 있다는 말에 냉각수 수문 벨트를 열기 위해 자원하고, 오염물질이 지하수로 스며드는 걸 막기 위해 광부 400명이 뛰어든다. 실제로 이들 중 100명이 마흔 전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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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웅장한 음악, 눈물샘 자극하는 신파 없이도 방사능 피폭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먹먹한 전율을 전달한다.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것은 오직 이야기의 힘이다. 소련의 회색 풍경이 흑백화면으로 흘러가고 효과음으로는 원전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 화재 현장에서 뭔가가 타닥타닥 타오르는 소리 등이 전부다. 제작진은 실제 원전에서 나오는 소리를 녹음해 사용했다고 한다.

‘체르노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가 접속하는 영화·드라마 정보 사이트 아이엠디비(IMDb)에서 집계한 역대 티브이 시리즈 순위에서 ‘왕좌의 게임’ 등을 제치고 최고 평점에 올랐으며, 오는 9월 ‘에미상 시상식’을 앞두고 ‘최우수 미니시리즈’ 등 1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33년째 버려진 땅으로 남아 있는 체르노빌도 ‘다크 투어리즘’의 조명을 받고 있다.

“체르노빌 사건에서 정상적인 건 없었다… 거기서 일어난 일련의 과정은 전부 다 광란이었다.”

‘체르노빌’ 극중 인물의 증언은 지금 후쿠시마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