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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26일 16시 31분 KST

스타벅스에서 의자 비집고 간다? 당신 조상은 쌀 재배 농부

반면 의자를 옮겨 길을 연 이들도 있다.

토마스 탤헬름
비좁은 카페 통로를 통과하는 행동은 과거 문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의자를 그대로 둔 채 몸을 돌려 빠져나가는 건 쌀 문화의 유산이다. 

카페 통로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틈이 있다. 손님이라면 틈으로 비집고 지나갈까, 아니면 의자를 치우고 갈까. 만일 의자를 옮기지 않고 몸만 빠져나간다면 조상이 쌀농사를 지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이 문화 차이가 일상생활에 어떤 행동 차이를 부르는지 기발한 조사를 했다. 중국에서 수천 년 동안 쌀농사와 밀 농사를 지은 지역에 있는 대도시 6곳에서 손님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쌀농사 지역 사람들은 상호의존적이고 환경에 적응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밀 농사 지역에서는 개인주의적이고 환경을 바꾸려는 모습을 보였다. 농사와 거리가 먼 대도시 중산층의 행동을 전통적인 농사 문화가 좌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마스 탤헬름
중국 남부의 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모습. 공동노동이 필요한 논농사는 상호의존적 문화를 낳았다.

토마스 탤헬름 미국 시카고대 행동학자 등은 중국 남부의 쌀농사 지역 대도시인 홍콩, 상하이, 난징, 광저우와 북부의 밀 농사 문화권인 베이징과 선양의 카페에서 손님이 홀로 앉는지와 ‘의자 덫’을 어떻게 하는지 관찰했다. 쌀 문화권에서는 밀 문화권보다 자리에 함께 앉는 사람이 훨씬 많았고, 의자를 치우기보다 자신이 몸을 조절해 사이로 빠져나가는 이가 많았다.

연구자들은 이런 조사 결과가 “역사적인 쌀과 밀 문화의 차이가 현대 생활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보인 첫 증거”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벼를 재배하려면 모내기와 물 대기 등에 밀보다 2배가량 일손이 많이 필요해 공동노동이 불가피하고, 이것이 상호의존적인 문화를 낳았다. 반면, 밀재배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공동노동이 덜 필요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브라이언 스트루브 제공
중국 안후이성에서 추수한 밀을 말리고 있다. 밀은 벼에 견줘 개인주의적인 농법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매장의 의자와 조명 등 환경이 동일해 연구 조건이 유사한 스타벅스 등 체인점을 대상으로 했다. 카페 256곳에서 8964명을 관찰한 결과 홀로 앉은 손님 비율은 밀재배 문화권인 베이징에서 35%인데 비해 쌀재배 지역인 홍콩에서는 22%에 그쳤다.

‘의자 덫’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 시도된 실험인데, 통로에 한 사람의 엉덩이 폭만큼 가벼운 의자를 벌려놓고 어떻게 지나가는지 보았다. 기존 행동학 연구에서 개인주의적 사람일수록 물건을 적극적으로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의자를 옆으로 옮기고 지나간 사람의 비율은 밀 문화권인 베이징 17%, 선양 15%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쌀 문화권인 홍콩 6%, 상하이 2%로 나타났다. 쌀 문화권 사람들은 대부분 의자를 그대로 둔 채 사이를 비집고 지나갔다.

연구자들은 의자 사이로 지나가는 것은 환경에 맞춰 적응하려는 태도를, 의자를 치우는 것은 환경을 조절하려는 태도를 가리킨다고 밝혔다. 같은 실험을 미국과 일본에서 했더니 의자를 옮기고 지나간 비율이 중국과 일본은 비슷했고 미국은 그 2배였다.

토마스 탤헬름 제공
좁은 틈을 비집고 가기보다 의자를 옮기는 행동은 개인주의적인 문화에서 흔했다.

이번 연구는 “사람들이 부유해지고 근대화·도시화가 진행하면 문화가 서구적이고 개인적으로 바뀐다는 문화 근대화 이론이 중국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고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특히 홍콩은 베이징보다 소득이 3배 높고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였으면서도 쌀 문화의 전통이 살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결과는 근대화했다고 사람들이 꼭 서구인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alhelm, Zhang, Oishi,“Moving chairs in Starbucks: Observational studies find rice-wheat cultural differences in daily life in China,”, Sci. Adv. 20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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