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2020년 09월 04일 14시 16분 KST

채드윅 보스만이 흑인의 역사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

'블랙팬서'의 보스만은 미래 세대의 흑인들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배우 그 이상의 인물이었다.

Gareth Cattermole via Getty Images
Chadwick Boseman in 2018. He died on Friday.

채드윅 보스만의 사망 소식에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나는 8월28일 저녁에 보스만이 출연한 스파이크 리 감독의 ‘Da 5 블러드(Da 5 Bloods)’를 보는 중에 그 소식을 들었다. 영화에서 보스만은 베트남 전쟁 중 사망한 1사단의 흑인 병사들을 이끈 용기 있는 리더인 스톰린 노먼을 연기했다. 그날 내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친구는 내게 전화를 걸어 보스만이 정말 죽은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나는 ‘영화일 뿐이었다’며 그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지만, 친구는 내가 틀렸다며 그가 진짜로 43세의 나이로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나는 주먹으로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소셜미디어 타임라인을 보며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게 나 혼자가 아니란 걸 알았다.

20분 동안, 타임라인을 훑어내려가면서 내가 본 유일한 이미지는 보스만이 전염성 높은 바로 그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의 흑백 사진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사망 소식에 대한 반응을 쏟아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모두가 똑같은 수준의 충격을 느끼는 중이었다. 몇 개월 동안, 우리는 코로나19와 구조적 인종주의에 맞서 싸워왔다. 그리고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경찰이 7번이나 총을 제이콥 블레이크에게 발사해 그의 하반신이 마비된 지는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더는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존 루이스 하원의원을 비롯해 올해 우리가 수많은 영웅들을 떠나보내야 했다는 사실 때문에 보스만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왔다.

보스만은 단순히 배우 그 이상이었다.

그는 실화든 허구의 이야기든, 마땅히 그럴 자격이 있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너무나도 자주 외면되어 왔던 흑인들의 존엄성과 총체성을 드러내는 흑인 서사를 보여줬다. 그는 미국 사회의 흑인 ‘아이콘’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에 꾸준히 헌신했다. 반 농담이지만 영화제작자들이 흑인 인물을 전기영화로 만든다면, 보스만이 이미 유력한 후보라는 말도 있었다. 그러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앤더슨 태생인 보스만이 영화 ’42′에서 재키 로빈슨(미국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겟원업‘에서 맡은 제임스 브라운(흑인 대중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소울’ 장르의 창시자), 그리고 ‘마샬’의 서드굿 마샬(미국 최초의 흑인 연방대법관) 역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이 흑인 아이콘들을 얼마나 깊이 존경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보스만이 보기에, 우리 흑인의 역사는 하나의 왕국이었다. 그는 그렇게 믿었고, 몸소 그걸 보여줬다. 그가 영화 ‘블랙팬서’에서 왕 트찰라를 연기하게 된 건 완벽한 선택이었다. 메이저 코믹북 영화에 흑인 배우가 주연한 첫 번째 영화라는 역사를 만들면서, 그는 기록과 장벽, 한계를 깰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보스만은 ’2019 미국 배우조합상(SAGA)‘에서 ‘블랙팬서’로 영화 부문 앙상블상(Outstanding Performance by a Cast)을 받은 뒤 수상소감에서 ”젊고, 재능 있는, 흑인”이 갖는 부담감에 대해 입을 열었다.

”우리는 흑인이 출연할 수 있는 스크린이나 무대는 없다는 말을 듣는 게 어떤 건지 알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머리가 아니라 꼬리가 되는 게 어떤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위가 아닌 아래에 있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압니다. 우리는 바로 그걸 알면서 매일 일을 하러 갑니다. 우리가 시상식 시즌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세계에 보여주고 나누고 싶은 특별한 게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우리가 맡은 역할에서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고, 우리가 보고 싶은 세상을 예시로 보여주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Mario Anzuoni / reuters
오스카 시상식에 참석한 채드윅 보스만
ERIC THAYER / reuters
졸업 연설 중 채드윅 보스만

보스만은 자신의 역할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문을 열어주고, 그들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다양성 넘치는 세상을 반영하는 할리우드를 만드는 게 기여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가상의 와칸다 왕국을 통해서라도 최대한 아프리카 대륙을 찬란하게 묘사하는 것에 담긴 힘을 알고 있었다. 그는 어린 흑인 아이들에게 그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슈퍼 히어로를 선사함으로써 그 어린이들이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의 사망 소식은 충격적일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팬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공간에서 함께 애도하는 것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다. 보스만이 우리의 모교인 하워드대학(전통의 흑인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취직보다 인생에서 목적을 찾는 게 중요하고 말하는 영상이 가슴을 따뜻하게 해줬다. 때로는 험악한 싸움이 오가는 소셜 미디어에 넘쳐나는 추모 물결을 보고 조금은, 단 하루 뿐이라 하더라도 희망이 생겼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집에서 세상을 떠난 영웅 ‘블랙팬서’를 추모하는 사진과 영상을 올렸다. 이어 수명이 사람이 남부 연합 기념비를 대신할 보스만 동상을 세우길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블랙팬서를 추모하는 내 아들과 어벤저스 멤버들

#와칸다영원하라 -트위터에 올라온 유저 킹 웨스트 부르크의 글

보스만은 위대한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으면서도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다른 이들을 자신의 옆에 세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남몰래 암과 사투를 펼치면서도 암에 걸린 아이들을 돕고 격려했다. 2018년 ‘MTV 무비 앤 TV 어워즈’에서는 테네시주 안티오크에 있는 와플 하우스에서 총을 든 사람의 무장을 해제해 다른 이들의 목숨을 구한 제임스 쇼 주니어에게 상을 돌렸다. 이외에도 미국의 ‘국민 배우’ 덴젤 워싱턴, 영화배우 필리시아 라샤드와 안젤라 바셋, 다나이 구리라, 영화감독 라이언 쿠글러, 마이클 조던, 민주당 부통령 후보 카말라 해리스, 작가 타네히시 코츠 등 많은 이들이 보스만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는 증언을 했다.

그는 많은 부담을 느낄만한 무거운 왕관을 썼지만 결코 고개를 숙이지도, 우리를 실망시키지도 않았다. 그는 항상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보스만은 왕이라는 기준에 부응했고, 우리가 왕처럼 당당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흑인들이 알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42′나 ‘블랙팬서’ 뿐만 아니라 그가 우리의 스크린에 나타난 다른 작품들을 보면서 느낀 것들이다.

보스만의 인생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짧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냈고 자신의 목적을 따라 용기 있게 살았다. 우리가 함께 슬퍼하는 지금, 나는 우리가 보여지고, 들려지고, 인간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 그의 헌신 때문에 우리가 받은 것들을 생각한다. 나는 블랙팬서 코스튬을 입은 채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스크린을 응시하는 흑인 어린이들을 위해 길을 개척한 선조를 생각한다. 또한 나는 그가 미래 세대의 앞길을 열어주면서도 (앞선 흑인 세대의) 역사에 경의를 표했던 것을 떠올린다.

보스만은 언제나 흑인 역사였고, 역사이며, 역사로 남을 것이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