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세계최대 연구기관 CERN이 "물리학은 남자가 만들었다"고 말한 물리학자를 활동정지 처분했다

여성이 물리학 분야에서 남자보다 우대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John Guidi via Getty Images

세계 최대 입자물리학 연구기관인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물리학은 남자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발언한 이탈리아 출신 물리학자가 연구소 내 활동 정지 처분을 받았다. 연구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이 모욕적 발언이 담긴 강연 자료를 온라인 데이터에서 삭제한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피사 대학 교수인 알렉산드로 스트루미아는 지난달 28일 스위스 제네바 CERN에서 열린 ‘고에너지 이론과 젠더’ 워크숍에서 발표자로 나와 ‘물리학은 남성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여성은 교육과 취업 등에서 능력 이상으로 우대받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스트루미아는 다양한 슬라이드와 차트, 그래픽 자료를 제시하면서 남성이 물리학 분야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뉘앙스의 언급을 이어갔다. 그는 발표 슬라이드에 ”물리학은 남자에 의해 발명되고 만들어졌다. 초청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며 여성을 비꼬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또 ”이탈리아의 여성 연구원은 무료 또는 저렴한 대학 교육의 혜택을 받는 경향이 있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에선 여성을 위해 시험 시간을 늘려줬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자 대부분은 여성 물리학자들이었다. 

연구소는 문제제기가 잇따르자 즉각 성명을 내고 ”워크숍 기간 초청 과학자의 프레젠테이션은 모욕적이었다고 판단한다”며 ”개인적 공격, 모욕을 금지하는 행동 강령에 따라 온라인 데이터에서 이 강연 자료를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용인할 수 없는” 발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스트루미아의 연구소 내 직무 활동을 정지시킨다고 발표했다. 스트루미아는 CERN에서 정기적으로 연구 활동에 참여해왔다. 

스트루미아는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나를 여성을 차별하는 괴물로 묘사하고 있다”며 자신은 팩트를 발표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실 데이타는 남성과 여성 과학자들이 (성별에 따른 차별 없이) 동등하게 인용되고 있으며, 여성들이 취업에서 혜택을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이런 메시지는 워크숍에서 사람들이 듣고 싶어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팩트를 말했지만, 참가자 다수를 차지한 여성들이 이를 외면하고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워크숍에 참석했던 여성 과학자들은 스트루미아의 발언이 공포스러운 편견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의 제시카 웨이드 박사는 ”스트루미아의 발언으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젊은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의 열정이 완전히 무시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의 앤-크리스틴 데이비스 교수는 ”그의 터무니없는 발언은 수십년 전에나 있었을 법한 것”이라며 ”나는 그가 지금 어떤 행성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여성 최초로 CERN 총국장을 맡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분자물리학자 파비올라 지아노티.
여성 최초로 CERN 총국장을 맡고 있는 이탈리아 출신 분자물리학자 파비올라 지아노티. ⓒDenis Balibouse / Reuters

CERN은 유럽 12개국이 핵과 입자물리학 연구를 목적으로 1954년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한 세계 최대 입자물리학 연구기관이다. 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우주 탄생 원리의 키를 쥔 ‘힉스 입자’를 발견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탈리아 출신 분자물리학자인 파비올라 지아노티가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총국장을 맡아 2016년부터 CERN을 이끌고 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성차별 #이탈리아 #물리학 #남자 #CERN #우대 #스트루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