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4월 01일 11시 53분 KST

신종 코로나에도 '마스크 안 써도 된다'던 미국 CDC가 권고 수정을 검토중이다

미국 보건당국은 현재 일반인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Caitlin Ochs / Reuters
미국 보건당국은 그동안 코로나19 증상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들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곧 이 지침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와중에도 건강한 일반인이라면 굳이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고 했던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이 지침을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스크가 바이러스 확산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 뒤의 일이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은 31일(현지시각) CDC 본부가 위치한 애틀랜타의 지역 공영라디오 WABE 인터뷰에서 ”무증상 감염 사례가 상당하다는 새로운 데이터”를 언급하며 지침 수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요. 하나는 마스크가 나를 (타인으로부터의 감염에서) 보호해준다는 것, 또 하나는 제가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거죠.” 

그는 무증상 감염 사례가 25%라고 가정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하는 게 ”유일한 대응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데이터들, 또 이것(마스크 착용 권고 지침)이 (확산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지금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중입니다.”

ASSOCIATED PRESS
한 지하철 승객이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보건 당국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뉴욕, 미국. 2020년 3월25일.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관련 질문을 받고는 ”그건 분명 우리가 논의할 만한 문제”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영원히 쓰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짧은 기간 동안”은 마스크를 쓰도록 권고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CNN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는 ”의료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차원에서 더욱 광범위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자는) 구상에 대해서는 백악관 대책본부 내에서 매우 적극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을 약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은 마스크가 필요한 의료진들에게 공급되는 물량을 빼앗아와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파우치 소장이 말했다. ”다만 마스크가 충분한 상황이 되면 마스크 착용에 관한 이 지침을 확대하는 방안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하게 될 거라고 봅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도, 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그렇게 가야할 것 같습니다.” 

파우치 소장은 의료진들에게 충분한 양의 마스크 공급이 확보될 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그 때가 되면 ”상황을 돌아보고 지침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직 그럴 상황은 아닙니다만, 곧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봅니다.”

CDC 홈페이지 ‘자주하는 질문’에 소개된 것처럼, 현재 마스크 착용에 관한 CDC의 지침은 다음과 같다.

CDC는 건강한 사람들이 코로나19를 비롯한 호흡기 질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권고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나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들만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이는 감염 위험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의료진 및 (자택 또는 의료 시설에서) 근거리에서 코로나19 감염자를 돌보는 사람들에게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와 비슷한 지침을 고수하고 있다.

Tom Williams via Getty Images
최근 일부 유럽 국가들은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는 지침을 도입하고 있다. 사진은 마스크를 착용한 한 시민의 모습. 워싱턴DC, 미국. 2020년 3월23일.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권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음에도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거나 증상이 없는 상태로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면서다. 

뉴욕타임스(NYT)에는 의료 분야 같은 특정 분야에 일하는 사람들만 마스크를 써야 하고 그들에게만 마스크가 ”마법처럼 효과를 발휘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하는 칼럼이 실렸고, 샌프란시스코대의 연구자인 제러미 하워드는 소셜미디어에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자는 #Masks4All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가오푸 중국 CDC 소장은 사이언스매거진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시민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은 건 ”큰 실수”라고 말했다.

″제가 볼 때 미국과 유럽의 큰 실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바이러스는 비말과 밀접 접촉으로 전염됩니다. 여기에서 비말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마스크를 써야죠. 말을 할 때 항상 입에서 비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증상이 없거나 잠복기인 상태에서 감염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한편 최근 일부 유럽 국가들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식료품점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은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우리 문화에서는 낯설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3월30일, 세바스티안 쿠어츠 오스트리아 총리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을 공개하면서 한 말이다. (그러나)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가고 경제가 다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우리 모두는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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