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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DC가 '무증상자는 코로나19 검사 안 받아도 된다'고 지침을 변경했다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 '윗선'의 정치적 압박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 허완
  • 입력 2020.08.27 14:00
  • 수정 2020.08.27 14:02
(자료사진) 미국 뉴욕에서 한 주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무증상자의 경우 꼭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코로나19 검사 지침을 변경했다.
(자료사진) 미국 뉴욕에서 한 주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무증상자의 경우 꼭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코로나19 검사 지침을 변경했다. ⓒASSOCIATED PRESS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했더라도 증상이 없으면 진단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지침을 변경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무증상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물론, 확진자의 약 40%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CDC 자체 분석 결과와도 배치되는 일이다.

‘무증상자는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같은 지침 변경이 백악관과 보건복지부의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진단검사를 너무 많이해서 확진자가 많이 나온다’고 불평해왔다.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정부가 방역을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백악관 코로나19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020년 8월23일.
백악관 코로나19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020년 8월23일. ⓒASSOCIATED PRESS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최근 CDC는 검사지침을 변경했다. 기존 지침 중에서 증상 유무와는 관계 없이 ”모든 밀접접촉자”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24일 홈페이지에 게시된 새로운 지침은 확진자와 밀접접촉했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반드시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내용으로 수정됐다. 다만 바이러스에 취약한 계층(고령층, 기저질환자 등)이거나 지역 보건당국이 검사를 권고할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지침은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보건전문가들의 연구와 분석을 통해 파악된 코로나19의 특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코로나19는 무증상 또는 증상 발현 전이라도 바이러스를 타인에게 옮길 수 있으며, 확진된 이후에도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를 중심으로 접촉자의 연결고리를 추적해 일괄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해왔다. 감염자를 조기에 신속하게 파악해 격리해야만 바이러스의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채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

마트를 방문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20년 8월15일.
마트를 방문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워싱턴DC, 미국. 2020년 8월15일. ⓒXinhua News Agency via Getty Images

 

NYTCNN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끌고 있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소속의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지침을 변경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을 전했다. TF 멤버이자 미국 최고 권위의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수술을 받느라 지침 변경이 논의된 8월20일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침들이 잘못 받아들여져서 무증상 전파가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사실은 크게 걱정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파우치 박사가 CNN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검사건수가 너무 많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뿐만 아니라 그는 코로나19 환자의 99%는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고, 어린이들은 코로나19에 거의 면역이 되어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 근거가 희박한 주장들이다.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 차관보는 윗선 지시 의혹을 부인하며 이번 지침 변경은 “CDC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서울 도심 집회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 병력들에 대한 코로나19 전수검사가 실시되고 있는 임시선별진료소의 모습. 이처럼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증상 유무와는 무관하게 조기에 검사해 확진자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격리해 추가 확산 고리를 차단하는 게 코로나19 방역의 핵심 중 하나다.
사진은 서울 도심 집회 현장에 투입됐던 경찰 병력들에 대한 코로나19 전수검사가 실시되고 있는 임시선별진료소의 모습. 이처럼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증상 유무와는 무관하게 조기에 검사해 확진자를 파악하고 신속하게 격리해 추가 확산 고리를 차단하는 게 코로나19 방역의 핵심 중 하나다. ⓒASSOCIATED PRESS

 

전문가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조지워싱턴대 방문교수인 리아나 웬 박사는 ”갑자기 지침이 바뀐 이유가 설명이 안 된다”며 ”(지침 변경을 뒷받침 하는) 새로운 과학적 증거가 나온 것도 없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NYT는 검사키트 공급 부족이 여전히 계속되면서 상당수 지역에서 검사결과 통보가 지연되는 사태를 해소하기 위해 지침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부인했다.

민주당 소속인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CDC의 변경된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의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백악관)이 검사 건수를 줄이고 싶어하는 건 대통령이 말했던 것처럼 검사를 하지 않으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을 찾아낼 수 없고 확진자수가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안 된다.” 쿠오모 주지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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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미국 #도널드 트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