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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가여워도 ‘냥줍’ 안 돼요!

  • 이용한
  • 입력 2018.05.23 14:05
  • 수정 2018.05.23 14:08
ⓒhuffpost
ⓒ이용한 제공

올해도 어김없이 ‘아깽이 대란’이 시작되었다. 해마다 오뉴월이 되면 번식기를 맞은 길고양이들에게서 아기 고양이가 태어나는데, 이를 두고 이른바 ‘아깽이 대란’이라 한다. 이때 여기저기 지역보호소마다 아기 고양이 입양 공고가 올라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수시로 ‘냥줍’(고양이를 줍는다는 의미) 사진이 올라와 ‘임보처’(임시보호처)나 ‘수유처’(젖을 줄 곳)를 구한다는 글이 넘쳐난다. 그런데 지역보호소에 들어오는 아기 고양이 중 상당수는 냥줍이나 새끼가 울고 있다는 민원을 통해 들어온다.

하지만 길에서 아기 고양이가 운다고 불쌍한 마음에 덜컥 주워서 보호소에 보내면 안 된다. 어미는 아기를 위해 먹이를 구하러 간 것이고, 늦더라도 반드시 돌아온다. 어미 고양이만큼 아기 고양이를 잘 키우는 보호자는 없다. 고양이의 목숨과 미래를 평생 책임질 수 없다면, 냥줍이란 이름으로, 구조란 명목으로 데려가면 안 된다. 더러 자기가 키우겠다고 데려간 사람조차 부모나 배우자의 반대, 털 날림, 경제적 이유로 보호소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책임질 수 없어 보호소로 보낸 고양이는 입양도 안될 뿐더러 대부분 안락사당하거나 스트레스와 전염병으로 죽고 만다.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구조는 또 다른 유괴이고, 학대일 뿐이다. 어미 고양이가 사고를 당해 아기 고양이를 돌볼 수 없게 되었거나 건강상 문제로 아기 고양이가 죽어간다면 구조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단지 귀엽다고 또는 어미 고양이가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데려오는 건 납치나 다름없다.

오래전 일이다. 길에 나와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한테 엄마를 찾아줘야 한다며 한 초등학생이 아기 고양이를 품에 안고 뒷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기 고양이를 살펴보니 내가 밥 주던 ‘연립댁’의 아이여서 나는 초등학생에게 사연을 이야기하고 연립댁에게 인계했던 적이 있다. 초등학생의 마음은 기특했으나, 하마터면 다른 엄마에게 아기 고양이를 데려다줄 뻔했다. 사실 길에서 아기 고양이를 만났을 때 섣불리 만져서는 안 되는데, 새끼에게서 나는 냄새가 달라지면 자칫 어미가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에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최소 12시간 안팎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미가 보이지 않거나 아기 고양이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면 그때 구조하는 게 옳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어릴 때만 잠시 인형놀이하듯 돌보다가 이내 보호소나 동물병원에 버리는 무책임한 경우가 허다하다. 사실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는 이름처럼 동물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다. 들어온 동물을 입양 공고하고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 절차를 밟는 임시보관소 같은 곳이다.

여기서 올리는 입양 공고 또한 형식적인 절차일 뿐, 입양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시설 또한 열악해서 한 철장 안에 여러 마리를 넣어두는데, 전염병에 걸린 고양이 또한 무리에 섞여 있다. 심지어 젖먹이 새끼가 들어와도 따로 분유를 먹여줄 인력이 없어서 고스란히 죽고 만다. 한순간에 아기 고양이를 잃어버리고 며칠씩 이 골목 저 골목 떠돌며 새끼를 찾아다닐 어미 고양이의 마음도 헤아려주시기를…. 그렇게 어미 고양이와 생이별시키고 데려갔다면 제발 책임지고 끝까지 동고동락하기 바란다.

* 한겨레21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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