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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간 함께한 사랑하는 고양이를 안락사 시킨 후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느낀 점은 이렇다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있고 싶어 집에서 고양이를 안락사시켰다.

고양이 윌리엄
고양이 윌리엄 ⓒCOURTESY OF BARBARA CAPLAN-BENNETT

윌리엄은 몸도 크고 마음도 넓은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누구나 세상을 떠난다. 내 사랑하는 고양이 윌리엄도 마찬가지다. 윌리엄을 안락사 시키는 결정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결정이었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남편 폰은 윌리엄이 이미 다 자란 후 입양했기 때문에 정확히 몇 살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14년을 살았다. 그는 길에서 보호소에 의해 구해진 고양이었다. 그는 임시보호를 받다가 우리에게 입양 됐다. 그는 플라스틱 재질 물건은 뭐든 씹고 봤다. 장을 보고 오자마자 빵을 통째로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아침밥을 먹을 때마다 몰래 음식을 들고 도망가곤 했다. 화장지를 마음대로 갖고 놀고 정리함에 마음대로 들어가고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곤 했다. ‘밥 안 주면 다 부술 거야’라는 듯 고양이식 협박을 하기도 했다.

윌리엄은 정말 장난꾸러기였지만 우리 집안에 큰 웃음을 주고 사랑을 전파하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했다. 우리 집 강아지와 숨바꼭질을 하고 야구 게임을 보는 중 갑자기 TV를 공격하기도 했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 모두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는 우리의 또 다른 고양이 베켓과 가장 친한 친구였다. 윌리엄은 편히 앉아서 베켓이 자신을 핥으며 그루밍해 주는 걸 즐겼다. 베켓이 윌리엄 위에 올라타 낮잠을 자도 그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아침마다 둘은 고양이 냥냥펀치를 날리며 우당탕 뒹굴며 놀곤 했다. 윌리엄은 몸도 크고 마음도 넓은 사랑스러운 고양이였다.

나도 그렇고 친구나 지인 또는 부모님 모두 인생의 어느 순간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우리가 그 시간을 알 수 없고 그 시기나 방법을 고를 수도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우리는 안락사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모두 마음 한구석에 그런 두려움이 있을 거다. 나는 윌리엄의 삶을 존중하고 그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 뭘지 선택해야 했다. 

 

고양이 윌리엄과 베켓
고양이 윌리엄과 베켓 ⓒCOURTESY OF BARBARA CAPLAN-BENNETT

윌리엄은 고통과 저항 없이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고 가족 모두 그와 작별 인사할 수 있었다

윌리엄은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몸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치료가 가능했다. 병이 난 후에도 항상 금방 회복했다. 하지만 지난 여름에는 그가 정말 힘들어 했다. 평상시와 달리 혼자 있고 싶어 하는 날들이 길어졌다. 좋아하던 활동에도 점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매주 나와 남편은 윌리엄에 관해 의논했다. ”윌리엄 계속 아픈 건가? 아직 인생을 즐기고 있을까? 앞으로 힘들 날들이 더 많을까?” 우리는 최후의 순간까지 윌리엄의 삶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왔고, 결국 안락사라는 선택을 해야 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중 동물병원 방문은 힘들었다. 동물만 병원에 맡기고 사람들은 무조건 치료가 끝날 때까지 차에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윌리엄을 혼자 두고 안락사를 기다릴 수 없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

다행히 한 수의사가 직접 우리 집에 방문해 안락사를 시행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연히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우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윌리엄을 가장 고통 없이 떠나보내줄 수 있는 제일 인간적인 방법이었다.

안락사 당일, 수의사는 장비와 꽃다발을 들고 방문했다. 솔직히 그 순간, 꽃을 받는 게 약간 짜증 났다. 하지만 다음날 슬픈 와중에 그 꽃이라도 볼 수 있어서 위안이 됐다. 수의사 도착했을 때 윌리엄은 거실 강아지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이러나고 있는지 그가 깨닫기 전에 수의사는 마취제를 놓았다. 나는 비틀 거리면서 이동하려는 윌리엄을 잡고 계단에 앉았다. 수의사가 내가 윌리엄을 앉고 있는 와중에 안락사를 바로 시행할지 여부를 물었다. 남편도 이 모습을 바라봤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앞을 가려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수의사는 내 근처에 앉아 순식간에 윌리엄의 다리에 마지막 주사를 놓았다.

그 순간 그의 생명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윌리엄은 고통 없이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어요. 조금의 저항도 없었어요. 이건 그가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적절한 시기였단 겁니다.” 수의사가 우리를 위로했다. 우리 부부는 윌리엄을 안고 울었다. 하지만 안도감이 느껴졌고 안락사를 결정했을 때 느낀 두려움은 사라졌다. 윌리엄이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는 게 중요했다. 그는 꽤 좋은 인생을 살았고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  

저자와 윌리엄
저자와 윌리엄 ⓒCOURTESY OF BARBARA CAPLAN-BENNETT

나도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평화롭게 안락사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이 와중에 강아지 캘리가 이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었다. 우리가 캘리를 부르자 그는 달려와 윌리엄의 냄새를 몇 번 맡았다. 강아지도 이 상황을 이해했다. 조금 우는 소리를 내다가 고양이 친구가 세상을 떠날 걸 받아들인 듯 보였다.

마지막에는 베켓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다. 윌리엄을 안고 2층에서 자고 있는 베켓을 불렀다. 그는 금방 일어나 내게 달려왔다. 윌리엄의 몸 냄새를 맡고 그의 얼굴에 머리를 비볐다. 베켓도 알고 있었다. 우리 곁에 누워 윌리엄을 바라봤다. 마지막으로 베켓이 윌리엄과 작별 인사를 나눌 시간을 준 후 장례식을 위해 윌리엄을 수의사에게 건넸다. 집에서 윌리엄을 떠나보내길 정말 잘했다. 끝까지 옆에 있어 줄 수 있었고 다른 동물 친구들에게도 작별할 시간을 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모두가 그를 그리워한다. 집이 갑자기 텅 빈 느낌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을 느끼기 보다 윌리엄을 추억하며 웃을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만약 우리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안락사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인간도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내 마지막 순간에 윌리엄처럼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 최악의 고통을 겪기 보다 행복한 기억을 안고 떠나고 싶다. 어쩌면 안락사는 최고의 선물이다. 그냥 숨만 간신히 유지하는 건 살아 있다고 볼 수 없다. 

언젠가 우리도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길 바란다. 마지막 순간을 의미 없이 기다리기 보다 의미 있는 선택을 하고 싶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선택하는 건 축복이다. 여전히 윌리엄이 많이 그립고 그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나 역시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품에서 조용히 숨을 거두고 싶다. 

 

 

 

*저자 바바라 카플란-베넷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사는 작가다. 그의 이메일 주소는 noseworthy2020@gmail.com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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