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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7일 11시 45분 KST

"동물축제는 동물 학살이다", 그래서 이들은 진짜 축제를 열기로 했다

나비축제마저 축제 뒤 나비들은 쓰레기로 폐기된다.

Koichi Kamoshida via Getty Images
전국 86개 ‘동물축제’ 대부분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죽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가하는 내용으로 꾸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를 의뢰한 이들은 "가령 울산 고래축제는 고래를 먹는 축제”라며 ”이는 잔인한 돌고래 학살로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 타이지현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런 방식의 동물축제와 전혀 다른 방식의 대항축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2007년 일본 지바 와다항에서 포착된 고래 해체 장면이다. 

전국 86개 ‘동물축제’ 대부분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죽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가하는 내용으로 꾸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 함평 나비축제에서도 알을 낳거나 번데기가 된 모든 나비가 축제 뒤 쓰레기로 폐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의뢰한 이들은 ”인간에게는 축제이지만 동물에게는 죽음의 카니발”이라며 ‘동물축제’라는 이름의 학살극에 반대하는 대항 축제를 열겠다고 밝혔다. 비판을 넘어 대안적 실물을 드러냄으로써 변화 가능성을 생생한 감각으로 느끼게 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생명다양성재단·시셰퍼드코리아·아름다운커피·리온버스는 오는 7월7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피아노숲에서 ‘제1회 동물의 사육제 - 동물축제 반대축제‘(동축반축)를 공동 주최한다고 26일 밝혔다. ‘동축반축’ 기획단은 ”동물축제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동물은 인간의 이익추구, 욕구추구, 오락, 여가선용의 수단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울대 수의대 천명선 교수팀에 의뢰해 2013년부터 15년까지 전국에서 진행된 86개 축제의 동물 이용 실태를 조사했다며 결과를 공개했다. 이를 보면, 동물 축제의 동물 이용 활동의 84%는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상해를 입혀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는 활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동물에 해를 가하지 않는 활동의 비율은 5%에 불과했다.

동물을 포획하거나 죽이지 않는 축제에 가산점을 줘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 결과 90점 이상을 획득한 축제는 군산 세계철새 축제,서천 철새여행, 시흥 갯골 체험 축제 3개 뿐이었다. 반면 절대 다수 동물 축제는 낚시, 맨손잡기, 포획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동물을 잡아먹는 활동들로 구성된 것으로 조사됐다. 천명선 교수는 ”축제에서 너무 많은 동물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생태라는 이름을 걸고 벌어지는 행사에서 인간이 동물과 맺는 관계가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동축반축 기획단은 이런 조사 결과에 근거해 현재와 같은 동물축제의 문제점을 4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지속불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이다. 기획단은 ”주꾸미 축제는 산란기인 3~5월에 맞춰 열리기 때문에 2017년 주꾸미 개체수는 1998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7년 한해 전국 수산물 축제 방문객 수는 1300만명에 이르렀다”며 ”지금과 같은 형식의 동물축제를 유지한다면,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수많은 종이 급감하거나 멸종하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둘째는 반교육적, 반생태적이라는 점이다. 기획단은 ”이번 조사 결과 동물 축제의 최종 목적은 ‘먹기’이며, 거의 모든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지역과 상관없이 맨손잡기와 동물 체험이라는 점이 밝혀졌다”며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개최된 함평 나비 축제의 하이라이트 역시 나비와 무관한 토끼와 새끼멧돼지 쫓기였다”고 지적했다. 또 ”축제 날짜는 어린이날 및 어버이날에 맞춰져, 나비의 생태 조건은 철저히 무시된다”며 ”그러니 축제의 밤이 지나면 나비는 쓰레기가 된다. 나비가 유일하게 살고 있는 생태관조차 5월 말까지 개장한 다음에 폐관하기 때문에 여기에 알을 낳거나 번데기가 된 모든 나비는 쓰레기로 폐기된다”고 폭로했다. 기획단은 ”부모들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채 아이들에게 약자를 함부로 대하거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방식의 활동을 경험하게 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셋째는 동물축제의 비인도적 양상이다. 기획단은 ”울산에서 진행되는 고래축제는 고래를 먹는 축제”라며 ”이는 잔인한 돌고래 학살로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일본 타이지현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축제장 및 고래 연구센터 바로 앞에 수십개의 고래 식당들이 안정적으로 고래 고기를 공급받고 있다”며 ”약 250마리의 밍크고래를 잡아야 충당하는 수요인데, 혼획으로 매년 정식 유통되는 고래는 80마리 뿐이어서, 나머지는 불법 유통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기획단은 돈만 된다면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방식의 축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2017년 화천 산천어 축제의 경제적 효과는 1299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원래 화천은 바다와 멀리 떨어져 산천어가 자생하지 않는 곳이다. 얼음 아래에는 화천군이 전국 17개 양식장에서 납품받아 축제 이틀 전에 방류한 76만 마리가 갇혀 잡아먹힐 순간을 기다린다. 축제 후 운 좋게 살아남은 산천어는 굶고 상처가 곪아서 이내 폐사되고, 어묵공장으로 보내진다. 기획단은 ”돈되는 축제라고 하지만, 동물 입장에서 보면 인간은 동물의 고통과 죽음을 축하하고 있는 셈”이라고 고발했다.

이런 인식에 기반해 동축반축 기획단은 인간의 말초적 쾌락을 위해 수많은 동물의 고통을 야기시키는 기존 동물축제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축제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동축반축 기획에 힘을 보탠 정혜윤 CBS 피디는 ”아이들이 동물과 눈을 맞추는 경험의 신비를 배우고, 고래는 먹을 때가 아니라 살아있을 때 우리에게 훨씬 더 경이감을 주는 존재임을 배우고, 타자의 죽음과 고통을 축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배울 때, 비로소 우리 모두를 위한 축제가 시작된다. 약자와의 관계가 바뀔 때 모든 것이 바뀐다”고 짚었다.

 

동축반축 기획단

이를 위해 7월7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리는 동축반축에서는 동물로 변장해서 각 동물의 행복과 불행을 게임을 통해 배우는 전 연령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고래·낙지·산천어 등 여러 동물들이 ‘동물당’의 후보가 되어 유세전을 펼치는 내용의 연극도 상연된다. 밴드 ‘허클베리핀‘이 이번 축제를 위해 직접 작곡한 ‘동물의 사육제‘를 선보이고, 밴드 ‘데카당‘과 어쿠스틱 팝 듀오 ‘헤일’의 무대도 마련된다.

이밖에 영장류학자인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 기생충 박사 서민 교수, 경제학자 우석훈씨 등 6명이 릴레이 토크를 통해 동물축제에 색다른 시각을 들이댄다.

동축반축을 7월7일 여는 데도 이유가 있다. 기획단은 “7월5~8일 열리는 울산 고래축제를 겨냥해 안티축제/맞불축제로 대립각을 세운다”며 ″두 개의 전혀 다른 축제 중 당신은 이날 어디로 갈 것인가”라고 물었다.

축제에 앞서 오는 6월28일에는 저녁 7시부터 8시30분까지 천명선 교수와 강양구 지식큐레이터, 허은주 수의사 등이 참여하는 ‘동물축제를 보는 다른 시선’ 토론회가 서울 용산구 ‘테이크아웃드로잉 이태원’에서 열린다. 

토론회와 축제 모두 참가비는 무료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animalcarnival2018)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