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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오늘의 절망감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인터뷰)

  • 박수진
  • 입력 2016.11.24 11:47
  • 수정 2016.11.24 11:56
ⓒThomas Zauchner / EyeEm via Getty Images

한국의 '삶의 질' 지수는 해가 다르게 떨어지고, 사망자 대비 자살률도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에 머문다. "사회적 신뢰감 부족, 생명 존중 의식 희박, 사회 갈등 해결 능력 부족, 단순하고 약한 사회 지지망, 폭력의 일상화" 등이 한국자살예방협회가 꼽은 높은 자살률의 이유들이다.

행복조차 성취해야 할 목표로 취급되고, 저마다 '행복'에 대한 해석도 다른 상황에서 행복을 측정하는 것은 쓸모 없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회 전반에 우울감이 퍼져있는 지금 더 궁금한 주제이기도 하다.

티베트 출신 승려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2002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연구팀이 명상을 많이 하는 사람들, 즉 주로 승려들을 대상으로 뇌파를 측정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라 얻은 별명이다. (참고로 2015년 실험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발표된 사람 역시 티베트 승려였다.)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가 허핑턴포스트를 찾아 진행한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일상에서 평화를 찾는 법'에 대해 말했다.

-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행복'이나 '행복한 상태'에 대한 개념이나 해석이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행복'을 측정하고, 행복에 가까워지려고 애쓴다. '행복'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 나의 경우 'Happiness'를 두 가지로 구분한다.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내적 행복'은 더 오래 가고, 주위에서 행복해질 만한 일이 많이 일어나지 않아도 유지된다.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내면에서 스스로 자라나는 것이다.

'외적 행복'은 커피를 마시거나, 복권에 당첨되거나, 결혼하는 등의 사건으로 생기는 것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외면적인 부분이 부족해 내리막으로 치달았을 때 최저점을 지켜주는 것이 앞서 말한 '내적인 행복'이다.

내리막길이라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가? 그건 확실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같은 내리막길이라도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바뀔 수 있다.

- 모든 의사들이 '스트레스를 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살다보면 지금 당장 바꿀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이 전혀 없을 때도 있는 법이다. 현실에서 바꿀 수 있는 게 도저히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외부에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도 내 마음만은 아직 내 손 안에 있는 것이다. 내면의 평화를 찾으려고, 시도는 해보라. 당신 안에 지혜, 사랑, 자비, 재능 같은 엄청난 것들이 이미 들어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독특하며 엄청난 가치를 지닌 존재들이다.

시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이런 마인드 콘트롤을 통해 90%의 괴로움을 이기고 나 자신과 주변의 좋은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 노력해보라.

나도 어렸을 때 공황 장애를 앓았다. 공황 장애를 이기기 위해, 공황 장애를 부정하기보다는 이 증상과 친구가 되는 법을 택했고, 발작 증상도 극복할 수 있었다.

- 공황 장애와 친구가 되는 법을 알려달라.

= 7- 8살 때 공황 장애를 앓았다. 발작도 일으켰다. 명상을 통해 공황 장애와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웠고 그럼으로써 서서히 증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친구가 되는 일은 처음에는 고통스럽다. 공황 장애란 우울, 두려움, 혼란스러움이 한 데 뭉쳐 아침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에서 깨고, 낮에는 이유 없이 가슴이 뛰는 일의 반복이다.

나는 이런 기분을 느낄 때 그 기분에 대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닌, 나와 별개의 무언가를 본다는 생각으로 거리를 두고 그 기분을 바라봤다. 내가 내 공황 상태를 따로 떨어져 볼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는 공황 상태가 더이상 나의 몸이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게 된다. 공황에 대한 공황. 공황을 느끼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감정 자체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것을 없애는 연습이 되면 나중에는 다시 찾아왔을 때 익숙한 반가움까지 느낄 수 있다. 우울과 두려움을 느낄 때 여기에 엑셀을 걸거나 브레이크를 걸기보다는, 그 감정을 그대로 놔두고, 지켜보며 공황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스스로 그 상태까지 나아간 것이 나에게는 큰 성취였고, 그 성취의 경험이 지금까지 남아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 6년 전에 처음 한국에 왔고, 이번이 두 번째다. 한국 사람들은 6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나?

= 정신 건강과 명상에 관심이 더 많아졌다. 적극적으로 질문도 한다. '어떻게 생각, 감정, 스트레스를 처리해야 하는가' 구체적으로 묻는다.

스마트폰 등으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더 많아졌기 때문에 더 생각과 감정과 스트레스가 많아진 것이다. 마치 24시간 내내 걷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질문에 '균형'을 잡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해준다. 연결을 끊거나 줄이라는 말이 아니다. 내면에 이미 가진 능력과 지혜를 끌어내도록 노력해보라. 일에 관한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너무 결과를 두고 자신에게 모질게 굴지 말라. 오르막도 내리막도 모두 그럴 수 있는 일들이다. 빠른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놓치는 것이 생긴다. 그때 균형이 깨진다.

- 몇 해 전 홍콩에서 '경쟁이 많은 사회에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 경향이 더 강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 일반적으로 보자면 세상은 점점 더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더 연약해진다. 환경이 발달하는 만큼 내면을 발달 시키지 못한다. 명상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 생각이 많아서 명상하기가 어렵다는 사람들이 많다.

= 과도하게 집중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호흡 명상부터 할 수 있다. 몸을 편하게 하고, 호흡이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그걸 이해했다면 언제 어디서나 명상을 할 수 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게 가장 좋다. 일상적인 일들, 회의, 운동, 컴퓨터 업무, TV 보기를 하면서 자신의 숨을 확인하는 일을 때때로 해보자.

잡생각이 든다면 호흡으로 주의를 돌리면 된다. 생각을 일부러 막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찾는 실험의 진짜 의미는 뭔가?

= 타이틀에서 느껴지듯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선정됐습니다!”하고 상을 주는 경쟁이 아니다. 그냥 별명일뿐이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가 FMRI(대형 뇌스캔 의료기기)와 두피에 붙이는 센서 등을 이용해 한번에 몇 시간, 그리고 며칠씩 걸려 뇌파를 측정한다. 나보다는 내 명상 스승들이 더 행복하다.

이 실험에서 얻은 진짜 결과는 '불행을 더 잘 느끼는 화학적 조성의 뇌를 타고났더라도 살아가면서 그런 경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실험 이전에는 타고난 유전자의 영향을 죽을 때까지 받고 살아가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명상 훈련이 된 사람들의 뇌파를 측정해 얻은 결론이다.

- 혹시 자괴감이 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 감정(Affect), 행동(Behavior), 인지(Cognition) 세 가지가 모두 바뀌어야 한다. 이 ABC가 모두 바뀌어야 마음의 상태가 실제로 개선될 수 있다. 괴롭다는 감정 자체에 압도되지 말고, 그 감정을 밖에서 바라보도록 노력해보라.

- 당장 오늘의 절망을 이기는 방법은 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새삼스럽게 감사하는 것(appreciation, gratitude)이다. 특별한 것 말고, 감사할 만한 작은 것 세 가지 정도를 찾아보자. 내가 숨을 잘 쉬고 있구나, 잘 살아 있구나, 설거지도 할 수 있구나, 이런 식으로. 이걸 꾸준히 하면 마음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내 안의 잠재력, 원래 있던 기쁨을 찾는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이게 된다.

*린포체의 답변은 일부 발췌 및 정리됐습니다. 전체 인터뷰 영상은 이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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