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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있다" : 건설 현장에 '천박한 젠더 인식' 지적받은 표어가 또 등장했다

여성 비하는 물론, 산업재해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문구.

부산 시민공원 국제아트센터건립공사 현장에 부착된 안전표어
부산 시민공원 국제아트센터건립공사 현장에 부착된 안전표어 ⓒSNS

부산 시민공원 내 국제아트센터 공사 현장에 여성을 비하하고 산업재해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는 듯한 표어가 붙어 논란이 됐다.

8일 부산 시민공원 북문에 위치한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공사 현장에는 “사고 나면 당신 부인 옆엔 다른 남자가 누워 있고 당신의 보상금을 쓰고 있을 것입니다”라는 안전 표어가 적혔다. 문구 옆에는 이불을 덮은 여성과 돈다발 이미지가 함께 담겼다. 

지난 1월 착공에 들어간 부산국제아트센터의 시공은 ㈜태영건설컨소시움이 맡았다. 시공사 측은 해당 안내판을 이날 오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발견한 시민들은 관할인 부산진구와 부산시에 철거를 요구하며 항의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안내판은 바로 철거됐다.

2016년 당시 대구의 한 건설 현장에 들어선 입간판 내용
2016년 당시 대구의 한 건설 현장에 들어선 입간판 내용 ⓒ전국건설노동조합 제공

문제된 표어는 과거 건설 현장에서도 물의를 빚은 바 있다. 2016년 대구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도 같은 문구가 쓰였고, 전국건설노동조합 측은 해당 건설사인 현대건설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건설노조는 “해당 문구는 여성을 남성에 종속된 것으로 여기며 산재 보상금을 써서 없애는 존재로 묘사해, 재벌 대기업의 천박한 젠더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한 “사용자가 산업안전을 준수해 사고를 예방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면 죽는 것은 노동자이며 그 책임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노동자에게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당시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장 안전표어들이 천편일률적이어서 사내 안전관리자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구를 만들어 작성한 것”이라며 문제의 입간판을 바로 철거했다.

 

이소윤 에디터 : soyoon.lee@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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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뉴스 #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