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부처님오신날이 되면 잊어선 안될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부처님오신날, 1975년 석가탄신일의 공휴일 제정을 이끈 故 용태영 변호사다. 사실상 용태영 변호사가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 전까지 석가탄신일은 평일과 다름이 없는 날이었다. 그 때문인지 오늘 불기 2565년 석가탄신일을 맞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용태영 변호사의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우선 용 변호사는 홍익대 법정 학부를 수료하고 육사 10기로 졸업한 뒤 1956년 제8회 고등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1969년에는 서울 지역 변호사들을 회원으로 하는 ‘수도변호사회’를 설립했으며, 1981년 안민당 총재, 2007년 법조 원로회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평소 취미가 사찰탐방일 정도로 독실한 불자인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그는 1973년 직접 총무처장관인 심흥선 장관을 상대로 ‘석가탄신일 공휴권 등 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고 알려졌다. 불교계는 60년대부터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는 투쟁을 해왔었다. 예수탄신일인 12월 25일 성탄절이 공휴일인 것과 같이 석가탄신일도 공휴권이 있음을 확인, 이를 공휴일로 지정하고 공포해달라는 취지였다.
성탄절만 국가공휴일이 지정됐다는 점에서 ‘종교 편향 논란’이 불거졌으며, 이를 용 변호사가 직접 해결해보겠다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소송은 11차 변론까지 진행된 끝에 1974년 각하, 패소 결정이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 변호사는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소송 요건을 다시 갖춰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갖고 불교계를 중심으로 국민들 사이에서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해달라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대법원의 판결도 나기 이전인 1975년 1월 15일 오전 10시 이원경 문공부 장관이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제정한다’라는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소송 시작한 지 3년 만에 석가탄신일은 공식적으로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용 변호사의 부인, 이경아 여사는 2020년 불교신문 인터뷰에서 ”남편은 소송을 맡은 이후 중앙정보부에 2번 불려갔다가 나왔어요. 변호사라서인지 고문은 받지 않은 듯 몸은 성성해서 나왔지만 상당한 정신적 압박은 받을 듯해요. 워낙 성격이 강직하고 결백해서인지 정부에서도 탄압할 빌미를 잡지 못한 것 같았어요”라고 전해 소송이 계속 되자 정부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워낙 청렴결백한 변호사여서 그를 끌어내릴 빌미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여사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음에도 ”국가공휴일로 지정된 부처님오신날은 이제 불교 신자들만 축하하는 날이 아니게 됐다. 온 국민이 경축하는 날이 된 거죠. 기독교인들이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하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조계사에서도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드리잖아요”라며 석가탄신일의 공휴일 지정을 통해 ‘종교 간의 화합’을 다질 수 있게 되었음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늘로 석가탄신일이 공휴일이 된 지 46년이 되었으며, 용태영 변호사가 별세한 지 11년이 됐다.
황혜원: hyewon.hwang@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