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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유방암 환자 대부분은 항암화학요법이 필요없다는 획기적 연구가 나왔다

″종양학자인 나도 다음 월요일부터 항암치료를 덜 처방할 것이다."

  • 김태성
  • 입력 2018.06.04 17:19
  • 수정 2018.06.04 17:22

한 ”기념비적인 연구” 덕분에 수많은 여성이 고통스러운 항암화학요법(이하 항암치료)을 받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몬테피오레 의료원 연구팀은 가장 흔한 종류의 유방암인 ‘호르몬수용체 유방암’을 진단받은 여성 1만 명의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을 받은 대다수가 따로 항암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한 유명 종양학자는 이번 연구에 대해 ”본질적인 변화”를 초래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경우 연평균 3천에서 5천 명의 여성이 항암치료로 인한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연간 2만 명 넘는 한국의 유방암 환자들에게도 좋은 소식이다).

‘채리티 유방암 케어’는 이번 소식을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올 돌파구”라고 평가했다.

영국에서는 2만 명 넘는 여성이 매년 초기 유방암에 속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HER2 음성, 림프절 음성’ 암을 진단받는다. 

이 중 약 반이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재발 확률을 낮추기 위해 항암치료도 받는다.

그러나 이번 TAILORx 연구에 따르면 항암치료로 실제로 혜택을 본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HER2 음성, 림프절 음성’ 유방암 환자 수는 30%에 그쳤다.

역사상 가장 큰 범위의 유방암 치료 연구로 추정되는 TAILORx 연구 결과는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최초로 발표됐다. 

ⓒPA WIRE/PA IMAGES

런던 로얄 마스덴 병원의 알리스테어 링 박사는 ”유방암 초기 환자 치료에 본질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연구다.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 수가 크게 늘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TAILORx 연구는 Oncotype DX 시험(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환자에게 항암치료가 필요 유무를 예측하는 검사법) 결과를 반영했다. 

Oncotype DX 시험 단계는 다음과 같다.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후 샘플을 추출한다. 그 샘플을 21개의 유전 피지에 비교해 종양이 더 커지거나 퍼질 확률을 계산한다.

총 100점 기준에 재발 수치가 10점 이하로 나온 환자는 항암치료 혜택이 미미하기 때문에 호르몬 치료만 받는다.

26점 이상 나온 환자에게는 항암치료가 효과적인 것으로 추정되므로 그 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수치가 10에서 26점 사이인 경우 - 이 종류 유방암 환자의 대부분 - 환자에 미치는 항암치료의 효험이 늘 의문이었다. 

뉴욕 몬테피오레 의료원이 발표한 TAILORx 연구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위 종류의 초기 유방암을 앓으며 재발 수치가 25점 이하인 50세 이상 여성은 항암치료가 필요 없다.

50세 미만의 경우도 그 수치가 15점 이하일 경우 항암치료가 필요 없다. 호르몬 치료만으로 충분하다.

결론적으로 항암치료는 재발 위험이 모호한 환자(10에서 25 수치)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그 증거로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9년 경과 생존율은 93.8%였지만 항암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생존율은 오히려 살짝 높은 93.9%였다고 밝혔다.

링 박사는 이번 결과가 의료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초기 유방암 치료에 곧바로 반영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매우 중요한 발견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그들이 가장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수술 이후의 치료 과정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종양학자인 나도 다음 월요일부터 항암치료를 덜 처방할 것이다. 항암치료를 처방할 때 그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 것도 큰 성과다.”

‘유방암 케어’의 임상 간호사 전문의 레이첼 라우슨의 말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삶을 바꾸는 돌파구 같은 기쁜 소식이다. 수천 명의 여성이 항암치료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확실한 증거 없이 항암치료를 받을지 받지 않을지를 결정해야 하는 유방암 환자들이 사실 너무나 많다.

″환자는 항암치료로 탈모, 극심한 통증, 불임 등의 극심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 부작용은 환자를 퇴원 후에도 계속 괴롭힌다.”

‘유방암 나우’의 대표 델리스 모건은 이번 연구 결과를 가리켜 ”기념비적인 연구”이며 ”기쁜 뉴스”라고 평가했다. 

모건은 ”맞춤형 유방암 치료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는 의미다”라며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는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항암치료를 처방할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항암치료는 유방암 치료의 절대적인 요소다. 그러나 그 부작용이 워낙 심각하므로 항암치료 효과가 증명된 환자에게만 그런 치료를 받게 하는 게 중요하다.”  

몬테피오레의 임상실험과 부소장 조세프 스파라노가 이끈 이번 연구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다. 

 

*허프포스트UK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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