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3월 27일 14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3월 27일 14시 16분 KST

브라질 시민들이 보우소나루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며 '베란다 시위'에 나섰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약한 독감'에 비교하며 그 위험성을 일축해왔다.

Pilar Olivares / Reuters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항의하는 브라질 시민들이 자택에서 냄비를 두드리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 2020년 3월24일.

″보우소나루는 물러나라!”

브라질 상파울루의 밤 하늘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누군가는 냄비를 꺼냈고, 누군가는 나무 주걱을 들고 나와 소리를 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일축해온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항의 시위의 현장이다. 

시위 장소는 광장이나 거리가 아니라, 발코니였다. 지난주부터 브라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발코니 시위’다. 상파울루 등 일부 지역 정부가 외출과 모임을 금지하자 각자 집에서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파넬라수(panelaço, 냄비 등으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시위) 시위’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시위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

Amanda Perobelli / Reuters
'겁쟁이', '파시스트', '무식한', '집단 학살을 초래하는', '버러지 같은 인간', '범죄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판하는 문구들이 건물 벽에 새겨진 모습.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 3월26일.
Pilar Olivares / Reuters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항의하는 브라질 시민들이 자택에서 냄비를 두드리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 2020년 3월24일.
Miguel Schincariol via Getty Images
지난주부터 시작된 브라질의 '베란다 시위'는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을 비판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로 떠올랐다.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 3월19일.

 

극우 포퓰리스트의 성향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는 ”약한 독감”에 불과하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과잉 반응”으로 규정했고, 일상과 경제 활동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언론이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가짜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는 지난 24일 대국민 연설에서 브라질에서는 이탈리아와 같은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브라질의 평균 연령이 훨씬 젊고, 날씨도 따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운동선수 출신인 저의 경우, 제가 만약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저는 전혀 걱정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아무런 느낌도 없을 겁니다. 아무리 심해도 약한 독감에 불과할 테니까요.” 그가 24일에 한 말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5일에는 이동금지령을 내린 지방 정부를 비난하며 ”다른 바이러스가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희생자를 냈는데도 이런 소동은 없었다”고 했다. ”(이동금지령 등을 내린) 일부 시장과 주지사들의 행동은 범죄입니다. 그들이 브라질을 무너뜨리고 있어요.”

로이터는 그가 5분 동안 이어진 이 연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해왔던 보건장관과는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보건장관을 지지하고 나섰다.

Ricardo Moraes / Reuters
리우데자네이루, 브라질. 2020년 3월18일.
Amanda Perobelli / Reuters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 3월18일.
Amanda Perobelli / Reuters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 3월18일.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아우구스투 엘레누 국가안보보좌관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뒤에도 14일 동안 자가격리를 취하라는 의료진의 권고를 무시하고 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각료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브라질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6일 현재 2915명으로 집계된다. 숫자로만 보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상황이 양호한 편이지만, 지난 일주일 동안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19일 621명에 불과했던 확진자는 매일 40~50%대 증가율을 보이며 이틀 뒤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닷새 만에 3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사람을 더 이상 우리 대통령으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리우데자네이루 교외 레블롱에 거주하는 교사 윌마 두트라 드 올리베이라(56)씨가 가디언에 말했다. ”대통령 자리가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우리에게 지금 대통령이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광대가 있을 뿐이다.”

Amanda Perobelli / Reuters
"보우소나루 퇴진" -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 3월24일.
Adriano Machado / Reuters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약한 독감"으로 치부하며 위험성을 일축해왔다.

 

작가로 활동한다는 마우루 벤투라(56)씨는 ”당장 눈 앞에 닥친 건 코로나바이러스지만, 그가 이 나라를 어디로 끌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훨씬 더 크고 깊은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베이라씨는 보수 성향이 짙은 자신의 동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발코니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그렇게 많은 소음이 나올 줄은 몰랐다. 여기 이웃들이 그렇게 많이 시위에 동참할 줄은 몰랐다. 보우소나루도 아마 예상 못했을 거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퇴직 사회학자 자네트 베사 네베스(69)씨는 ”중산층과 중상류층이 깨어났다”는 말로 가디언에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건 너무나도 합법적 형태의 시위다. 어쩌면 거리로 나갈 수없는 지금으로서는 주요 시위 형태가 아닐까 한다.”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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