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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유력 대선후보가 아들의 '대법원 폐쇄' 위협을 수습하고 나섰다

"군인 2명이면 대법원을 닫기에 충분하다"는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 허완
  • 입력 2018.10.23 15:36
ⓒRicardo Moraes / Reuters

브라질 대선 당선이 유력한 극우 성향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는 대법원 폐쇄를 언급한 아들의 발언을 22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보우소나루의 아들인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루 연방 하원의원의 이 발언에는 맹비난이 쏟아졌고, 대선 경쟁자인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는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주말 동안 소셜 미디어에서는 아버지의 대선 당선을 대법원이 취소한다면 군대가 대법원을 강제로 폐쇄해버릴 수 있다는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루의 지난 7월 발언이 담긴 영상이 폭발적으로 퍼졌다.

호세 안토니우 디아스 토폴리 대법관은 성명을 내고 사법부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며 모든 정부당국은 헌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에서 보우소나루에게 뒤지고 있는 좌파 대선 후보 아다지는 육군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가 일요일에 열릴 대선 2차 투표에서 승리한다면 군대의 강경파가 민주주의 제도를 위협할 것이며 아직 역사가 짧은 브라질의 민주주의를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은 21년간의 군사 독재 끝에 1985년에 민주주의를 받아들였다.

비난이 일자 보우소나루는 분권을 존중한다고 밝히며 34세 하원의원인 아들의 발언과 거리를 두었다.

“아들에게 이미 경고했다. 그건 아들이 책임질 일이다. 아들은 이미 사과했다. 4개월 전의 일이다. 무의미한 질문을 받고 터무니없는 대답을 한 것이었다.” 보우소나루가 SBT TV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사법부는 분명 중요하다. 나는 아들에게 엄하게 대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정신과에 가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적어도 우리에게 있어서 이건 끝난 이야기다.”

그러나 노동자당(PT)의 아다지는 이번 논란을 기회삼아 민주주의가 위기가 처했다고 말했다. 보우소나루가 거의 60%에 가까운 지지를 얻는 설문 조사 결과들이 나와 대선 패배가 점쳐지자, 아다지는 점점 더 심각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가 선거를 하기도 전에 민주주의를 위협할 용기를 가졌다면,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무슨 일을 할 것 같은가?” 보우소나루가 뇌물 수수 혐의로 아다지를 투옥하고 노동자당을 브라질 정계에서 몰아내겠다고 다시 말한 다음날, 아다지 후보가 상파울루에서 한 말이다.

“브라질에 늘 있어왔던 독재의 전통을 우리가 버리지 않으면 … 선거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야당, 판사, 언론인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온 나라에 경고하지 않으면 우리는 위험에 처한다. 물리적 위험도 포함된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보우소나루는 7선 의원이며, 5년에 걸친 경제 및 정치적 위기 후 질서 복구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아다지는 여당인 소속당이 여러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며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대선 출마 전까지 보우소나루는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이어진 군사 독재 지지발언, 여성혐오,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발언에 대한 증오 범죄 기소로 잘 알려져 있었다. 대법원은 인종차별 기소는 무혐의 처리했으나, 동료 국회의원에게 예쁘지 않아 강간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본인은 이 사건들이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했다.

ⓒNacho Doce / Reuters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로가 연방경찰관 시험 준비생들 앞에서 했던 연설 영상에 의하면 그는 대법원이 자신의 부친에게 맞서면 폐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프도 필요없다. 군인 2명이면 STF를 닫기에 충분하다”고 발언했다. STF는 대법원의 약자다.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로는 22일 대법원을 비판하고 판사를 11명에서 21명으로 늘리겠다는 아버지의 제안을 지지하는 새로운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아다지는 이는 현재 판사들을 무효화시키려는 시도임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오랜 기간동안 재임하고 있는 첼소 데 메요 대법관은 성명을 내고 에두아르도 보우소나루를 “쿠데타 선동자”라고 비판했다. 메요는 이러한 “받아들일 수 없는 독재적 시각”은 브라질의 민주적 체제에 위험하며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데 모레스 대법관은 대법원 폐쇄 위협이 국가 안보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우소나로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은 채 “민주주의, 국법, 공화국의 안정은 농담의 대상이 아니”라는 성명을 냈다.

CNT 방송국이 22일 발표한 MDA 설문 조사에 따르면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57%, 아다지는 43%였다. 다른 조사에서도 보우소나루가 59%(Datafolha), 60%(BTG/FSB)를 차지한다는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보우소나루는 지난 10월7일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해 아다지와의 2차 투표가 치러지게 됐다. 최근 수십 년간 브라질의 대선 중 가장 양극화된 이번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보우소나루의 지지자 수만명이 브라질 여러 도시에서 21일 모여 선거전 유세보다는 승리 파티에 가까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반(反) 보우소나루 시위자들의 모임도 20일 여러 도시에서 열렸으나 그 수는 지지자들의 모임보다 적었다. 주로 그에게 반대하는 여성 유권자들의 페이스북 그룹이 조직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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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