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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부유층에 의해 유입된 코로나19가 이제는 빈곤층을 덮치고 있다

브라질 주요 도시에서는 코로나19 유행이 부유층 거주 지역에서 빈곤층 거주 지역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05.07 16:36
(자료사진)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가.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 4월2일.
(자료사진) 브라질 상파울루의 빈민가.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 4월2일. ⓒREUTERS/Amanda Perobelli

리우데자네이루 / 상파울루 (로이터) - 유럽에서 휴가를 보낸 브라질 엘리트들에 의해 유입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이제 브라질의 빈곤층에게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방역이 쉽지 않은 이들의 밀집 거주지역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가 보건당국의 자료를 토대로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포르탈레자 같은 도시들을 분석한 결과, 최근 몇 주 사이에 애초 바이러스 확산세가 발병사태가 시작된 부유한 자치구에서 빈곤층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도시 외곽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변화는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과 동시에 벌어졌다. 브라질의 사망자는 9000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들은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국가인 브라질이 코로나19의 다음 진원이 될 것이라고 지목한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연구자들은 이번주 브라질의 발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자료를 통해 드러난 이 경향은 브라질의 코로나19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로 같은 콘크리트 블록으로 만든 주택으로 구성된 빈곤층 밀집 지역인 ‘파벨라(favela)’들은 식수와 정화 시설, 보건의료 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벨라에서는 마약 갱단들이 사실의 통치 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지방정부의 행정권이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봉쇄 조치를 시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설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그와 같은 봉쇄 조치를 권고하더라도 말이다. 그는 여러 차례 코로나19 우려를 일축하고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지방 정부의 봉쇄 조치를  ‘극단적’이라고 비난해왔다.

(자료사진)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4월2일.
(자료사진)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4월2일. ⓒREUTERS/Amanda Perobelli

 

상파울루 북쪽 끝에 위치한 빈곤층 지역 브라질란디아의 한 주민은 여전히 바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주말 사이 야외 댄스 파티에 수천명이 몰려들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이 지역은 상파울루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곳이다.

시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3월 말까지만 해도 브라질란디아에는 확진자가 한 명 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확진자의 대다수가 서쪽 중심부의 부유층 지역에서 나오고 있었다. 이번주에 나온 최신 자료에 따르면, 67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걸 마치 존재하지 않는 질병처럼 취급하고 있다.” 브라질단디아에서 코로나19로 부친을 잃은 파울루 두스 산투스(43)씨가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경우, 브라질의 발병사태 초기 근사한 마을들인 레블롱, 코파카바나, 바하 다 티주카가 처음으로 타격을 입었다. 3월27일까지 보고된 확진자는 190명에 달했다.

반면 저소득층 거주지역인 캄푸 그란드, 방구, 이라자에서는 당시 확진자가 8명에 불과했다.

지난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빈곤층 지역에서는 66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온 반면 부유층 지역에서는 55명이 감염된 것이다. 로이터는 2만5000명 넘는 확진자가 나온 북동부의 주도 포르탈레자에서도 똑같은 경향이 나타난 사실을 파악했다.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봉쇄 조치를 완화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택대피령(외출금지령)이 실업이나 굶주림으로 바이러스보다 더 많은 생명을 빼앗아갈 수 있는 ”독”이라며 경제 활동 재개를 밀어부치고 있다.

굶주림이 급박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빈곤층 지역에서 격리 조치를 준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리우데자네이루 호시냐의 언덕에 위치한 빈곤층 마을의 커뮤니티 리더 윌리앙 드 올리베이라는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친구들의 이름을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이날(4월29일) 상점과 바에는 사람들이 넘쳐났고, 일상은 거의 예전과 다를 바 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한탄했다.

″경제적 문제는 되돌릴 수 있다.” 올리베이라씨가 말했다. ”하지만 목숨은 되돌릴 수가 없다.” 

(자료사진) 상파울루 최대 빈민가인 파라이조폴리스. 이곳 주민들이 자체 의료 서비스를 위해 고용한 앰뷸런스가 주차되어 있다.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 3월29일.
(자료사진) 상파울루 최대 빈민가인 파라이조폴리스. 이곳 주민들이 자체 의료 서비스를 위해 고용한 앰뷸런스가 주차되어 있다. 상파울루, 브라질. 2020년 3월29일. ⓒREUTERS/Amanda Perobelli

 

한계 상황

포르탈레자 사우 조즈 병원의 감염병 전문의 케니 콜라르스는 빈곤층 지역의 확진 건수는 보고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검사 건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적은 일부 환자들은 치료가 필요한 시점에서 며칠이나 지난 뒤에야 병원에 온다고 그는 말했다.

브라질 빈곤층은 감염될 경우 사망할 확률이 더 높기도 하다. 기저질환이 있는 비율이 높고, 의료 서비스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레블롱에서는 확진자들 중 사망자의 비율이 2.4%에 불과했다. 전 세계적인 추세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보면, 감염자가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이라자에서는 이 비율이 16%에 달했다. 상파울루 브라질란디아에서는 52%라는 믿기 어려운 치명률이 기록됐다.

캄포 그란데의 호샤 파리아 시립병원에서 성인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우구 시몽 박사는 의료시설이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전담 병원으로 지정됐던 병원들에 환자들을 수용할 공간이 부족해지자 그의 병원도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시작해야만 했다.

캄포 그란데의 코로나19 확진 건수는 146명으로 이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가장 많아졌다. 인접한 저소득층 지역 두 곳인 헤알렝구와 방구 역시 리우데자네이루의 160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상위 10개에 들어간다.

″리우의 (부유한) 남부 지역에서 시작됐는데, 그 뒤로 우리 지역으로 왔다.” 시몽 박사가 말했다. ”우리는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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