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06월 08일 17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6월 08일 17시 28분 KST

브라질의 코로나19 재앙이 극단적인 불평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브라질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건 바로 취약계층들이다.

Avener Prado/Especial para HuffPost
상파울루의 코로나19 검사소에서 식량 지원을 기다리는 노숙인들이 줄을 늘어선 모습.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 브라질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지난 목요일(6월4일) 이탈리아를 넘어서면서 미국, 영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아졌다. 보건부는 전날 하루 동안에만 1437명이 추가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 통계는 평소보다 세 시간 늦게 나온 탓에 저녁 뉴스에 보도되지 못했다.

현재 브라질의 코로나19 사망자는 3만7000명을 넘어섰다. 누적 확진자수는 68만명을 넘어 미국(약 195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실제 수치는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래로,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독감’으로 치부했고, 지방 정부들이 도입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비판했으며, 경제를 위해 봉쇄 조치를 해제할 것을 지방 정부들에 촉구했다.

지난 화요일,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죽음이 ”모든 사람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브라질 시민들에게 끼친 영향은 전혀 공평하지 않다.

브라질의 빈곤층과 취약 계층은 예방 조치, 진단검사, 치료, 치명률에 있어서 코로나19로 훨씬 더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보건부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인구당 GDP(국내총생산)가 낮은 브라질 북부와 북동부 지역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발생 비율은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다.

일례로 북부 아마조나스주의 7개 지역에서는 100만명당 300명이 사망했다. 북동부 파라주의 주도 벨렝에서는 인구 100만명당 무려 1016명이 사망했다. 상루이스와 헤시프 등의 지역에서도 사망률이 높았다. 브라질 전체 평균 코로나19 사망자 비율인 100만명당 155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브라질 최대 도시이자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인 상파울루에서도 빈곤층이 훨씬 더 높은 비율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4월21일자 자료를 보면, 상파울루 내에서도 빈곤층 거주지역인 브라질란디아, 사포펨바, 상마테우스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머지 14개구의 환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흑인들의 치명률도 평균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브라질의 흑인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백인에 비해 네 배 높은 확률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이 같은 브라질인들을 놓고 비교했을 때도 흑인의 감염 확률은 백인에 비해 37%나 더 높았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는 브라질 원주민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4월 말까지만 하더라도 28명에 불과했던 원주민 코로나19 사망자는 6월1일이 되자 182명으로 다섯 배 넘게 급증했다.

이같은 수치들은 깨끗한 식수 보급에서부터 격리 공간 확보의 어려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국가물기구(ANA)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에서는 약 3500만명이 깨끗한 식수를 보급 받지 못하고 있다. 물이 없으면 가장 기본적인 코로나19 예방책인 손씻기조차 할 수가 없게 된다.

″이건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다. 전염병은 (사회적) 격차와 정부의 지원 부족을 극명하게 드러내보였다.” 브라질 공중보건협회의 전염병학자 조제 카시우 드 모라으스가 허프포스트 브라질에 한 말이다. ”깨끗한 식수가 부족하고, 비누나 손소독제를 살 돈도 없고, 격리를 취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 등은 코로나19가 퍼지기에 최적의 조건이 된다.”

빈곤층 거주지역인 ‘파벨라’와 그밖의 취약 커뮤니티들에서는 위생용품들조차 쉽게 구하기 어렵고, 밀집된 거주환경 특성상 격리나 거리두기는 불가능하다.

″우리는 기초적인 위생용품들을 기부받아 나눠주고 있다. 일부 가정들은 그것마저도 구입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최대의 파벨라 중 하나인 시다드 드 데우스(신의 도시)의 주민 자치기구 회원인 사만타 메시아드스씨의 말이다. ”우리 지역의 지인에게 위생용품들을 구해다주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걸렸는데 완전히 고립된 채로 필수적인 물품들도 없는 상태였다.”

Avener Prado/Especial para o HuffPost
국경없는의사회 의료진들이 환자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상파울루대학의 하켈 홀니크 교수(도시개발·건축)는 브라질 도시들의 극심한 빈부격차를 이렇게 설명했다. ”기본적인 물품들조차 구할 수 없는 사람이 수백만명이라는 얘기다. 수돗물을 구할 수 없는 노숙인들에서부터 툭 하면 수도 공급이 끊기는 수많은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홀니크 교수는 정부가 취약계층들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을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사회적 고립은 경제적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비공식 경제

대도시의 빈곤층 거주지역에서는 소득 감소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 중 상당수는 노점상처럼 비공식적인 경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공식적으로 고용 계약을 맺지 않은 인구는 3800만명이 넘으며, 이들은 거대한 비공식 일자리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전염병학자 모라으스는 바로 이 사람들이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한다. ”이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가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들의 피해를 완화할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파벨라 주민 메시아드스씨는 ”파벨라에 사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버려져도 되는 사람 취급을 받고 있는 느낌이다. 무척 슬픈 일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전부다 본인 또는 지인 중에 소득을 잃은 사람이 있다. 그게 손톱 관리사든, 미용사이든, 집에서 빵을 구워다가 파는 사람이든, 지금은 일을 못하고 있는 거다. 캔을 주워다가 고물상에 파는 사람들, 세차하는 사람들, 바닷가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전혀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부유층이 거주하는 인근 마을 바하 다 티주카에서 파출부로 일했던 그의 모친도 수입이 끊긴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근로계약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용직인 탓에 그들이 부르지 않으면 돈을 벌지 못하는 거다.” 메시아드스씨가 말했다. ”나 역시도 우리 동네에서 일하는 변호사의 보조로 일하곤 했는데 더 이상 수요가 없어서 일을 그만둬야 했다.”

11살과 6살 자녀를 둔 그는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말한다. ”딸 애의 아빠는 식당에서 일하고, 아들 애의 아빠는 배달 일을 한다. 두 직업 모두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다. 이건 눈사태처럼, 도미노 효과를 가져왔다. 회사들이 먼저 쓰러지고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 뒤를 따라 쓰러졌다.”

브라질의 다른 대도시들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브라질리아의 빈곤층 거주지역 중 하나인 시다드 이스트루투랄에서는 온통 실업률 얘기 밖에 없다.

″모두가 걱정에 빠져있다.” 이 지역 주민 코라키 코엘류씨가 말했다. ”먹는 게 변변치 않으니 건강도 다들 안 좋다.”

그는 사람들이 집에 갇혀있고 싶지 않아한다고 말한다. ”일자리가 없으면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많은 이들이 (연방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인) 볼사 파밀리아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청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몇몇 사람들은 매우 불안해한다. 그게 그 가족들의 유일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브라질 연방정부는 긴급 지원금을 도입해 수백만명이 혜택을 받도록 했다. 비공식 경제에서 일하던 사람들에게는 600헤알(약 14만5000원)을, 부모들에게는 1200헤알(약 29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지급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있었으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 5900만명이 최소한 이 지원금의 일부라도 지급 받은 상황이다.

 

부유층은 코로나19 검사를 더 많이 받는다

브라질에서는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도 거대한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허프포스트 브라질이 입수한 한 연구의 초고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초기에 다수의 시민들이 진단검사를 받지 못한 데에는 경제적 불평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3월25일까지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실시된 코로나19 진단검사의 3분의 2는 민간 검사소에서 이뤄졌다. 검사 비용은 300헤알(약 7만원)에서 690헤알(약 17만원)에 달했다.

브라질에서 처음 코로나19 환자가 확인된 지 4주가 지났을 무렵인 당시, 172개 도시에서는 모두 6만7344건의 감염 의심 사례가 있었다.

연구자들은 ”소득과 진단검사 사이에는 분명한 연결고리가 있었고, 이는 확진자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진단검사에서 큰 사회경제적 격차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연구자들은 누구나 경제적 고민 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브라질의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300만개 넘는 진단검사키트를 보급했다고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180만건의 검사가 실시됐으며, 이는 100만명당 8737건에 달하는 수준이다.

Courtesy Uildeia Galvão da Silva
브라질 북부 마나우스의 한 공공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우일데이아 갈방 다 실바씨.

 

병상이 남아도는 민간 병원과 무너지기 직전인 공공병원

브라질 최고의 공중보건 연구기관 중 하나인 리우데자네이루 ‘오즈왈두 크루스재단’의 연구원 프란시스쿠 브라가는 브라질의 현재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이 모순을 보라. 사람들이 (공공)병원 복도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민간)병원들에서는 병상이 남아돌고 있다.” 그가 허프포스트 브라질에 한 말이다.

상파울루의 민간 병원들은 여전히 전체 병상 중 20~30%  정도의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 병원들은 직원 복지혜택으로 민영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환자들을 받기 위해 병상을 비워두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 인구의 23%는 민간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상파울루에서는 그 비율이 50%인데 북부나 북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10%도 안 된다.” 브라질 최고의 민간 병원 중 하나인 ‘시리우-리바네스’의 관리자로 일하는 곤잘루 베시나 네투 상파울루대학 공중보건학 교수의 설명이다.

이같은 지역적 격차에 따라 북부와 북동부 지역에서는 공공의료 시스템에 훨씬 더 큰 부담이 지워지고 있다. 이 지역의 아마조나스주 등지에서는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의료체계가 무너져내리기 직전이다.

아마조나스주의 주도인 마나우스의 공공병원에서 12년째 응급의학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우일데이아 갈방 다 실바씨는 벌써 몇 주째 매일 같이 코로나19 환자 수백명을 돌보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자신의 일상과 동료 의료인들의 일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매일의 업무가 우리를 몹시 지치게 하고 있다. 신체적으로 한계가 오는 거다.” 몇 시간 동안이나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얼굴에 자국이 잔뜩 남아있는 그가 말했다. ”모든 게 다 고통스럽다. 마스크 때문에 (환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도 없다.”

Courtesy Uildeia Galvão da Silva
하루종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한 뒤의 모습. 얼굴 곳곳에 마스크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는 환자들이 매일 죽음의 고비와 싸우는 모습을 매일 같이 지켜봐야만 했던 지난 몇 주가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두 달 동안 구하지 못한 목숨들이 너무나도 많다. 나처럼 이 분야에서 25년이나 일했던 사람들에게조차 이건 극단적이고 극적인 일이다.” 실바씨가 말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이 환자들을 살릴 수 없다는 걸 안다는 게... 정신적으로 큰 상처가 된다.”

 

* 허프포스트US의 Brazil’s Disastrous COVID-19 Response Exposes Profound Inequalities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