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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에 살아남고, 푸틴에 숨지다" 96세의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푸틴이 주장한 '비나치화 작전'의 현실.

러시아의 폭격에 사망한 보리스 로만첸코.
러시아의 폭격에 사망한 보리스 로만첸코. ⓒYulia Romanchenko/부헨발트 강제 수용소 트위터

세계 2차 대전 속 홀로코스트를 살아남았던 96세 노인마저 푸틴을 버텨내지 못했다. 지난 18일, 96세의 노인 보리스 로만첸코는 러시아군의 하르키우 폭격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CNN에 따르면 독일의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1934-1945년 당시 운영되던 나치의 강제 수용소. 현재는 나치의 잔혹함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관광객을 받고 있다)는 트위터를 통해 로만첸코의 부고를 알렸다. 로만첸코는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를 비롯해 총 네 곳의 유대인 수용소를 거치고도 살아남았던 역사의 산 증인이었다. 

부헨발트 추모식에 참가했던 보리스 로만첸코(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헨발트 추모식에 참가했던 보리스 로만첸코(오른쪽에서 두 번째)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 트위터

계정 관리자는 로만첸코를 기억하며 ”로만첸코는 나치 범죄를 밝히기 위해 부헨발트-도라 국제위원회의 부회장으로 일했다”며, 로만체코의 죽음에 ”망연자실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만첸코의 손녀 율리아는 ”주택가가 폭격당했다는 사실을 18일 SNS를 통해 알았다. 지역민들에게 할아버지가 사는 곳에 대해 묻자 불에 타고 있는 집의 동영상을 보내줬다”며 ”통행금지 시간이 지나 이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바로 할아버지에게 향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율리아가 해당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너무 늦었다고. 율리아는 ”모든 것이 다 전소돼서 창문도, 발코니도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보리스 로만첸코와 손녀 율리아 로만첸코
보리스 로만첸코와 손녀 율리아 로만첸코 ⓒYulia Romanchenko

2차 대전 당시 로만첸코가 구금되었던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는 1945년 4월, 약 21,000명 이상의 수용자들을 해방시켰던 거대한 나치 수용소 중 하나였다. 수용자들의 해방을 도운 미국의 군 관계자는 해당 시설을 ”독일 나치의 잔혹함의 상징”이라 칭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부헨발트에서 냉혹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목숨을 잃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 안드레이 예르마크는 로만체코의 죽음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러시아가 ”‘비나치화 작전’이라고 부르는 일의 현실”이라 밝혔”다. 과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치적인 요소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당화했던 푸틴의 발언을 비꼰 것이었다.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에 수감됐던 보리스 로만첸코의 기록.
부헨발트 강제 수용소에 수감됐던 보리스 로만첸코의 기록. ⓒ독일 아카이브

우크라이나의 외무부장관 드미트로 쿨레바 또한 로만체코의 황망한 소식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범죄”라며 추모했다. 그는 ”히틀러에게 살아남아, 푸틴에게 죽임 당하다”라며 직설적인 문장을 적기도 했다. 

한편 현지시간 21일,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북동부 도시 하르키우는 러시아 침공 이후 계속해서 미사일과 로켓 공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완전히 포위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혜준 기자: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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