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에벌레 보로’를 미리 보았다(감상기)

영화에서 들리는 모든 소리는 한 명의 배우가 연기했다.

단 14분이었다.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14분이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5년 만에 제작한 애니메이션 ‘애벌레 보로’가 3월 14일, 도쿄 ‘지브리 미술관’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애벌레 보로’는 러닝타임이 14분 정도인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럼에도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신이 품고 있는 자연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 그리고 아이들을 향한 메시지,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지브리의 ‘진화’를 모두 담았다.

 

ⓒ2018 STUDIO GHIBLI

 

인간이 보는 세계가 전부는 아니다

주인공 ‘보로’는 주홍서나물 줄기에서 태어난 유충이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보로의 시선에서 자연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리는 동시에 무서움을 체험하게 했다.

 

ⓒYOSHIKAZU TSUNO via Getty Images

 

시사회에 앞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막 태어난 유충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를 상상했다.
초등학생 시절, 식물의 광합성에 배우던 중 유충에게는 광합성의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공기의 입자가 유충에게는 보이지 않을까 했던갑니다. 그리고 유충에게 잎은 젤리 같은 맛이 아닐까, 꿀벌은 지금의 무인공격기처럼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작품이 되었습니다.”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의식할 수 없는 ‘마이크로’의 세계.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세계를 생명력이 넘치는 푸른색으로 표현했다.

이야기의 무대는 어느 주거지역의 공터다. 주인공 보로가 살아가는 세계는 자신의 반경 1미터 정도다. 하지만 이 또한 벌레에게는 매우 넓은 세상이다. 인간의 척도가 세상을 보는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며 세상에는 수많은 작은 벌레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게 이 영화의 핵심적인 포인트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린시절에 읽었던 만화

 

'애벌레 보로'의 이미지 보드 
'애벌레 보로'의 이미지 보드  ⓒKEI YOSHIKAWA / MUSEO D ATRE GHIBLI/ 2018 STUDIO GHIBLI

‘애벌레 보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원령공주’(1997)를 만들기 이전부터 갖고 있던 프로젝트다. 그는 어린 시절 읽은 ‘하늘을 나는 악마’란 만화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 만화에는 벌레를 의인화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명랑한 분위기의 이야기인데도, 벌레들의 현실세계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애벌레 보로'의 계기가 된 만화, '하늘을 나는 악마'
'애벌레 보로'의 계기가 된 만화, '하늘을 나는 악마' ⓒKEI YOSHIKAWA / MUSEO D ATRE GHIBLI/2018 STUDIO GHIBLI
'애벌레 보로'에 등장하는 '사냥꾼 꿀벌' 디자인
'애벌레 보로'에 등장하는 '사냥꾼 꿀벌' 디자인 ⓒKEI YOSHIKAWA / MUSEO D ATRE GHIBLI/2018 STUDIO GHIBLI

 

CG에 도전한 미야자키 하야오

ⓒ2018 STUDIO GHIBLI

‘애벌레 보로’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처음으로 CG에 도전한 작품이다. 주인공 보로의 눈에서 보는 공기의 입자를 포함한 여러 부분에 CG를 사용했다. 보로가 걸어갈 때마다 털이 흔들리고, 다리가 움직이는 부분 또한 CG로 구현한 것이다. CG인데도 손으로 그린 듯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이전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경험할 수 있는 치밀한 배경묘사는 여전하다. 나무잎의 모양과 질감, 두께 등은 매우 사실적이다.

 

모든 소리를 입으로 만든 한 명의 배우 

ⓒ2018 STUDIO GHIBLI

‘애벌레 보로’에는 대사 다운 대사가 하나도 없다. 음악도 엔딩 장면 외에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자연의 소리가 있다. 보로가 식물의 줄기를 오를 때 나는 소리, 신선한 잎을 맛있게 먹는 소리, 적에게 표적이 되어 공포에 떠는 보로가 내는 소리, 곤충들의 날개 소리, 심지어 인간이 자전거를 타는 소리도 나온다. 흥미로운 건, 이 모든 소리가 단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 배우인 타모리다. 한국 관객에게는 ‘기묘한 이야기’의 나레이터로 익숙한 얼굴이다.

 

ⓒFuji TV
ⓒSports Nippon via Getty Images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그에게 수차례 러브콜을 보낸 끝에 실현된 캐스팅이라고 한다. 타모리는 각종 TV프로그램에서 이구아나와 파리를 흉내내거나, 다양한 성대모사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은 엔터테이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타모리가 없이는 이 영화를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벌레 보로’는 3월 21일부터 8월말까지 지브리 미술관에서 상영된다.

*허프포스트JP의 宮崎駿監督の新作『毛虫のボロ』は、タモリの“密室芸”とアニメが融合した新世界すぎてワクワクした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 #애벌레보로 #타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