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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성공이 낳은 뜻밖의 수혜자 : 스페인 감자칩 업체

한국에서 '페인트통 감자칩'으로 불리는 보닐라 감자칩 얘기다.

  • 허완
  • 입력 2020.02.13 15:39
  • 수정 2020.02.13 16:20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네 개의 트로피를 차지한 영화 ‘기생충‘으로 스페인의 한 감자칩 업체가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12일 보도했다. 한국에서 ‘페인트통 감자칩’으로 알려진 바로 그 감자칩을 생산하는 업체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북서쪽 갈리시아주 아르테익소에 위치한 가족기업 ‘보닐라 아 라 비스타(Bonilla a la vista)‘는 지난달부터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파악하게 됐다. 특유의 흰색 감자칩 깡통 ‘인증샷’이 소셜미디어에 쏟아지기 시작한 것.

그 이유는 바로 영화 속 이 장면에 숨어 있었다.

ⓒCJENM
ⓒCJ ENM

 

1932년 창업돼 100여명의 직원을 둔 이 회사의 감자칩은 이미 한국에서 ‘프리미엄 감자칩’으로 꽤 유명하다. 현재 이 회사의 연간 수출량 중 3분의 2(40톤)가 한국에 수출되고 있다. 전체 연간 생산량은 540톤 가량이다.

회사 대변인은 ”감자칩 깡통이 영화에 등장한 건 전적으로 우연이었다”고 말했다. 정식 협찬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우리는 그걸 알아본 친구들과 고객들에게 듣고 난 뒤에야 깡통이 영화에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완전 놀라운 일이었다. 판매량이 엄청 늘었는데 이상하게도 주로 스페인에서 늘었다. 유통사들은 수요에 맞춰야 한다며 제품을 더 공급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이 회사는 창업주인 살바도르 보니야의 아들이자 ”오토바이로 감자칩과 추로스 배달”로 일을 배우기 시작했던 세사르가 87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경영을 맡고 있다.

BBC스페인은 회사 내부 자료를 인용해 생산량이 두 배 늘었고, 스페인 내 온라인 판매량만 따져도 판매량이 150% 증가했다고 전했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35만건의 접속이 몰렸고, 수요 폭증에 따라 최근 추가로 직원을 채용했다.

″집에서 만든 감자칩을 알루미늄 깡통에 담아 마을을 돌면서 배달을 하곤 했다. 그것 말고는 다른 보관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세사르씨가 BBC에 말했다. “30년 전에 내가 공장을 지을 때도 (포장재로) 깡통을 계속 쓰기로 했다. 감자칩이 잘 보존되니까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다.” 

보닐라 감자칩. 원래 발음은 '보니야'이지만, 한국에서는 '보닐라'로 불린다.
보닐라 감자칩. 원래 발음은 '보니야'이지만, 한국에서는 '보닐라'로 불린다. ⓒBonilla a la vista

 

그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자사 감자칩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우리는 항상 좋은 감자와 올리브오일, 바다소금을 써왔다. 뛰어난 맛과 식감이 거기에서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판매량 증가는) 놀랄 만한 일이었다. 오스카 수상작에 등장하는 것보다 더 좋은 홍보가 어디 있겠나. 우리는 2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이런 유행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4년 전쯤 한국의 수입업체가 찾아왔던 때를 회상하며 한국에 ‘페인트통 감자칩’을 수출하게 된 계기도 소개했다.

″세 번인가 네 번인가 왔는데 대화를 나눴고, 협상을 했다. 그들은 다른 공장 몇 곳을 둘러보다가 결국에는 우리에게 왔다. 우리 감자칩을 마음에 들어했던 거다. 거래를 시작하기도 전에 우리는 친구가 됐다.” 세사르가 가디언에 말했다.

안타깝게도 아직 ‘기생충’을 아직 못 봤다는 그는 조만간 꼭 영화를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봉준호 감독에게 감자칩을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분명 그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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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봉준호 #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