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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홍콩 선수 중징계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홍콩 지지 구호를 외친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

홍콩 출신 프로게이머에게 출전 정지 1년과 상금 전액 몰수라는 중징계를 내리게 한 단 8글자짜리 문장(光復香港,時代革命)이다.

사건의 발단

프로게이머 블리츠청(Blitzchung)은 지난 6일(현지시각) 대만 타이페이서 열린 ‘하스스톤 아시아 태평양 그랜드마스터즈’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방독면과 고글을 쓴 채로 ”홍콩 해방,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외쳤다. 블리츠청이 홍콩 시위 지지 구호를 외치자 화면은 곧바로 광고로 전환됐다. 

경기를 주최한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블리츠청이 1년간 하스스톤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도록 선수 자격을 박탈했고 이번 시즌 획득한 상금을 즉각 몰수했다. 경기와 인터뷰가 담긴 VOD 영상 역시 모두 삭제했다. 블리츠청이 ”선수에게 오명을 안기거나 대중의 일부 혹은 단체를 불쾌하게 하고 블리자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다는 게 블리자드 측의 설명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캐스터 두 명 또한 중징계를 받았다. 블리자드는 ”두 캐스터와 협업을 즉시 중단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들이 중징계를 받게 된 건 블리츠청이 ”홍콩 해방” 구호를 외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줬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리츠청

블리츠청
블리츠청 ⓒBLIZZARD ENTERTAINMENT

블리츠청은 경기 이후 인벤 글로벌 측에 ”구호를 외친 건 홍콩 시위에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도록 한 또 다른 형태의 시위 참여에 불과하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보내왔다. 그는 ”지난 몇 달간 시위에 큰 노력을 기울인 바람에 그랜드마스터즈 대회 준비에 집중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라면서 ”내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내 개인의 안전에도 문제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시위에 대해 입을 여는 게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블리자드 보이콧

블리자드가 블리츠청의 자격을 박탈한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는 블리자드 보이콧 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트위터에서는 ‘보이콧 블리자드’라는 해시태그가 한때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고, 블리자드가 중국의 자본에 굴복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줄을 잇기도 했다. 

중국 최대 IT 기업 텐센트가 블리자드 지분 5%를 보유 중인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판 여론은 더 거세졌다. 

블리자드에서 개발자로 일했던 마크 컨은 자신을 ”중국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대만 태생, 한때 홍콩에 거주했던 블리자드 전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계속 이대로 둘 수는 없다. 나는 홍콩을 지지하고 블리자드의 터무니없을 정도로 명백한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반대한다”라고 선언했다. 그는 ”블리자드가 예전의 줏대를 세우고 게이머들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할 때가 왔다”라면서 ”게이머들 역시 일어설 때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미국 상원의원인 마르코 루비오와 론 와이든 역시 블리자드가 중국 공산당에 굴복했다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더했다.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즈 또한 비판에 나섰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9일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게이머와 제작자들이 정치나 인권에 대해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일부 블리자드 직원들은 회사의 결정에 반발하며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데일리비스트에 따르면 액티비전 블리자드 직원 일부는 9일 블리츠청을 지지하기 위해 조기 퇴근한 뒤 시위를 벌였다. 블리자드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는 한 직원은 매체에 ”블리츠청에 대한 블리자드의 조치는 끔찍하지만 그리 놀랍지는 않다”라고 말했고, 또 다른 익명의 직원은 ”정말 실망스럽다”라고 토로했다. 

블록체인 게임 갓즈언체인드(God’s Unchained) 제작사인 이뮤터블(Immutable)은 ”그 누구도 자신의 신념 때문에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라며 ”블리츠청이 받아야 할 모든 상금을 그에게 지급하고 상금 50만 달러 규모의 우리 대회에 초청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이뮤터블은 블리츠청에게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뮤터블의 마케팅 부사장은 10일 블록체인 전문 매체 디크립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이버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 출처를 알아내기 위한 분석을 아직 마치지 못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블리자드의 대응

블리자드 측은 IT 매체 엔가젯에 ”현재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을 뿐 이번 논란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블리자드가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하스스톤 탈퇴 기능을 막았다”라는 설까지 돌기 시작하면서 블리자드에 대한 비난 여론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우 에디터: taewoo.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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