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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과 샌더스가 힘을 모아 한층 진보적인 정책 권고안을 마련했다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해야 한다는 절박한 공통의 목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 허완
  • 입력 2020.07.09 15:22
  • 수정 2020.07.09 15:32
(자료사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동 정책권고안을 마련했다.
(자료사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공동 정책권고안을 마련했다. ⓒASSOCIATED PRESS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측이 다수의 진보 정책들이 포함된 정책 권고안을 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경선에서 맞붙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측과 공동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한 달 넘게 논의해 만든 결과물이다.

민주당의 중도 진영을 대표하는 바이든은 자신의 기존 정책보다 한층 더 진보적인 이 내용들 중 상당수를 대선 공약으로 정식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샌더스에게 쏠렸던 당내 젊은층 및 진보층의 지지를 흡수하고,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는 데 힘을 모으자는 취지에서다.

경선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쟁했던 후보가 공동으로 정책 권고안을 마련하는 일이 그리 흔한 건 아니다. 특히나 두 사람은 정책적으로나 이념적으로 꽤 큰 차이를 보여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힘을 모은 건 민주당 차원의 공통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의 연임을 저지하는 것. 

바이든 측이 제안하고 샌더스 측이 수락해 구성된 공동 워킹그룹은 5월 중순부터 논의를 벌인 결과를 이날 발표한 110쪽짜리 문서에 담았다. 

민주당 내 주류 세력과 중도층, 흑인 등의 지지를 받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기 위해 민주당을 단합시키려고 한다.
민주당 내 주류 세력과 중도층, 흑인 등의 지지를 받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기 위해 민주당을 단합시키려고 한다.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경제, 교육, 형사 사법 제도, 이민, 기후변화, 건강보험 등 총 6개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고, 양측에서 한 명씩 각 TF의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TF별로는 바이든 측이 다섯 명을, 샌더스 측이 세 명을 위원으로 선정했다.

샌더스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서비스노조 위원장, 현대통화이론(MMT)을 주장하는 경제학자 스테파니 켈튼 교수 등을 TF 위원으로 추천했다. 바이든은 존 케리 전 국무장관과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 같은 오바마 정부 인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을 TF 위원으로 선임했다.

바이든 쪽에서 보자면 기존 정책보다 더 진보적인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 15달러 이하를 지급하거나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기업들은 정부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경제), 2035년까지 발전소 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환경)는 등의 내용이다.

반대로 샌더스 측은 대학 등록금 폐지나 학자금 대출 탕감, 전국민 단일 건강보험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 도입 같은 샌더스의 핵심 정책을 이번 권고안에서 제외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각 분야에서 바이든을 조금 더 ‘왼쪽으로’ 이끌기 위한 조정과 타협이 이뤄졌다. 

일례로 이번 민주당 경선 최대 쟁점 중 하나였던 건강보험의 경우, 샌더스 측은 ‘오바마케어’를 손질하자는 바이든의 기존 접근법을 인정하되 저소득층에 대한 공적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는 내용을 권고안에 추가하도록 했다.

샌더스의 공약이기도 했던 ‘메디케어 포 올‘을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프라밀라 자야팔 워싱턴주 하원의원은 건강보험 분야 TF 공동 위원장으로 논의에 참여하면서 ‘메디케어 포 올’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논의 결과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자료사진) 민주당 경선에서 젊은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자료사진) 민주당 경선에서 젊은층과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MANDEL NGAN via Getty Images

 

샌더스는 최종 결과물이 자신의 생각이나 지지자들이 바라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TF가 미국을 ”진보적 방향”으로 이끌고 노동자들의 삶을 ”상당히 개선”시킬 수 있는 ”좋은 정책 청사진”을 도출해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미래 세대를 위한 진정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룰 정책들을 도출해내는 일에 힘을 모아준 샌더스에게 감사를 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공동 워킹그룹 출범 소식이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올지, 아니면 그저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벤트로 끝날 것인지 불분명했다고 전했다.

TF의 공동 위원장들은 틈틈이 바이든 캠프와도 접촉해 조율을 해가면서 합의점을 도출해나갔다. 특히 경제 분야 정책을 논의한 TF에서 험난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NYT는 전했다. 

샌더스의 추천으로 경제 TF 공동 위원장을 맡은 사라 넬슨 승무원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바이든의 정책들을 개선시켰다”고 평가했다. 

샌더스는 ”이 TF의 목적은 바이든 캠프를 최대한 진보적인 방향으로 가게 하는 것이었다”고 NPR에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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