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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의 민주당 네바다주 경선 승리가 압도적이었던 이유

샌더스는 거의 모든 유권자층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며 확고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 허완
  • 입력 2020.02.24 15:42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유세를 펼치고 있다. 오스틴, 텍사즈주. 2020년 2월23일.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유세를 펼치고 있다. 오스틴, 텍사즈주. 2020년 2월23일.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버니! 버니! 버니! 버니!”

22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버니 샌더스가 연단에 오르자 지지자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세 번째 지역이었던 네바다주에서의 승리가 일찌감치 확정된 터였다.

″샌안토니오 시민여러분, 고맙습니다!” 샌더스가 말했다. 그리고는 옆에 선 아내의 손을 번쩍 치켜들며 말했다. ”미국의 차기 퍼스트레이디, 제인 샌더스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2020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을 민주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확고한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샌더스 대 나머지 중도 진영 후보들’이라는 선거 구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샌더스가 22일 네바다 코커스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덕분이다. 벌써부터 샌더스의 대선후보 지명이 유력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샌더스는 47%가 넘는 득표율(개표 88% 기준)을 기록해 21%에 그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두 배 넘는 격차로 따돌렸다.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최소 기준치인 15%에도 미치지 못해 선거인단을 단 한 명도 차지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 세 번째 지역이었던 네바다주에서 경쟁후보들을 압도하는 승리를 거뒀다.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 세 번째 지역이었던 네바다주에서 경쟁후보들을 압도하는 승리를 거뒀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샌더스가 네바다주에서 거둔 승리는 여러모로 큰 의미를 갖는다. 앞서 경선이 실시됐던 아이오와주뉴햄프셔주와는 달리, 네바다주는 비백인 유권자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미국 사회 전체의 다양한 인구 구성이 반영된 사실상의 첫 번째 경선 무대였다는 얘기다.

인종이나 연령대, 성별, 정치성향, 학력 등 유권자를 분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준을 따르더라도 샌더스는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네바다 코커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입구조사에 따르면, 샌더스는 히스패닉 유권자들 중 무려 51%의 지지를 확보했다. 바이든(17%)과 부티지지(10%) 등을 압도한 것이다. 백인 유권자들 중에서도 29%를 얻어 나머지 후보들을 두 배 넘게 따돌렸다.

샌더스는 65세 이하 전연령대에서도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17~29세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무려 65%를, 30~44세 유권자들에게서는 50%의 지지를 얻었다. 45~64세에서도 27%로 각각 17%를 기록한 바이든과 부티지지를 제쳤다. 

샌더스는 또 남성(38%)과 여성(30%), 대졸(27%)과 대졸 미만(40%) 유권자 집단에서도 2위에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서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휴스턴대학교에서 열린 버니 샌더스의 유세에 참석한 지지자들의 모습. 휴스턴, 텍사스주. 2020년 2월23일.
휴스턴대학교에서 열린 버니 샌더스의 유세에 참석한 지지자들의 모습. 휴스턴, 텍사스주. 2020년 2월23일. ⓒMARK FELIX via Getty Images

 

눈에 띄는 대목은 또 있었다. 그동안 민주당 내 주류 중도 진영은 샌더스가 ‘너무 진보적’이어서 본선에서 표 확장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그러나 네바다 코커스의 결과는 사뭇 달랐다.

샌더스는 ‘매우 진보적(전체 응답자의 30%)‘, ‘진보적인 편(전체 응답자의 36%)‘이라고 답한 유권자 집단에서 각각 49%와 29%의 지지를 얻어 다른 후보들에게 크게 앞섰다. 뿐만 아니라 ‘중도 또는 보수적(전체 응답자의 34%)’이라고 답한 집단에서도 24%로 바이든과 동률을 기록했다.

또 샌더스는 코커스에 처음 참여한다는 응답자들 사이에서 38%의 지지를 얻어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기존 참가자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29%가 샌더스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건강보험을 꼽은 유권자들(전체 응답자의 44%)을 살펴보면, 이들 중 38%는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을 공약으로 내세운 샌더스를 지지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등의 이유로 여전히 민주당 내에서도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지만 유권자들은 샌더스의 야심찬 건강보험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버니 샌더스 대 나머지 중도 후보들'의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버니 샌더스 대 나머지 중도 후보들'의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소득 불평등(전체 응답자의 18%)과 기후변화(전체 응답자의 25%)를 각각 가장 중요한 이슈로 꼽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샌더스는 41%와 25%의 지지율로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뉴요커는 네바다에서 샌더스가 거둔 승리가 ”너무 크고 전면적”이었던 탓에 그가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으로 가는 ”확고한 유력주자”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이제는 샌더스와 경쟁하는 중도 후보들이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아니라) ‘언제’ 경선에서 하차할 것인지”의 문제만 남게 됐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이른바 ‘중도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바이든과 부티지지,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미네소타)에 더해 3월 초 경선부터 본격적으로 합류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까지 총 네 명의 중도 유력 주자들이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당분간 계속된다는 얘기다. 샌더스로서는 선두 자리를 굳힐 유리한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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