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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 버니 샌더스는 진보주의자들이 조 바이든을 찍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샌더스는 "모든 민주당원과 무당층 유권자들, 다수의 트럼프 투표자들"에게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20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2020년 8월17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20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고 있다. 2020년 8월17일. ⓒASSOCIATED PRESS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릴 최적의 후보는 조 바이든이라며 11월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던질 것을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근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입니다.” 18일 민주당 전당대회 첫째날 연설자로 나선 샌더스가 말했다. ”우리에게는 전례없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탐욕과 과두제, 고집불통에 맞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운동(movement)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다음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이 필요합니다.”

무소속인 샌더스는 이날 연설에서 특별히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이견이 있더라도 조 바이든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말했고, 바이든이 여러 진보적인 정책들을 채택함으로써 자신의 지지도 얻어냈다고 했다.

″여러분들이 (아내) 제인과 저에게 보내주신 믿음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힘을 모아 이 나라를 대담한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습니다.” 샌더스가 말했다. ”우리의 선거운동은 몇 달 전에 끝났지만, 우리의 운동은 계속되고 있고 매일같이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 우리가 주장했던 구상들은 급진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주류가 됐습니다.”

 

민주당 대의원들 사이에서 샌더스에 대한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샌더스는 민주당 내 열정적인 진보층과 민주당 지도부에 속하는 주류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를 잃은 유권자들에게서 지지를 받아왔다. 반면 중도 성향 민주당원들은 2016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당내 분열을 조장했다며 샌더스를 비판하기도 한다. 샌더스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했고, 지도부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공식적인 당원은 아니라는 점도 일부 당원들의 비판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날 밤, 샌더스는 진보적인 발언의 수위를 낮추고 주류 민주당원들도 공유하는 ‘반(反)트럼프’라는 대의를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를 언급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수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로 사망했음에도 계속해서 과학자들과 전문가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마가 불탈 때 네로 황제는 바이올린을 켰습니다. 트럼프는 골프를 쳤습니다.” 샌더스가 ‘폭군’ 네로 황제와 트럼프 대통령을 비교하며 말했다. ”그의 행동들은 (미국에서) 17만명 넘는 사망자를 낳은 팬데믹을 부채질했고, 미국은 여전히 국민들을 보호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샌더스는 트럼프의 첫 임기를 평가하며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사기”라고 했다. 

“2016년에 트럼프는 근면한 가정들의 편에 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는 ‘정치권의 적폐를 청산‘하고 월스트리트(금융가)와 이해관계자들에 맞서겠다고 했습니다.” 샌더스가 말했다. ”그는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를 지켜내고, ‘모두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진실인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자료사진) 2020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에서 인사를 주고 받는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자료사진) 2020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TV토론에서 인사를 주고 받는 조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ASSOCIATED PRESS

 

샌더스는 바이든이 채택한 진보적 공약들을 소개하는 일에도 연설 시간의 일부를 할애했다. 보편적인 육아휴가 도입, 노조 가입 간소화, 메디케어 가입자격 연령 60세로 하향, 인프라 전환, 민영 교도소 폐지, 현금 보석제도 폐지 등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조 바이든은 트럼프가 만들어낸 혐오와 분열을 종식시킬 것입니다. 그는 이민자들에 대한 악마화를 중단하고,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부추기는 일을 중단하고, 인종주의자들에게 ‘도그 휘슬’*을 불어대는 일을 멈출 것이며, 종교적 혐오와 여성에 대한 끔찍한 공격을 중단시킬 것입니다.”

* 개를 훈련시킬 때 쓰는 호각. 특정한 집단을 향해 은밀하게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일을 가리킨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표현이지만 특정 지지층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의미가 담긴 말을 쓰기 때문에 비판을 피해간다. 일례로 미국에서 ‘주(州)의 권리(state’s rights)‘라는 표현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각 주의 권리’라는 뜻이지만, 특정 집단에서는 제도화된 인종 분리(segregation)와 인종주의를 뜻하는 음어(code words)로 받아들여진다.

 

샌더스의 이날 연설은 2016년 전당대회 당시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후보 지명을 지지하면서 했던 연설보다 800자 정도 짧았다. 전당대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연설에 배정된 시간이 짧아진 탓이다.

그럼에도 4년 전보다 훨씬 더 간결하고 직설적이었던 샌더스의 이날 연설은 샌더스 특유의 간결함이 돋보이는 연설이었다. 2016년 연설에서 트럼프가 미국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던 샌더스는 트럼프가 이미 파괴한 것들을 강하게 규탄했다.

(자료사진)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에서 하차한 뒤 조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은 온라인으로 생중계 된 샌더스의 지지선언 회견. 2020년 4월13일.
(자료사진) 버니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에서 하차한 뒤 조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은 온라인으로 생중계 된 샌더스의 지지선언 회견. 2020년 4월13일. ⓒHandout via Getty Images

 

또 그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 뿐만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가 이번 대선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번 정부에서 권위주의가 이 나라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샌더스가 말했다. ”저는 우리의 영웅들이 목숨을 바쳐가면서 싸우고 이겨냈던 위협들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진보주의자들, 중도파들, 그리고 보수주의자들과 함께 힘을 모을 것입니다.”

″저는 모든 민주당원들, 모든 무당파 유권자들, 다수의 공화당원들에게 제가 지지하는 (바이든을 위한) 이 선거운동에 동참해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샌더스의 말이다.

샌더스와 바이든의 관계는 2016년 대선 당시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의 관계보다 훨씬 좋은 편이다. 샌더스도 의회에서 오랫동안 함께 활동하면서 바이든과 더 탄탄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을 시인한 바 있다. 샌더스 선거캠프 직원들 중 일부는 샌더스가 바이든과의 인간적 관계 때문에 경선에서 ‘더 세게’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제기했을 정도다.

샌더스는 자신이 바이든과 의견을 같이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면서도 백악관에 입성하는 ”첫 날부터” 싸움에 임할 준비가 되어있는 인물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

″동지들께, 그리고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을 지지했던 모든 지지자들에게,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던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가, 우리 경제의 미래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미래가 (이번 대선에) 달려있습니다.” 샌더스가 말했다. ”우리는 힘을 합쳐야 합니다.”

 

* 허프포스트US의 Bernie Sanders Makes Case For Supporters To Unite Behind Joe Bide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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