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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7월 21일 17시 56분 KST

"남은 두 마리도 방류해야 한다" 여수에서 12살 벨루가 '루이'가 좁은 수족관에서 숨졌다

나머지 두 마리인 루오와 루비는 아직 수족관에 남아있다.

Cindy Prins via Getty Images
벨루가 (자료사진.) 

 

전남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관리 중이던 벨루가(흰고래) 한 마리가 20일 새벽 폐사한 것이 알려지면서 국내 수족관에 남은 고래들을 자연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보유 중인 세 마리 벨루가 가운데 한 마리인 수컷 벨루가 루이(12살)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사인 파악을 위해 해양수산부 고래연구센터와 서울대가 공동조사하고, 서울대 수의학과가 부검할 예정이다. 폐사한 벨루가 루이는 루오(수컷, 11살), 루비(암컷, 10살)와 함께 2012년 여수 한화 아쿠아플라넷으로 수입된 벨루가이며, 나머지 두 마리는 수족관에 남아있다.


“연구용 반입…9년간 상업적 목적으로 전시”


20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여수의 벨루가 세 마리는 2012년 4월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반입됐다. 야생에서 포획된 벨루가들은 러시아 틴로(TINRO) 연구소 중개로 국내에 반입돼 여수세계박람회장에 전시된 뒤 현재까지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위탁 관리 되어왔다.

동물자유연대는 “당시 한화 아쿠아플라넷은 2012년 여수박람회를 앞두고 연구 목적으로 벨루가들을 반입했다고 밝혔으나, 실제로 지난 9년 여간 상업적 목적의 전시 관람용으로 이용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핫핑크돌핀스는 21일 ‘한화는 벨루가를 방류하라’는 성명서를 통해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벨루가 폐사는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현장 조사 당시, 여수의 벨루가들은 면역력 저하로 인한 피부병을 앓고 있었다. 좁은 사육환경으로 인한 척추 만곡 우려도 높았다”고 전했다.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여수의 주수조 수표면 면적은 165㎡로, 보조 수조(30㎡)를 포함해도 전체 수조 면적이 200㎡가 되지 않아 국내 고래류 수족관 가운데 가장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조 깊이 또한 7m로 몸길이 5m에 달하는 벨루가에게는 너무 얕은 수준이었다.

한겨레/핫핑크돌핀스 제공
국내 고래류 사육시설 현황


또한 합사 과정에서 수컷 벨루가 2마리가 지속해서 암컷 벨루가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져 현재까지 격리 사육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암컷 벨루가 루비가 격리된 보조 수조는 면적이 30㎡로 환경부가 마련한 고래류 사육법적 기준(큰돌고래 기준 면적 84m²)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좁은 공간이다.

여수 벨루가들의 사육환경에 대한 우려는 과거에도 제기됐다. 2015년 고래연구센터는 ‘한·러 해양포유류 공동연구’ 보고서에서 “좁은 보조 수조 내에 장시간 수용 중인 암컷 벨루가에게서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 축척, 피부병 발생 등의 문제가 감지됐다. 좁은 수조에서 사육되는 흰고래 일부에서 척추 만곡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좁은 수조에서의 사육은 일시적이어야 한다”고 적했다.


롯데월드, 2마리 폐사 뒤 방류 결정


핫핑크돌핀스는 연구용으로 반입되는 벨루가들 또한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포획된다고 지적했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2014년 러시아 오호츠크해에서의 벨루가 생포 현황 보고서를 보면, 수출용 벨루가 81마리를 포획하는 과정에서 34마리의 벨루가가 죽임을 당한다. 세계 각지의 수족관에 전시 및 공연용으로 수입된 벨루가들은 실은 잔인한 포획 과정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어린 개체들”이라고 전했다.

거제씨월드 누리집
경남 거제씨월드는 돌고래나 벨루가의 등에 사람이 타거나, 입을 맞추는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사실이 알려지며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벨루가는 모두 10마리로 지금까지 3마리가 폐사해 7마리가 남아있다. 앞서 두 마리의 벨루가가 폐사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지난해 10월 남은 한 마리 벨루가를 자연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5일 아쿠아리움은 벨루가 방류를 위한 기술위원회를 발족하고, 2021년까지 벨루가를 방류적응장으로 이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벨루가 4마리를 보유하고 있는 경남 거제씨월드 또한 최근 폐쇄 여론이 일고 있다. 거제씨월드는 돌고래나 벨루가의 등에 사람이 타거나, 입을 맞추는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사실이 지난달 뒤늦게 알려지며 동물학대 논란에 부딪혔다.(▶미국도 퇴출 ‘돌고래 서핑’…거제씨월드는 왜 상품화했나) 거제씨월드는 해당 체험을 중단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시민사회단체의 요구에도 프로그램을 지속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해 현재까지도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동물단체들은 지금이라도 또 다른 벨루가의 죽음을 막기 위해 남아있는 벨루가들의 자연방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물자유연대는 “벨루가 죽음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적절한 환경과 이로 인한 벨루가의 고통에 있으며, 벨루가의 고통을 알고도 수익만을 쫓던 한화와 해양수산부에 그 책임이 있다”며 “한화와 해양수산부는 남은 두 마리의 벨루가 자연방류 계획을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벨루가(흰고래)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근접종으로 자연상태에서는 수심 700m 아래까지 잠수하며 복잡한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또 다른 죽음 막기 위해 방류해야”


한화 아쿠아플라넷 관계자는 21일 “벨루가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사인 규명에는 최소 2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벨루가 방류 여론에 대해서는 “수족관 생물들은 모두 여수세계박람회재단 소유로, 한화 아쿠아플라넷은 위탁 관리하는 형태다. 방류 등은 해양수산부와 재단 쪽과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할 사항이며 현재 사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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