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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비서실, ‘다이빙벨’ 표 매입해 상영 방해

세월호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공작의 서막이었다. 13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세월호를 다룬 예술작품들은 당시 청와대에서 우선 척결해야 할 적이었음이 분명히 드러난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뒤 정부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초강경 방침을 세운다. 조사위 쪽은 “당시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과 당시 문체부 장차관 등의 진술을 통해 참사에 대한 시국선언에 참여하거나 정권 퇴진운동에 앞장서는 단체를 반정부적 단체로 보는 분위기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실장은 참사 전인 2014년 1월 각 부처 산하의 시민사회단체 및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실태 전수조사를 지시하고, 문제 단체 지원을 배제하기 위한 ‘민간단체보조금 티에프’를 운영중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4월 참사 뒤 더욱 확대돼 그해 5월 말, ‘문제 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방안’이라는 티에프 보고서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해 추진을 승인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청와대는 보고서에 적시된 3천개의 ‘문제 단체’와 8천명의 ‘좌편향 인사’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보완으로 감시 체계를 가동했다. 조현재 전 문체부 1차관은 이와 관련해 조사위에서 “당시 청와대는 참사 뒤 정부에 대한 문화예술계의 저항, 비판이 굉장히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 사람들에 대해서는 절대 지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윗선의 지시였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문제가 부상한 2014년 하반기에는 문화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정책이 더욱 강경해졌으며, 김 전 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세월호 관련 예술작품과 문화예술인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은 “세월호 7시간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가 아니라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고 김 실장이 더욱 강하게 반대세력 배제와 우파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비서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담은 다큐 영화 <다이빙벨>이 부산영화제에 출품작으로 선정되자 무려 26건의 보고를 받는 등 상황을 계속 점검했고, <세월오월>의 작가 홍성담씨에 대한 국정원·경찰의 사찰도 독려했다. ‘다이빙벨’ 상영관 좌석을 매입해 상영을 방해한 정황도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 업무수첩을 통해 확인된다. 대통령비서실 쪽은 영화제 홈페이지에 상영정보가 올라온 것을 늦게 파악했다는 이유만으로 문체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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