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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잔에 따를 때 얼마나 많은 거품이 생길까? 거품량을 결정하는 것은 '유리잔'에 달려있었다 (연구 결과)

길쭉한 유리잔이 더 큰 거품을 만든다.

맥주는 물, 차에 이어 세번째로 많이 마시는 음료다.
맥주는 물, 차에 이어 세번째로 많이 마시는 음료다. ⓒ픽사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알코올음료 가운데 하나인 맥주는 수천년 역사를 갖고 있다. 2018년 이스라엘 한 동굴에서 1만3000년 전 맥주 양조장 흔적이 발견된 것에 비춰 보면 인류 문명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 온 음료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전 세계 생산량이 약 2000억리터, 시장 규모는 6000억달러에 이른다.

맥주는 일반적으로 맥아, 홉, 효모, 물 4가지 성분으로 만들어진다. 효모 발효 과정에서 알코올, 당분과 함께 맥주의 대표적 특징인 거품(기포)을 일으키는 이산화탄소가 생성된다. 보통 맥주에는 1리터당 5g의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다. 샴페인(1리터당 8g)에 비하면 다소 적은 양이다. 음료를 마실 때 탄산의 맛을 느낄 수 있으려면 1리터당 1.2g 이상은 있어야 한다고 한다.

 

500㎖ 유리잔에 250㎖ 병맥주 따르니 최소 20만개, 최대 200만개 거품 발생 

맥주를 잔에 따를 때 얼마나 많은 거품이 생길까? 프랑스 라임스상파뉴에르덴대 연구진이 최근 미국 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에이시에스 오메가’(ACS Omega)에 맥주 거품 수를 측정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500㎖ 잔에 250㎖ 병맥주를 따를 때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내는 거품은 적게는 20만개, 많게는 200만개에 이른다.

유리잔 안쪽 표면에 미세한 틈이 많을수록 거품이 잘 생긴다.
유리잔 안쪽 표면에 미세한 틈이 많을수록 거품이 잘 생긴다. ⓒ픽사베이

연구진이 거품 실험에 사용한 맥주는 권장 음용 온도인 섭씨 6도 냉장고에 48시간 이상 보관한 알코올도수 5도짜리 250ml 라거 병맥주(하이네켄)다. 연구진은 우선 500㎖ 유리잔을 비스듬하게 기울인 뒤 250㎖들이 병맥주를 땄다. 이어 맥주를 잔에 따르기 직전과 직후 두 차례 맥주 속에 녹아 있는 이산화탄소 양을 측정했다. 그런 다음 기존 계산 모델에 근거해 맥주가 만들어낼 거품 수를 계산했다.

연구진 설명에 따르면 거품 수는 어떤 상태의 유리잔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리잔 안쪽에 난 미세한 틈이나 구멍이 지름 1.4마이크로미터(1마이크로미터=0.001㎜)이상이면 거품이 더 잘 생긴다. 연구진은 유리잔의 미세 구멍이 1~10마이크로미터 사이에서 크기가 다른 여러 경우들을 가정해 거품 수를 계산했다.

연구를 이끈 제라르 리제-벨레르(Gérard Liger-Belair) 교수(화학물리학)는 과학미디어 ‘뉴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유리 안쪽 표면이 완벽하게 매끄럽다면 거품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품 크기와 양은 유리 표면에 난 미세한 틈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세한 틈이 많을 수록 거품이 많이 생긴다.

맥주 거품(왼쪽)과 샴페인 거품이 상승하면서 커지는 모습. 샴페인 거품이 훨씬 크다
맥주 거품(왼쪽)과 샴페인 거품이 상승하면서 커지는 모습. 샴페인 거품이 훨씬 크다 ⓒ한겨레


잔이 길쭉하면 거품이 올라가면서 더 커져

거품 크기와 수를 결정하는 또하나의 요인은 유리잔의 높이다. 길쭉한 유리잔이 더 큰 거품을 만든다. 리제-벨레르 교수는 “이는 거품이 유체의 표면을 향해 상승하면서 크기가 커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맥주를 따를 때 유리잔을 기울이면 이 높이가 낮아져 거품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샴페인과 맥주의 이산탄소 용존량 차이로 샴페인 거품이 맥주보다 더 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맥주의 거품 크기는 표면에 도달할 때 약 0.5㎜, 샴페인은 약 1㎜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리제-벨레르 박사는 2001년 샴페인 거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20년째 거품 역학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앞서 2014년엔 샴페인 거품 수를 계산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권장 음용 온도 10도에서 알코올도수 12.5도인 샴페인 100㎖를 좁고 길쭉한 샴페인 전용잔(플루트) 중앙을 향해 수직 방향으로 따를 경우 약 100만개의 거품이 생긴다는 계산이 나왔다. 그의 실험에 따르면 샴페인의 기포는 최대 10㎝까지 치솟으며, 샴페인을 쿠페(넓적한 컵)에 따를 경우 플루트에서보다 기포가 3분의1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그는 “작은 잔 안에서 덧없이 흘러가는 거품의 일생의 모든 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 침전된 입자 안에서 핵을 형성한 거품은, 액체 표면을 향해 상승하면서 성장하고, 표면에 도착해 마침내 아름다운 모습으로 폭발한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거품의 각 단계는 더 나은 시음을 위한 거품역학을 이해하고 개선하기 위해 특별한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일맥주보다 라거맥주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에일맥주보다 라거맥주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픽사베이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맥주는 맥주 안에 포함된 탄소보다 생산 과정에서 방출하는 이산화탄소가 훨씬 더 많다. 2018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진이 맥주 축제에서 발표한 측정 결과를 보면, 해외에서 생산한 맥주의 경우 500㎖당 탄소배출량은 692~759g이다. 국내산은 642~709g, 자가 수제맥주는 370~437g이다. 에일맥주보다 라거맥주 생산과정에서 더 많은 탄소가 나온다.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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