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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14일 17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14일 17시 32분 KST

바닐라향, 상큼한 맛이 매력적인 벨기에 밀맥주

맥주 칼럼니스트가 들려주는 맥주 이야기

huffpost

고수 씨앗와 오렌지 껍질의 향긋함, ‘벨지안 화이트’

 대형마트나 바틀샵등을 가보면 수많은 맥주를 접할 수 있다. 맥주의 장르구분은 전통적으로 가장 간단하게 발효방식에 따라 나뉜다. 저온으로 숙성하는 라거(Lager)와 고온으로 숙성하는 에일(Ale)로 나뉘어지는 이 카테고리는 시간이 흐르며 더욱 다양하게 분화되고 개량되어 왔다.

맥주의 양조는 그 지역 혹은 문화권의 영향에 따라 발효방식이나 양조과정의 전반적인 공정이 다르게 발전되어 왔는데 그 문화권에서 주식으로 사용되거나 풍족하게 재배되었던 작물과 그 지역의 맥주문화는 깊은 연계성을 가진다.

맥주의 양조는 그 지역 혹은 문화권의 영향에 따라 발효방식이나 양조과정의 전반적인 공정이 다르게 발전되어 왔는데 그 문화권에서 주식으로 사용되거나 풍족하게 재배되었던 작물과 그 지역의 맥주문화는 깊은 연계성을 가진다.

오늘은 유럽과 중동지방에서 주식으로 자리잡아 4000여년 전에는 중국에까지 전파되었던 밀(Wheat)로 만든 맥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밀맥주는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사랑받는 맥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유의 향긋한 바닐라향과 먹음직스럽게 뽀얀 외관, 상큼한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인 밀맥주(Wheat Beer)는 워낙 방대한 맥주의 장르라 몇 편에 걸쳐 나누어 이야기 하려고 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벨기에 밀맥주 (Belgian White)이다.

독일맥주와 다르게 걸어온 길, 벨지안 화이트(Belgian White)

- “맥주는 맥아, 홉, 그리고 정제수로만 만들어야 한다” (1487, 맥주순수령)

- 밀맥주에 들어가는 50%이상의 밀맥아 이외의 부재료는 첨가가 불가능

- 벨기에에서 시작된 ‘부재료가 첨가된 밀맥주’

맥주 순수령 제정 450년 기념우표

벨기에 밀맥주 이야기를 하기 위에서는 독일맥주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 한다.

독일에는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라인하이츠거보트)”이라는 개념이 있다. 맥주 순수령은 1487년 바이에른의 공작이 맥주를 주조할 때 사용되는 원재료에 대한 명시를 담은 법령인데, 홉과 정제수, 그리고 맥아만을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이를 어기고 다른 재료(부재료)를 넣어서 맥주를 양조하게 되면 세금을 물었는데 밀 역시도 원칙적으로는 예외가 아니었다. 비록 밀맥주는 맥주순수령을 거스르는 맥주였지만 이는 서민이 아닌 귀족들이 즐겨 마시던 맥주이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통용되었고 밀맥주는 “밀 맥아의 함유량이 50%이상인 맥주를 지칭하는 단어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밀맥주가 독일의 맥주 순수령의 칼날을 피해갔다고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재료는 넣을 수 없었다. 밀맥아를 다루는 것은 보리맥아를 다루는 것보다 어렵다. 부자재를 활용해서 다양한 캐릭터를 뽑아낼 수도 있었지만 독일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벨기에에서는 가능한 일이었다.

고수와 오렌지 껍질의 풍미로 상징되는 벨지안 화이트(Belgian White)

- 각종 부재료를 넣은 밀맥주가 발전한 곳

- 라거 타입 위주의 한국 맥주시장에 부는 밀맥주의 향긋한 바람

맥주순수령을 지켜야 하는 독일과 달리 벨기에에서는 다양한 방식의 부재료를 넣어 발효시키는 맥주의 제조가 이루어졌다. 그 중 벨지안 화이트를 상징하는 부재료는 고수(Coriander)와 오렌지 껍질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재료가 발효되면서 상쾌한 꽃향기, 미묘하게 느껴지는 산미, 부드러운 바닐라향의 캐릭터가 올라오며 이러한 독특한 맛과 향기는 라거타입의 맥주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한국 맥주시장에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옅은 부드럽고 달콤한 바닐라향, 미세하게 느껴지는 상큼한 과일의 산미, 먹음직스럽게 뽀얀 밝은 황금빛 외관, 거슬리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마우스필, 과하지 않은 도수.

물론 밀맥주 뿐만 아니라 무수히 많은 장르의 훌륭한 맥주들이 발전한 맥주의 고향인 벨기에지만 유독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밀맥주를 추천한다.

다른 나라의 다른 종류의 밀맥주들도 많지만 한국에서 가장 경쾌하게 즐길 수 있는 밀맥주 중 하나인 벨기에의 밀맥주, 벨지안 화이트(Belgian White) 제품들을 소개해본다.

한국에서 즐길 수 있는 벨지안 화이트 (Belgian White / 벨기에 밀맥주)

1. 호가든 / Hoegaarden

‘밀맥주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에르 셀리스(Pierre Celis)를 먼저 소개한다. 피에르 셀리스는 애칭인 ‘호가든 할아버지’라고도 불리우는데 그가 바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맥주인, 한 때는 국내에서 OEM생산도 했던 호가든(Hogaarden)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고수 씨(Coriander Seed)와 오렌지껍질(Orange Peel)을 이용한 레시피로 맥주를 만들어 1966년에 셀리스 브루어리(Celis Brewery)를 설립한다. 좋은 평가와 폭발적인 반응으로 성장하던 샐리스 브루어리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는 벨기에가 아닌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 ‘우여곡절’에 대한 내용은 아래에 따로 소개할 예정이다.)

꽃향기가 아주 달콤하게 풍기고 여러 풍미가 조화롭게 섞여있다. 진득한 바디감도 훌륭하다. 여러 장점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아주 높고 가격도 굉장히 저렴하다.

2. 셀리스 화이트 (InBev Belgium / Celis White)

호가든은 생산하는 셀리스 브루어리는 1985년에 화재로 양조장이 불타게 된다. 정상적인 양조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피에르 셀리스는 초국적 맥주기업인 AB인베브의 전신이 되는 인터브루에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그러나 인터브루는 피에르 셀리스의 레시피를 멋대로 수정하게 되고 이 부분에서 피에르 셀리스는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다고 한다.

결국 피에르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또 다시 셀리스 브루어리 (Celis Brewery)를 만들고 호가든의 원형이 되었던 레시피로 만들게 된 맥주가 바로 이 셀리스 화이트 (Celis White)이다.

화사하고 상쾌한 꽃향기가 인상적인 부드러운 밀맥주이고 풍성한 거품(헤드)이 특징이다. 도수도 낮은 편이라 가볍게 마시기 좋은 음용성 좋은 맥주라고 평가받고 있다.

3. 세인트 버나두스 위트 (St. Bernadus Wit)

세인트 버나두스(St. Bernadus)는 벨기에의 오래된 수도원이다. 이 곳에서는 오래전부터 일명 “수도원 맥주”라고 불리우는 트라피스트(Trappist) 인증이 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트라피스트 맥주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글로 쓴 적이 있는데, 트라피스트 맥주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QC(Qualitu Control, 품질관리)를 통한 최고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는 양조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치밀하고 과학적인 프로세스로 고전적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브루어리라고 할 수 있다. 세인트 버나두스의 맥주들은 거의 모든 제품들이 맥주 평가사이트인 www.ratebeer.com 에서 100/100의 점수를 받고 있다.

이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고 실력좋은 브루어리가 피에르 샐리스를 정중히 모시게 된다.

수도원 담장 밖에서 반드시 수도승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규율을 쥔 손 마저도 느슨히 풀 정도로 피에르 샐리스, “호가든 할아버지”는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세인트 버나두스 위트(Saint Bernadus Wit)는 피에르 셀리스가 세인트 버나두스와 공동으로 양조한 맥주이며, 이 맥주 라벨에는 ‘Pierre Celis Signature Selection’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입에서 달콤한 풍미가 퍼지면서 약간의 새콤함과 부드러운 향기가 인상적인 맥주다.

벨기에 밀맥주 장인의 딸, 크리스틴 셀리스(Christine Celis)

2011년 피에르 셀리스는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그의 딸인 크리스틴 셀리스(Christine Celis)가 셀리스 브루어리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