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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종류의 홉으로만 만드는 맥주, 싱글 홉 IPA

맥주 칼럼니스트가 들려주는 맥주 이야기

ⓒhuffpost

한 종류의 홉(Hop)으로만 맥주를 만들어야 하는 도전

홉(Hop) : 삼과의 식물로 솔방울을 닮은 황록색 꽃이 맥주의 원료로 쓰임

맥주의 맛을 결정짓는 요소들은 무수히 많다. 우선 맥주의 토대가 되는 물의 종류가 맥주맛의 결과를 크게 좌우할 것이며 맥주(麥酒)라는 한자에도 나와있듯이 주재료인 맥아(싹을 틔운 보리를 말린 것, Malt)의 품종과 품질 역시도 중요하다. 그리고 발효의 키를 쥐고 있는 효모(Yeast)의 컨디션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물론 발효가 되는 과정에서의 온도와 습도 등도 맥주의 맛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원재료의 종류와 컨디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효방식에 따라서도 맥주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10도정도의 저온에서 효모를 아래로 가라앉혀 발효를 시키는,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세계 맥주시장의 대부분을 점유중인 라거(Lager) 타입도 있고, 20도 남짓의 상온에서 효모를 위로 띄워 발효를 시키는 에일(Ale) 타입의 맥주로도 구분할 수 있다.

이렇듯 맥주를 맛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소들 중 오늘은 주로 맥주의 “쌉쌀한 맛”으로 표현되는 홉(Hop)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홉(Hop)은 맥아(Malt)를 뜨거운 물에 넣어 당화(糖化)시켜 끓이는 과정에서 투입된다. 물론 보일링(Boiling) 과정이 끝난후 홉을 넣는 드라이 홉핑(Drying Hopping) 공법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보일링 과정에서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살균효과와 더불어 쌉쌀하고 특유의 향을 갖는 맥주 캐릭터가 탄생하게 되는데 보통은 몇 가지의 홉을 섞어서 넣는다. 심지어 10가지가 넘는 홉을 넣어 풍성한 기교를 뽐내는 맥주들도 많다.

화려한 장식과 데코레이션 없이 담백하게 단일 재료로 음식을 내어오는 식당만이 가진 매력이 있듯이 맥주 역시도 하나만의 홉을 써서 설계한 매력적인 분류가 있다. 화려하고 변칙적인 기교없이, 어쩌면 리스크를 안고서 한가지 홉(Hop)으로만 빚은 맥주인 싱글 홉 IPA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한 가지 홉(Hop)으로 향, 맛, 비터를 동시에 설계하는 미션

싱글홉 IPA는 교육용이나 수업용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그 홉이 가진 특유의 풍미와 특성을 가장효과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에 브루어에게는 홉을 다루는 기술을 가장 발전시킬 수 있는 맥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예를들어 단순히 비터(Bitterness, 맥주의 쓴맛)를 위한 홉 같은 경우에는 값싸고 특징이 적은 홉으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므로 향과 맛 그리고 비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홉을 각각 조합해서 섞으면 설계가 상대적으로 쉽다.

하지만 이 3가지 관문을 한 가지 홉으로만 표현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단가도 낮지 않다. 따라서 양조자와 한국의 수입업자에게 있어서 싱글홉 맥주는 굉장히 큰 리스크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싱글 홉의 유행은 2000년도 후반, 이상기후와 홉 품종의 질병으로 홉 수확량이 크게 줄어서 싱글홉이 맥주시장의 수면위로 올라왔다는 주장이 어느정도 통용되고 있다. 어쨌든 “싱글 홉”라는 이런 특이한 맥주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자칫 평이한 맛이기 쉬운 이 맥주의 단점이 음식과 페어링 하기에도 좋다고 알려져 이제는 맥주 애호가들이 공부하는 기분으로 마시며 평가하며 즐기는 맥주 중 하나가 되었다.

싱글 홉을 쓴 맥주들이 화려하고 다채롭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홉이 가진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것이 싱글 홉 IPA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에 이, “홉을 잘 다루는 장인(匠人)의 맥주”인 싱글홉 IPA가 가진 매력은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구입 가능한 싱글 홉 IPA

(스타일 분류의 특성상 페일에일도 포함)

1. 토플링 골리앗 수도수 (Toppling Goliath Pseudo Sue)

아이오와에 위치한 토플링 골리앗 브루어리에서 라임, 자몽등의 과일의 섬세한 향기가 특징으로 알려진 시트라 홉(Citra Hop)으로 만든 아메리칸 페일에일이다. “싱글 홉은 맛을 섬세하게 뽑아내기 힘들다”는 말을 완전히 뒤집어버린 명작으로 평가받으며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된 맥주다.

환상적인 밸런스를 가지고 있으며 쌉쌀한 맛이 부드럽고 음용성 좋은 질감 역시 인상적인 훌륭한 맥주다. Ratebeer.com 에서 오버롤 점수와 스타일 점수 모두 100점을 받은 제품이다.

2. 토플링 골리앗 폼페이 (Toppling Goliath Pompeii)

이 제품도 토플링 골리앗 브루어리에서 출시한 싱글홉 IPA이다.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의 폐허에서 발굴된 모자이크 바닥을 모티브로 만든 맥주라고 한다. 모자이크 문양처럼 다채롭게 맛과 향이 펼쳐진다는 모자이크 홉(Mosic Hop)은 많은 맥주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홉 중 하나이다. 전체적인 느낌이 딱히 모나지 않아서 널리 쓰이는 홉이다.

뽀얗게 혼탁한 외관과 열대과일 향이 인상적이다. 목넘김도 아주 부드러워 첫 잔으로 추천한다.

3. 니 딥 시트라 엑스트라 페일 에일 (Knee Deep Extra Pale Ale)

캘리포니아의 니 딥 브루어리(Knee Deep Brewery)에서 출시한, 시트라 홉(Citra Hop)으로 만든 싱글 홉 페일 에일이다. 강렬한 홉의 향이 특징인데 니 딥 브루어리(Knee Deep Brewery)에서는 “시트러스 폭탄(Citrus Bomb)”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말처럼 그래이프 프룻과 패션 프룻의 향이 매력적인 맥주로 평가받고 있다.

4. 니딥 슬로우모 (Knee Deep Slooow Mo IPA)

역시 니 딥 브루어리(Knee Deep Brewery)의 맥주이며 앞서 소개한 모자이크 홉(Mosaic Hop)으로 만든 IPA이며 가벼운 바디감을 갖고 있다. 잘 익은 열대과일의 아로마가 향기로운 IPA며 패션프룻의 풍미도 감지된다. 유투부에서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롤러 브레이드를 타는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신경외과 의사였던 동영상의 주인공이 퇴직후 소일거리 삼아 만든 영상이 유명세를 탄 것인데 슬로우모 IPA의 독특한 라벨은 그 동영상을 패러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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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IPA #싱글 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