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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2일 17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1월 12일 17시 25분 KST

복 비어(Bock Bier) 이야기 : “교황 성하, 이 훌륭한 맥주를 사순절 기간에 먹기에는 죄스럽습니다”

맥주 칼럼니스트가 들려주는 맥주 이야기

huffpost

다섯 번째 계절에 태어난 맥주, 복 비어

- 금육과 금식으로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사순절
- 사순절 기간에 유일하게 섭취할 수 있었던 액체빵, 맥주

카톨릭에서는 ‘다섯 번째 계절’이라고 지칭되는 엄격한 종교적 고난의 기간이 있다. 바로 카니발/파싱(사육제)와 사순절 기간이다. 같은 카톨릭 문화권이라고 해도 국가와 약간씩은 다르지만 수도원 안팎 할 것 없이 그리스도가 겪은수난에 동참하는 의미로 금육과 금식을 했으며 어찌보면 가혹한 이 성찰의 시간은 수 세기에 거쳐 엄격하게 지켜졌다. 사순절의 식사로는 저녁 전에 한 끼의 식사만이 허용되었으며, 물고기와 육고기는 물론 우유와 달걀까지도 금지되었다.

8세기 이후에는 이 규정은 많이 완화되어서 14세기에는 금식이 절식으로 바뀌었으며 15세기에는 정오에 식사를 하는 종교관습이 되었고, 저녁 시간에도 간단한 콜레이션(Collation)이 허용되었다.

이 혹독한 종교적 성찰은 수도원 밖에서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종교적 행위가 직업인 수도원 내부의 수도승과 수사들에게는 더욱더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유일하게 마실 수 있는 음식은 맥주였다. 예전에 트라피스트 에일에 대한 이야기에도 언급했듯이 수도승에게 맥주란 그리스도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매우 종교적이고 경건한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사순절 기간에 유일하게 섭취할 수 있는 ‘액체빵’ 이기도 했다.

독일의 ‘제 5계절’에 태어난 맥주, 복 비어(Bock Beir)를 소개한다.

북독일 아인베크(Einbeck)에서 탄생한 복 비어(Bock Bier)

- 14세기에는 이탈리아까지 진출한 맥주

- 강하고 힘찬 느낌의 풍미와 진한 도수를 가진 수도원 맥주

처음 복 비어를 양조했다고 알려진 곳은 북독일의 아인베크(Einbeck) 지방이다.
아인베크 지방의 맥주산업은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고 11세기부터 함부르크를 비롯한 여러 곳에 맥주를 공급했고 14세기에는 이탈리아에도 수출을 했다고 한다.

유통기간을 오래 하기 위해서 도수가 높고 질감이 끈적하게 감기며 질 좋은 이 맥주를 바이에른의 귀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인기를 얻는다. 그리고 16세기 부터는 바이에른 궁정에 정식으로 공급되기 시작한다.

복 비어(Bock Bier)라는 이름의 유래는 보통 두 가지가 있는데, 첫 째는 이 맥주가 생산되는 지방인 ‘아인베크‘라는 발음이 뮌헨의 사투리로 읽혀지다 보니 ‘아인복(Ainpock)‘으로 바뀌게 되고 결국 음절 자체가 줄어들어 ‘복(Bock)’이 되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도수가 높은 이 맥주가 가진 강하고 힘찬 이미지를 표현한, ‘숫 염소‘, ‘산양’이라는 의미를 가진 독일어 Bock을 그대로 따서 붙였다는 설이다. 실제로 복 비어(Bock Bier) 병들의 라벨을 보면 염소나 산양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중세 독일의 심장이었던 바이에른 궁정까지 진출한 아인베크의 이 맥주는 빌헬름 5세(1548-1626)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된다.

죄스러울 정도로 맛있는 맥주를 들고 교황에게 가다

- 빌헬름 5세에 뮌헨으로 옮긴 복 비어(Bock Bier)의 심장
- 사순절 기간에 먹기에 죄스러울 정도로 맛있는 맛이라 교황에게 들고 가

빌헬름 5세 공작은 아인베크에서 맥주를 가져다 먹을 것이 아니라 뮌헨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보기로 결심한다. 몇 번의 시도끝에 1591년에 훌륭한 퀄러티의 양조장을 완성시켰고, 그곳이 그 유명한 뮌헨의 명소 ‘호프브로이 하우스(Hofbrauhaus)’이다.

그리고 이 맥주들은 빌헬름 5세의 아들인 막시밀리안 1세는 뮌헨의 호프브로이 하우스에 아인벡의 양조마이스터를 불러들이게 되고 복 비어는 안정적인 비호 속에서 크게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 한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맛있고 영양 많은 맥주들을 먹으며 수도승들은 오히려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 맛있는 맥주를 사순절 기간에 먹어도 되는 것인지에 죄의식을 느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리스도가 겪은 고통과 수난에 동참하는 사순절 기간 아닌가.

그래서 뮌헨의 수도회에서는 맥주에 대한 의견을 교황에게 묻기로 합의한다. 하지만 아무리 저장성을 높이고 변질을 막기위해 고도수의 맥주라 하더라도 뮌헨에서 출발하여 로마까지 가는 길은 당연히 험난했을 것이고 당연히 맥주는 변질되었을 것이다.

교황은 그리스도의 고난 앞에 죄스러울 정도로 맛있다는 그 맥주를 먹어 보았고 당연히 맛은 최악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맛없는 맥주는 괜찮다.”며 교황은 승인했고 그 때부터는 교황의 승인 아래 공식적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종교개혁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도 등장했던 복 비어(Bock Bier)

맥주를 마시는 자는 곧바로 잠이 든다.

잠에 들어있는 동안에는 죄를 짓지 않는다.

죄를 짓지 않는 자는 천국에 들어간다.

그러므로 맥주를 마시자.

맥주를 좋아했기로 유명한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말이다.

작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어서 더 뜻깊은 일화인데, 종교개혁의 중심에 서 있던 돈을 내고 면죄부를 사면 죄를 사하여 준다는 부패된 종교에 대한 비판과 반박을 담은 ’95개조 반박문 (Martin Luther’s 95 Theses)’을 발표했고 종교의 근본을 뒤흔드는 논란속에 그는 1521년 4월 17일 보름스 제국회의(Reichstag zu Worms)에 심문을 위해 참석했다.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던 마틴 루터는 1리터 잔에 든 복 비어를 단 숨에 비운 뒤에 비장하게 의장을 향에 걸어나갔다고 알려졌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인 카를 5세는 그에게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라고 협박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그리고 그는 파문당함과 동시에 모든 권리를 빼앗겼다. 이 일화 때문에 복 비어에서는 심심치 않게 마틴 루터의 얼굴이 그려진 맥주 라벨을 볼 수 있다.

독일 맥주에서는 강한 힘이 느껴진다. 그 중에서 복 비어(Bock Bier)는 더더욱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부드럽지만 진한 질감은 산을 오르는 양처럼 끈질기고 굳은 이미지를 느껴지게 하고, 높은 도수는 강렬하고 힘찬 매력을 발산한다.

예전에 겨울을 대표하는 맥주로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소개한 적이 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가 겨울 밤의 난로 앞에서 먹는 달콤한 초콜릿향 가득한 맥주라면 이 복 비어(Bock Bier)는 야외 캠핑 가서 먹으면 최고일 듯한 거칠고 야생적인 매력의 맥주이다.

이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까운 대형마트에서 구해먹을 수 있는 복 비어(Bock Bier)들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복 비어(Bock Bier)

1. 파울라너 살바토르 (Pulaner Salvator)

앞서 이야기한, 교황과의 일화가 이 파울라너 살바토르라고 알려져 있다. 곡물의 고소한 향이 지나고 달짝한 향도 느껴진다. 향과 맛이 거의 비슷해서 맛 역시도 고소한 풍미가 나타난다.

2. 벨텐부르거 아쌈 복 (Weltenburger Asam Bock)

1050년에 설립된 벨텐브루거에서 양조되는 복 비어다. 은은한 홉의 향과 달달한 맥아풍미가 훌륭하다. 말린 과실의 향과 잘 어울리는 완성도 높은 복 비어.

3. 아잉거 셀레브레이터 도펠복 (Ayinger Celebrator Doppelbock)

탄산은 적은 편이고, 부드러운 질감이 인상적이다. 끝맛은 약간의 씁쓸함과 알코올의 풍미가 느껴져 강렬한 인상을 준다.

 

4. 슈나이더 탭 5 호펜바이세 (Schneider Weisse Tap 5 Hopfenweisse)

조밀조밀하고 풍성한 헤드가 인상적이다. 탁한 외관도 먹음직 스럽고 부드러운 꽃향기가 장점인 바이젠 복 스타일의 맥주. 탄산감도 풍성해서 기분 좋은 마우스필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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