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디아 페일 에일, 제국주의 위에 핀 향긋한 맥주꽃

'맥덕'이 들려주는 맥주 이야기

  • 김주현
  • 입력 2018.06.08 16:52
  • 수정 2018.06.08 16:53
ⓒhuffpost

‘쌉쌀한 맥주’, 이젠 한국 맥주시장의 중심에 서다

십여년전에 비해 정말로 다양한 스타일과 종류의 맥주가 한국에 진출했고 그 당시만해도 ‘신기한 맥주‘, ‘비싼 맥주’로만 치부되던 맥주들이 이제는 소비자들의 일상 안으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았다.

연간 3조원 규모까지 맥주시장은 팽창했고, 국내 대기업 맥주는 물론 벨기에의 AB인베브가 주도하는 대기업 수입맥주, 그리고 열정으로 똘똘 뭉친 수많은 국내외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수많은 스타일의 맥주를 펍에서, 가정에서, 대형마트에서 사서 즐기는 풍경은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제대로는 알지 못하는 맥주. 쌉쌀하고 멋진 그 맛을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지만 그 속에 담긴 더 깊고 멋진 이야기들을 페어링 삼아 더 향긋한 한 잔의 맥주를 즐기시길 바라는 마음에 세 번째 맥주 이야기를 IPA(인디아 페일 에일)로 열어본다.

IPA의 원주 격인 페일에일(PA)은 일명 ‘창백한 맥주’로 불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밝은 색상의 몰트 때문이다. 몰트는 맥주의 주된 원료로써 보리에 싹을 틔워 건조시킨 것으로 베이스 몰트(Base Malt)와 스페셜 몰트(Special Molt)로 나뉜다. 각 몰트는 특징적인 맛과 향으로 맥주들 고유의 스타일에 관여한다.

그 중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쓰이는 몰트를 베이스 몰트라고 칭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몰트 중 하나인 필스너 몰트(Pilsner Malt)가 페일에일을 만드는 주요한 원재료가 된다. 필스너 몰트는 색이 밝고 풍부한 풍미를 가진 몰트로 일반적으로 밝고 맑은 색상의 맥주를 빚는 데 주로 이용된다.

맥아를 햇볕에 말리는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맥주를 대량생산하기 어려웠다. 솥에 맥아를 넣고 굽거나 찌는 방식으로 맥아를 건조시키는 방법이 고안됐지만 균일한 불 조절이 어려워 맥아가 타는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몰트 제조방식의 고민을 거듭한 결과, 땔감 대신 석탄을 뭉쳐서 만든 코크를 연료로 사용하게 되었다. 불조절과 잡내까지 해결한 1642년이 돼서야 페일에일은 세상이 나오게 됐다. 

1784년, 동인도 회사의 주간지 “벵갈 가제트”는 이 페일에일을 이렇게 소개한다.

“ LIGHT AND EXELLENT”(가볍고 훌륭하다)

영국 동인도회사의 인도 식민지배 -  ‘페일에일’이 변화하기 시작하다

어리둥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국의 인도 식민지배가 맥주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대단히 큰 관련성이 있다.

영국은 프랑스와의 식민지 전쟁에서 승리한 18세기 중엽부터 인도의 식민 경영에 열을 올린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방직공장의 원료인 목화의 주요한 생산지인 인도는 상품생산을 위한 원료 수탈지로서 큰 몫을 차지하였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생산되는 물자들로 자급자족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있었으리라. 따라서 영국 본토인 동인도회사는 식민지배중인 인도에 주둔하는 영국 군인을 비롯한 주둔 인력에게 여러가지 물자를 보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기 전이였고, 아프리카 대륙을 돌고 돌아 인도 본토에 겨우 도착한 맥주는 그 상태가 당연히 좋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먹지 못할 정도로 상해 있었을 것이다.

배를 이용하여 인도로 도착한 물품들 중 “맥주”가 있었다.

그 당시 배를 통한 물자의 이동은 지금의 선박을 이용한 무역에 비해 비할 수 없이 오래 걸렸을 것이다. 영국 본토에서 출발한 물자가 인도로 도착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식재료를 비롯한 많은 물품들이 도착지인 인도에서는 상하고 변질되었는데 맥주야 말할것도 없었을 것이다. 적도의 뜨거운 햇볕에 끓으며 도착하는 동안 맛이 변질되는 맥주에 대한 대안인 시급했으리라 추정된다. 결국 영국의 동인도회사는 그 해결책을 찾는다.

동인도회사, 홉과 몰트를 많이 넣어서 식민지 인도로 보내다

홉(Hop)은 맥주의 쌉쌀한 맛, 즉 ‘쓴 맛’에 관여한다. 홉을 많이 넣을수록 쓴 맛이 많이 올라온다는 뜻이다. 그리고 몰트는 맥주의 단 맛과 당으로 발효되며 생기는 알코올 도수에 관여한다. 몰트를 많이 넣을 수록 맥주는 달아지고 그 알코올 도수는 올라간다는 뜻이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지면 부패나 변질에 강해진다. 40도가 넘는 위스키들이 보존이 간편한 이유도 그것이다. 그리고 홉은 그 특유의 방부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홉을 많이 넣고 몰트를 많이 넣으면 맥주의 보존력이 강해져서 안전하게(?) 인도까지 도달하기 쉽다는 결론이 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인디아 페일 에일이라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장르의 맥주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 내용은 비단 인디아 페일 에일에만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모든 맥주의 평가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IBU에 대한 소개는 매 칼럼마다 해야 옳으나 그 분량이 특집으로 소개하기에는 그리 길지 않고 그 내용또한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서 여기에서 짧게 소개를 하려한다.

IBU는 맥주의 ‘쓴 맛’을 나타내는 단위이다. Internation Bitterness Unit의 약자로 맥주 원료에 들어있는 홉(Hop)에 포함된 아이소휴몰론(Isohumolone)의 수치이다. 쉽게 말해, 얼마나 쓴지를 나타내는 척도가 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흔하게 먹는 라거타입의 달달한 맥주의 경우 IBU가 30~40이며 국내에서 흔하게 마실 수 있는 인디카(Indica) 맥주는 IBU가 50정도이다. IBU가 80을 넘어가면 쌉쌀함을 넘어 쓴 맛이라고 많이들 평가하며 100을 넘는 맥주는 어지간한 쓴맛 애호가들도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다.

IBU와 같이 맥주의 특징을 수치로 표현하는 기준은 몇 가지가 더 있다. 도수를 나타내는 ABV(Alcohol By Volume)와 SRM( Standard Reference Method)이 있는데, 이 세 가지의 기준은 맥주를 평가하는 모든 공적영역에서 쓰이는 기준이니 맥주 애호가들은 숙지하면 좋을 것 같다.

* Pairing TIP

쌉쌀한 맛이 일품인 인디아 페일 에일은 무엇과 같이 먹을까

1. 프라이드 치킨

기름기가 많고 자칫 느끼한 치킨은 인디아 페일 에일과 찰떡 궁합이다. 입 속 가득 퍼지는 튀김의 보드라움과 차갑고 쌉쌀한 인디아 페일 에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더 할 나위 없는 페어링이다. 치킨을 먹는 당신에게 인디아 페일 에일을 온 몸 바쳐 추천한다.

2. 구운 버섯요리

쌉쌀한 맛이 입 안에서 오래도록 머무는 인디아 페일 에일와 구운 버섯은 아주 좋은 친구이다. 인디아 페일 에일의 “쨍한 맛”과 버섯의 “은근히 입 속을 퍼지는 은은하고 두터운 질감의 풍미”는 서로를 보완하며 입 속에 꽃을 피울 것이다. 심지어 노릇하게 구운 버섯에 얹힌 보물같은 부재료들의 맛과 향은 식사보다도 더 의미있는 경험을 선물해 줄 것이다.

3. 참기름을 곁들인 죽

안믿거나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죽과 인디아 페일 에일는 훌륭한 궁합을 보여준다.

쪄서 삶고 끓인 곡물의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죽의 질감은 거칠고 저돌적인 인디아 페일 에일과 환상적인 궁합을 보여준다. 오래도록 맥주를 먹고 새벽께에 마지막 자리에서 해장술을 먹는 순간, 혹은 속이 불편한 가운데 기쁜일을 축하하는 인디아 페일 에일축배에 참기름을 곁든 죽을 페어링 해보자. 환상적인 궁합에 술자리의 즐거움은 배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맥주 #맥덕 #제국주의 #IPA #필스너 몰트 #페일에일 #인디아 페일 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