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발암물질 뿜는 침대가 위험한지 안전한지 여전히 모호하다

같은 발표를 두고 정반대 보도가 나왔다.

ⓒGabriela Tulian via Getty Images

지난 3일 SBS는 대진침대 7000여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 라돈(Rn)이 검출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라돈은 폐암 유발 물질이다. 이튿날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10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피폭량이 기준치 이하였다’고 보도했다. 반면 SBS는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같은 발표를 두고 정반대 보도가 나온 배경은 다음과 같다.

방사선 노출 정도를 평가하려면 크게 두 가지를 평가해야 한다. 방사성 물질의 ‘절대량‘과 절대량에 의한 ‘피폭량’이다.

우선 절대량.

원안위에 따르면 문제가 된 대진침대의 매트리스 속 커버에서 라돈과 토론이 각각 58.5 Bq/㎥, 624 Bq/㎥ 검출됐다. 환경부는 실내공기질 관리 기준은 ‘라돈 200 Bq/㎥’다.

라돈(Rn)의 동위원소는 수십 종인데 주요 핵종은 Rn-222(라돈)와 Rn-220(토론)이다. 원안위는 ”통상 ‘라돈’이라고 하면 Rn-222을 의미한다”라며 ”토론은 반감기가 짧아 피폭량이 적다. 현재 토론을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설명했다. 즉, 라돈 58.5 Bq/㎥와 환경부 라돈 기준치 200 Bq/㎥를 비교하는 게 맞는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원안위와 공동으로 조사에 참여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관계자는 ”라돈 침대 관련 보도는 잘못된 측정 방법 때문에 나온 오해”라며 “SBS가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라돈 아이’ 측정기를 잘못된 방법으로 측정하는 바람에 다른 방사성 물질도 라돈으로 인식해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SBS는 Rn-222(라돈)와 Rn-220(토론)을 합친 수치인 682.5 Bq/㎥를 환경부 라돈 기준치 200 Bq/㎥와 비교하고 있다.

검출된 양은 라돈 58.5, 토론 624 베크렐. 토론도 핵종의 붕괴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 기체로, 라돈의 한 종류입니다. 두 방사성 물질을 합치면 682.5 베크렐로 현재 유일한 라돈 관련 기준인 환경부의 실내 공기 질 권고치의 3배가 넘는 수준입니다. (SBS 5월11일)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 교수도 YTN과 한 전화인터뷰에서 전체 라돈 수치를 보려면 둘을 묶어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측정기는 두 종류가 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측정에 사용한 라드세븐과 (SBS가 사용한) 라돈아이다. 전자는 미국 제품이다. 라드세븐이 30% 정도 (라돈이) 덜 측정된다는 논문들이 있다. 라돈아이는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략) 라돈아이가 훨씬 더 전체 라돈을 보는 데 정확하다. 라돈·토론이라고 부르는데 토론도 라돈이다. 원소기호는 똑같이 라돈 Rn이다. 우리 순수기술 개발된 (라돈세븐에 대해) 자꾸 부정확하다는 의견들이 여기저기서 나와 안타깝다.” (YTN 5월11일)

절대량에 의한 피폭량 평가에서도 기준치가 없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피폭은 내부·외부피폭으로 나뉜다. 방사성폐기물 안전정보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체 외부에서 온 방사선으로 인한 피폭을 외부피폭이라 부른다. 방사성 핵종이 몸 안에 들어가서 영향을 끼치는 것을 내부피폭이라 한다.

그나마 외부피폭량은 기준치가 있다.

원안위는 매트리스 속커버를 몸에 밀착시킨 상태로 매일 10시간 동안 생활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외부피폭량을 평가했다. 이 경우 1년간 총 0.06 mSv만큼 노출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매일 24시간을 침대에서 생활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최대 외부피폭선량은 0.15 mSv로 예측됐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제15조에 따른 가공제품 안전기준 ‘연간 1 mSv 초과 금지’ 범위 내였다.

문제는 내부피폭량에 대한 안전기준치가 없다는 점이다. 원안위 조사 결과 매트리스 표면 위 2㎝ 지점에서 라돈과 토론에 의한 내부피폭선량은 연간 총 0.5 mSv 로 평가됐다.

원안위는 ”내부피폭의 영향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다. SBS에 따르면 원안위 관계자는 ”저희가 명확하게 안전하다, 아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가급적이면 (사용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 리콜이 있으면 리콜하시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안위는 “IAEA(국제원자력기구),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실내 공기 중 라돈 기준치로 10mSv를 권고하고 있다. 매트리스에서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라돈·토론의 농도값과 내부피폭선량이 급격히 감소했다”라고도 설명했다. 명확한 기준치는 없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뉘앙스다. 

YTN에 따르면 조승연 교수는 ”기준은 있는데 세세한 기준은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비슷하다”라며 ”침대는 전혀 예상치 못한 라돈 방출 공산품”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도 ”침대 같은 제품에 대한 라돈 방출 허용 기준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없다. 앞으로 비슷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1959년 창립해 가장 오래된 침대 회사인 대진침대는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대진침대는 지난 7일 홈페이지에 ‘언론 취재 과정에서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방출된다는 것을 알았다. 경위야 어찌되었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고 사과문을 올렸다. 제품 리콜도 시작했다. 

집단소송도 제기될 것 같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법무법인 태율의 김지예 변호사는 침대 사용자들의 위임장을 받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목표로 하는 보상 금액은 적게는 500만원, 많게는 3000만원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토론 #방사능 #라돈 #대진침대 #라돈침대 #원자력 #방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