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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유권자를 고려하지 않았다" 영국 BBC와 가디언이 두 대선 후보들의 '반페미니즘 백래시'를 꼬집었다

”여성들이 투표권이 없는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이재명 후보, 윤석열 후보 ⓒ뉴스1

외신들이 양당 위주로 진행된 우리나라의 선거운동을 살펴보았고, 공통된 결론을 내렸다.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가디언은 대선을 이틀 앞둔 7일 미투 운동과 함께 ‘소폭’ 상승한 여성들의 인권에 반발하는 남성들의 눈치를 보는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자의 모습을 꼬집으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남성 인권” 그룹을 지적했다.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군 면제를 비판하는 반페미니스트 그룹은 결국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을 공격한다는 예를 들며, 작년 도쿄 올림픽에서 숏컷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에서 수많은 공격을 받아야 했던 양궁 3관왕 안산 선수 또한 언급했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구성원들이 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여성혐오 정치 OUT' 팻말을 들고 있다.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 구성원들이 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여성혐오 정치 OUT' 팻말을 들고 있다. ⓒ뉴스1

캠프를 설립하고,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두 후보의 공약은 반페미니스트 남성들의 표심을 얻기에만 급급했다는 게 가디언의 평가다. 가디언은 이재명 후보가 선거운동 초반, 얼어붙은 고용시장과 물가 상승을 여성들의 인권 상승 탓으로 돌리는 남성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성차별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내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돌린 이 후보는 ”여성 안심 대통령이 되겠다” 선언하며 여성 유권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힘쓰는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을 캠프에 영입하며, 유튜브를 통해 대표적인 여성 커뮤니티 ’여성시대′에 인사를 전하는 등 윤석열 후보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 후보는 영상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구조적 차별과 더불어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는 젠더갈등을 부추기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힘들게 하는 정치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며 정치권에 만연했던 ‘여성 혐오’ 정치에 대해 ”저 역시 후보로서 많이 죄송하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고치겠습니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빵과 장미 전달받는 이재명 후보.
여성의 생존권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빵과 장미 전달받는 이재명 후보. ⓒ뉴스1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여성 인권을 위해 헌신해 오신 모든 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근 ”일부 정치권은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주장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 많은 국민께서 여성혐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성차별을 조장하는 윤 후보와 달리 여성혐오를 멈춰달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귀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한편 가디언은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는 여성가족부를 공격하고, 성범죄 허위고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윤석열 후보 또한 지적했다.  본 공약은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알리기 더 어려워질 뿐이라고 꼬집은 가디언은, 윤 후보는 ”남성 인권 옹호가”인 이준석 국민의당 대표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전했다. 이준석 당대표는 여성 고용할당제와 여성 친화 정책을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며 ‘복어의 독’에 비유한 바 있다.

가디언과 인터뷰한 27세 직장인은 ”여성들이 투표권이 없는 것처럼 취급받고 있다”며 ”정치인들은 젊은 층이 직면한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대신, 성차별에 집중하며 20대 남성들에게 그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여성들이 너무 많은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듯이 선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혐오 규탄 집회 옆의 반페미니즘 집회
여성혐오 규탄 집회 옆의 반페미니즘 집회 ⓒ뉴스1

BBC 또한 여성혐오가 이번 한국 대선의 중심이 되었다고 8일 밝혔다. BBC는 윤석열 캠프의 박민영 청년보좌역을 인터뷰하며 그가 “20대 남성 중 약 90%는 페미니즘을 지지하지 않는 반페미니스트”라고 전했음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페미니즘이 옳지 않은 길로 가고 있다”며 ”한국 남성은 18개월 동안 군에 복무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없고 희생만 있다. 강제로 1년 6개월 동안 군대에 있다 나오면, 이제 여성들과 경쟁해야 된다”고 전했다고. 그들에게 군 복무의 의무를 부과한 이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닌데, 화살은 엉뚱한 곳으로 향한 것이다. 

박민영은 이어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가 여성들에게 육아와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짐을 짊어주는 것은 맞지만, 남성 또한 경제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고. 여성들이 남성과 균등한 기회를 부여받아 경제생활을 하면 해당 부담이 덜어질 것은 예상하지 못한 듯한 발언이다.

윤석열, 이재명 후보
윤석열, 이재명 후보 ⓒ뉴스1

이에 BBC는 많은 한국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평등권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이 아닌, 그들의 일자리와 기회를 빼앗는 역차별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윤석열을 언급하며 여가부는 국내 예산 중 0.2%를 사용하고, 그 중 3%도 안 되는 금액만을 여성 평등 정책을 위해 사용했음을 짚었다. 

BBC와 가디언 모두 한국은 높은 경제 수준에 비해 여성인권이 턱없이 낮은 나라라는 사실을 전했다. 한국의 남녀 간 임금 격차는 32%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며,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5%에 그친다는 사실을 언급한 두 매체다. 

BBC 기자 로라 비커와 인터뷰한 익명의 한국 여성은 전한다. ”만약 이 혐오가 기성세대 사이에서 시작된 것이었다면, 우리 세대가 자리를 잡으면 언젠간 사회가 변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반페미니스트, 여성의 권리를 짓누르고 혐오감을 분출하는 이들은 우리 세대(2030 남성들)이다. 수십년 후의 밝은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다.”  

BBC는 말한다. ”이 반페미니즘적 백래시는, 향후 누가 청와대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맞서야 할 큰 문제다.”

 

문혜준 기자 :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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