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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팀들의 스프링캠프, 왜 오키나와일까

미국 LA나 하와이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감독들은 난색을 보인다.

ⓒ7maru via Getty Images
ⓒhuffpost

2016년 통계를 기준으로 일본 1·2군 13개 팀(순수 구단 수로는 9개, 일본 프로야구 구단 수는 총 12개), 한국 6개 프로야구팀이 오키나와 19개 구장에 흩어져 훈련을 했다. 2019시즌에는 SK, 삼성, 한화, KIA, LG, 롯데, 두산 등 7개 팀이 오키나와에서 캠프 내내 혹은 1차, 2차를 나누어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오키나와 류긴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스프링캠프 유치로 오키나와는 88억8000만엔(973억원)의 지역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야구단 훈련과 연습경기를 보기 위해 오키나와를 찾은 관광객도 31만9500명에 이르렀다. 국내 구단들도 경쟁적으로 오키나와 캠프 참관단을 모집하기도 한다. 오키나와는 캠프 관련 책자까지 별도로 만들어 팬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등 열성을 보인다.

오키나와는 구장이나 숙소, 음식, 기후 면에서 최적의 스프링캠프 장소로 꼽힌다. 미국 플로리다나 애리조나도 야구 전지훈련지로 손색이 없으나 2월 중순이면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돼 한국 구단들은 훈련장 대부분을 비워줘야만 한다. 구장 사용료도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 일부 감독은 ”미국에 오랜 기간 있으면 선수들이 지루해 한다”고도 했다. 선수들이 일본을 더 편해한다는 것이다.  

오키나와에 처음 스프링캠프를 차린 한국 프로 팀은 LG였다. LG 관계자는 “창단 뒤 주니치와 자매결연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오키나와로 캠프를 오게 됐다”라고 했다. 주니치는 1985년부터 오키나와에서 봄 캠프를 진행 중이다. 1992년 처음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LG는 중간에 장소를 바꾸기도 했으나 1997년부터는 이시카와 구장에서 줄곳 전지훈련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시카와 구장이 태풍 피해를 입으면서 호주에서 1차 캠프를 를 한다. 2차 때 오키나와로 건너갈 예정이나 훈련 시설이 얼마만큼 복구되느냐가 문제일 듯하다.  

SK는 2002년부터, 삼성은 2005년부터 오키나와에 둥지를 틀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당시 선동열 감독이 추진했고 마침 아카마 구장도 새로 생겨서 오키나와에서 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KIA 또한 선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2012년부터 오키나와와 연을 맺었다. 선동열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경험이 있던 터라 일본을 더 선호했던 경향이 있다.

키움(이전 넥센) 히어로즈는 오키나와 전용 훈련 야구장이 포화 상태라 2018시즌까지 오로지 연습경기만을 위해 오키나와에 머물렀다. 별도 훈련구장을 구하려고 해도 계약 가능한 구장이 없었다. 때문에 비라도 오면 하루를 그냥 공쳤다. 이런 이유로 히어로즈는 2019시즌에는 애리조나에만 머무르게 된다. NC, KT 등 연습경기 상대가 근처에 있어 가능한 결정이었다. 

오키나와 캠프의 가장 큰 매력은 일본 팀과 연습경기에 있다. 심재학 전 히어로즈 코치는 “미국에서 대학 팀과 연습경기를 할 때와 비교해 보면 일본 팀과 경기를 할 때 선수들의 긴장도나 집중도가 확실히 높았다. 한국 팀과 할 때보다 더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양상문 롯데 감독은 “국내 프로구단이 언제 일본 구단과 연습경기를 해보겠는가. 확실히 일본 구단과의 연습경기가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문제는 있다. 오키나와 훈련구장은 아주 낡았다. SK가 훈련하는 구시카와 구장은 1984년에 지어졌다. 2012년 보수공사를 했지만 그라운드 흙 사정은 여전히 좋지 않다. LG가 사용했던 이시카와 구장도 사정이 비슷하다. 1985년 지었는데 보조구장은 그냥 공터에 가깝다. 일본 구단이 한국 구단과 연습경기를 할 때 한국 팀 훈련구장이 아닌 그들의 홈구장에서만 치르는 것도 구장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나마 삼성이 쓰는 아카마 구장이 실내연습장 등을 갖춰 시설이 꽤 좋은 편이다. 

최근에는 오키나와 날씨가 좋지 않아 각 구단이 골머리를 앓는다. 비 오는 날이 잦고 섬이라는 특성상 바람이 거세다. 낮 기온은 15도 안팎을 유지하는데 바닷가에서 찬바람이라도 불어오면 속수무책이다. 이런 날은 몸 상태를 고려해 훈련을 일찍 접어야 한다. 야구 관계자들은 “2년 주기로 날씨가 안 좋은 것 같다”라고 말한다. 중국 관광객이 늘어 현지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도 고민이다. 야구 관계자들은 “음식값이 해마다 뛰고 있다”며 혀를 내두른다.

야구장 시설 낙후와 변덕스러운 날씨로 미국 LA나 하와이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감독들은 난색을 보인다. 예전 두산이나 한화가 하와이에서 훈련할 때 여러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3년 하와이 전지훈련 때 숙소에서 무단이탈한 J 선수가 현지 술집에서 교포 청년들과 시비가 붙어 결국 미국 법정에 서는 일도 있었다.

교민들이 많이 사는 LA는 선수단 통제가 더욱 어려울 수 있다. 한 감독은 “LA 등에서는 알음알음 친분을 쌓은 교포들이 숙소로 찾아와 선수를 데리고 나가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경우 구단의 통제 바깥에 놓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호주의 경우 날씨가 문제다. 호주는 최근 한낮 온도가 40도 안팎까지 치솟고 있다. 

구장 계약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 구단 관계자는 “미국 내 스프링캠프 연장을 고민해볼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오키나와 구장 재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 야구장 계약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한 해 빠지면 오키나와에 다시 들어오기 힘들 수도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오키나와와 한국 프로야구단의 ‘겨울 동거’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실질적인 이유다.

1888년 메이저리그 워싱턴 캐피털스는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3주간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야구의 역사》(조지 벡시 지음, 2007, 을유문화사)에는 “열네 명 선수 중 네 명만 술이 깨어있고 나머지는 고주망태였다. 매일 밤 싸움질을 일삼고 모든 집기들을 부수곤 했다”라고 스프링캠프 모습이 묘사돼 있다. 체력이 곧 돈과 연결되는 요즘 스프링캠프지에서 과음을 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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