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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에 기대 높아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존의 가족 제도 벗어난 다양한 삶의 방식 선택할 수 있을 것"

“기본소득이 있었다면 엄마는 이혼하지 않았을까?”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마흔 여섯인 여성 문아무개씨는 결혼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많은 성인이 그렇듯 문씨도 어릴 적 부모님의 부부싸움을 종종 목격했다. 그렇게 싸우면서 왜 이혼하지 않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어머니 대답은 명료했다. “너희 아버지 없이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키우니.” 그 시절 많은 여성이 그랬듯 문씨 어머니는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그런 문씨도 언제까지 혼자 살 수 있을까 가끔 고민한다. “자식이 없고 주변에 돌봐 줄 이가 없는 상태에서 나이를 먹을 때 내 삶은 과연 괜찮을까 여전히 물음표”라고 문씨는 말했다.

“엄마가 이혼하지 못한 이유, 내가 노후를 걱정하는 이유, 결국 핵심은 결혼제도 바깥에서 여성들의 삶이 안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별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생긴다면 기존 가족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원하는 삶의 방식을 택할 수 있을 것같다.”

신지혜 후보
신지혜 후보 ⓒ신지혜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문씨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기본소득당에 표를 던졌다. 문씨는 “많은 가정에서 남편은 돈을 벌고 아내는 육아를 하는데, 함께 낳은 아이에게 쓰는 돈조차 아내가 남편의 눈치를 보며 써야 하는 현실이다. 육아하는 주부들과 이야기했을 때 ‘난 기본소득이 생기면 이혼할 거야’하는 분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민에게 매달 25만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공약한 신지혜 기본소득당 후보는 2만3628표(0.48%)를 얻으며 5위에 그쳤다. 거대 양당 후보를 제외한 군소후보 중에서도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5만2107표, 1.07%), 여성의당 김진아 후보(3만3421표, 0.68%)에 뒤졌다. 신지혜 후보는 선거 뒤 “이번 선거 결과에 낙담하지 않겠다. 기본소득 정치, 성평등 정치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계신 시민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젊은층과 1인가구 비율이 높은 마포구(0.72%), 서대문구(0.67%), 은평구(0.65%), 관악구(0.64%) 등에서 전체 득표율(0.48%)보다 다소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표를 던진 시민에게 물어봤다. 윤아무개(24)씨는 20대 여성의 고용 불안이 극심한 한국사회에서 성평등과 기본소득은 함께 갈 과제라고 했다. “지금까진 좋은 일자리를 얻어 돈 벌며 살아가는 게 사회의 기본 모델이었는데, 이제 그럴 수 없는 세상이 왔다. 많은 20대 여성들은 취업하고 싶어도 취업이 되질 않는다. 안정된 일자리 진입은 어렵고, 취업이 쉬운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집에선 ‘넌 돈도 못 벌고 있냐’는 폭력적인 말을 들으며 버티는데 기본소득은 하루빨리 독립할 수 있는 최소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모든 이들에게 개별 지급하는 기본소득이 국가 사회안전망 시스템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다. 기본소득을 연구해온 박이은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연구원은 “가족 구조와 노동 구조가 겹겹이 여성에게 불리한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여성들이 가족관계를 통해서만 소득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 생애주기에서 새로운 기회와 출발선을 얻게 될 것이다. 다만, 당장 기대하는 만큼의 금액이 지급되기까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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