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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20일 17시 55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12월 20일 17시 55분 KST

프로야구선수들도 '아내 몰래' 비자금을 만든다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바이럴 :

월급 상여금 가리지 않고 고스란히 아내에게 가져다주고 따로 용돈을 받는 애처가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결혼한 코치들이나 선수들의 3분의 2 정도는 딴 주머니를 찬다고 해도 무방하다. | 원유

프로야구선수들은 ‘딴 주머니’를 어떻게 만들까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bernie_photo via Getty Images
huffpost

ㄱ선수는 몇 년 전 된통 혼쭐이 났다. 예비신부에게 월급통장을 맡기고 자신은 상여금 통장을 몰래 갖고 있었는데, 5월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에 상여금 내역이 그대로 찍혀버린 것이다. 액수가 적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는데, 포스트시즌 진출 등으로 제법 큰 목돈이 들어왔던 터라 예비신부에게 들키고 말았다. “원천징수 영수증이 잘못 찍힌 것”이라고 얼버무려 겨우겨우 무마했지만, 상여금 통장을 뺏길까 조마조마했던 순간이었다.

야구선수들은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까. 여느 직장인과 다르지 않다. 월급통장, 상여금 통장을 따로 개설한다. 물론, 월급 상여금 가리지 않고 고스란히 아내에게 가져다주고 따로 용돈을 받는 애처가도 있지만 극히 일부다. 결혼한 코치들이나 선수들의 3분의 2 정도는 딴 주머니를 찬다고 해도 무방하다. 수당으로만 용돈을 쓴다는 선수도 있다. 구단별 메리트가 허용되던 때에 ㄴ선수의 경우 수당으로만 한 달에 2000만원 가까이 받은 적이 있으니까 비자금 액수 또한 상당했을 터다.

아내들끼리 가깝게 지낼 경우에는 비자금 만들기가 수월치가 않은데, 이런 이유로 일부 선수들은 아내에게 입단속을 시키기도 한다. 자칫하면 남의 집 분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상여금 통장을 따로 만드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선수들은 구단에서 주는 상여금 외에 경기 수훈선수로 뽑혔을 때나 사인회에 나갔을 때, 혹은 그룹 행사에 불려 나갔을 때 몇십만원에서 500만원까지 가욋돈을 받는다. 구단, 구장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홈런존’ 등이 표기된 곳으로 홈런 타구를 날렸을 때는 최소 50만원에서 100만원의 상금을 받기도 한다. 이런 돈들을 적절히 통장에 배분해야만 들키지 않는다. 한 구단 경리직원은 “돈이 나올 때마다 다른 통장을 들고 와서 거기로 송금해 달라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정후(히어로즈)처럼 아버지(이종범)가 전직 야구선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19살의 나이로 고졸 신인 선수답지 않은 활약을 선보이면서 2017시즌 최우수신인 선수상을 받은 그는 당시 어머니로부터 한 달 70만원의 용돈을 받고 생활했다. “딴 주머니를 차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느냐?”라는 짓궂은 질문에 그의 답은 이랬다.

“엄마가 야구 선수 생활에 대해 너무 잘 아세요. 아빠도 그렇고요. 경기 수훈선수가 되면 얼마를 받는지, 혹은 캠프 때 간식 비용을 얼마를 받는지까지 세세하게 다 아니까 딴 주머니를 찰 수가 없어요.”

비자금이 든 통장은 보통 선수들이 늘 이용하는 구단 라커룸이나 차에 감춰두는 경우가 많다. 특히, 차는 트렁크 등 통장이나 돈을 숨길 곳이 꽤 많기 때문에 즐겨 애용한다. 한 선수는 비상금을 차 안에 감춰둔 것을 까먹고 있다가 1년 만에 발견한 웃지 못할 일화도 있었다. 이렇게 모인 비자금으로 선수들은 가족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등을 산다.

한 가지 더. 프로야구 감독·코치·선수를 비롯해 한국야구위원회 심판위원들은 월급을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만 받는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연봉을 더러 12개월로 나눠주는 곳도 있었으나 퇴직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10개월로 통일됐다. 월급이 안 나오는 12월, 1월에는 10개월 동안 따로 모아뒀던 돈으로 생활을 꾸리는데 그냥 저금을 따로 해두던가, 아니면 현명하게 12월, 1월에 맞춰 생활비 수준의 돈이 나오게 1년짜리 적금을 따로 붓기도 한다.

구단 프런트인 남편은 어떻냐고? 일반 회사원과 똑같다. 기업으로 치면 성적이 곧 실적이니까 포스트시즌에 올라가면 성과급 등을 받게 된다. 물론 이 또한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포스트시즌 배당금의 경우 선수단에게만 지급되기 때문에 A급 선수가 1억4000만원(정규리그,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의 경우, 2016년 기준)정도를 지급받는 경우도 있지만 구단 직원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참고로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SK는 21억8000여만원의 포스트시즌 배당금을 분배 받는다. 정규리그 우승 및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인 두산은 20억7600여만원, 플레이오프 탈락 팀인 넥센은 5억9300여만원, 준플레이오프 탈락 팀 한화는 3억8100여만원, 와일드카드 탈락 팀 기아는 1억2700여만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구단 프런트의 경우 이 배당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모그룹이 있다고 해도 야구단은 별도의 법인이기 때문에 임금체계 또한 많이 다르다. 남편의 경우 시즌 중에는 주말에 거의 못 쉬기 때문에 연월차 수당이 상당하기는 하다. 물론 구체적인 액수는 함구하고 비자금으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 또한 딴 주머니를 차고 있으니 그저 눈 감아 줄 뿐이다. 궁금하기는 해도.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