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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벌 한 지붕 두 가족, LG 트윈스 vs 두산 베어스

[신들의 전쟁, 세상을 뒤흔든 스포츠 라이벌⑧]

ⓒhuffpost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두 팀 팬들은 상대 팀 이름이 먼저 등장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잠실야구장을 함께 쓰는 ‘한 지붕 두 가족’이지만 라이벌을 넘어 ‘앙숙’이 된 지 오래다.

두 팀이 라이벌이 된 것은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의 전신 OB 베어스는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3년 후 연고지 서울 이전’을 약속받고 충청도를 연고지로 삼았다가 1985년에 서울로 올라왔다. 이때부터 원래 서울이 연고지였던 LG의 전신 MBC 청룡과 ‘서울 라이벌’이 됐다.

이를 두고도 두 팀 팬들 사이에서는 ‘역사 논쟁’이 치열하다. 두산팬들은 “원래 OB가 서울 연고로 정해졌는데 방송사인 MBC의 파워에 밀려 충청도로 내려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LG팬들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역사를 왜곡하지 마라”고 반박한다.

1985년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OB 베어스는 그해 1년 동안 동대문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다. MBC는 1982년 원년에 동대문구장을 홈으로 쓰다가 1983년부터 잠실구장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당시엔 “강북=OB, 강남=MBC”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다가 이듬해인 1986년부터 LG와 두산이 잠실구장을 함께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이 됐다.

LG팬들은 “2000년대 들어 두산이 LG보다 성적이 좀 좋다고 잠실구장 주인 행세를 하는데, 한 번 셋방은 영원한 셋방”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두산팬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코웃음을 친다. 

90년대 LG 전성기는 ‘주사위 던지기’에서 이긴 덕분 

두 구단의 자존심 대결은 굉장하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LG와 맞대결 할 때면 눈에 보일 만큼 선수들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LG 구단 관계자도 “두산과의 경기는 선수들 승부욕이 훨씬 더 강해진다”고 전한다.

두 팀이 한창 자존심 싸움을 벌일 때는 두산 구단에서 시즌 전에 선수들한테 “첫째는 우승이고, 둘째는 LG전 필승”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LG는 “1990년대 중반까지 두산을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 해태(KIA의 전신)나 삼성을 라이벌로 생각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다가 1998년 이후 두산과의 상대 전적에서 자꾸 밀리면서 자존심이 상했고, 그때부터 두산에 대한 라이벌 의식이 아주 강해졌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는 장외 승부가 치열했다. 신인 우선 지명을 위한 ‘운명의 주사위 던지기’가 그것이었다. 두 팀은 똑같이 서울을 연고지로 했기 때문에 주사위 2개를 던져 합친 숫자가 많은 팀이 서울 연고 선수 가운데 1차 지명권을 가졌다. 1990년대 초에는 유난히 거물 신인이 많았는데, 주사위만 던졌다 하면 늘 LG가 이겼다. LG는 덕분에 1991년 송구홍, 1992년 임선동, 1993년 이상훈, 1995년 심재학, 1996년 이정길을 잇따라 지명했다. 1994년에는 LG(유지현)와 두산(류택현)의 지명 선수가 달라 주사위를 던지지 않았다.

두산은 1998년에 딱 한 번 이겼는데 이마저도 이겼다기보다는 이때부터 순번제 지명으로 제도가 바뀌게 되자 김동주를 잡기 위해 1년 전인 1997년에 LG에 신인 지명권을 양보한 덕분이었다. 그런데 LG는 1997년 이병규를 지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1990년대 LG의 전성시대는 두산을 이긴 주사위 덕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LG는 2002년 준우승을 끝으로 기나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두산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밀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앞둔 2005년 5월 18일, LG 구단은 “두산한테 이길 때까지 두산전 홈경기에서 관중들을 무료 입장시키겠다”고 선언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LG는 2004년 8월 21일부터 이때까지 두산에 7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그런 결기에도 불구하고, 2005년 5월 20일 경기에서 두산에 1 대 5로 역전패를 했다. 두산전 8연패였다. LG 구단은 약속대로 다음 날인 5월 21일 경기에 관중들을 무료 입장시켰다. 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무료 입장 경기’가 펼쳐진 것이다.

이날 잠실구장은 기세가 오른 두산팬들과 약이 바짝 오른 LG팬들로 후끈 달아올랐다. 3만 관중이 1만 5천 명씩 양쪽으로 나뉘어져 3루 쪽은 흰색 막대풍선의 두산팬들로, 1루 쪽은 빨간색 막대풍선의 LG팬들로 가득 찼다. 야구장 왼쪽은 흰색, 오른쪽은 빨간색으로 장관을 이뤘다. 이날 경기는 결국 LG가 9 대 5로 이겼고, 무료 입장 이벤트는 한 경기로 끝이 났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도, 두산팬들은 “불쌍해서 져줬다”고 했고, LG팬들은 “핑계대지 마라”면서 인터넷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맞수 의식이 강하다 보니 두 팀은 서로 트레이드도 잘 하지 않는다. 맞트레이드는 33년 동안 딱 3번에 불과했다. 라이벌 팀끼리는 혹시나 트레이드를 잘못해서 상대팀 전력을 보강시켜주는 게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트레이드를 꺼린다.

두 팀 간 최초의 맞트레이드는 1990년 1월 22일 당시 OB의 재일동포 투수 최일언과 LG의 강타자 김상호를 맞바꾼 것인데, 두 팀 팬들에겐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또 2008년 6월 3일 두산의 투수 이재영, 발 빠른 왼손타자 김용의와 LG의 수비형 포수 이성열, 스위치 타자(좌우 타석 어디에서든 타격을 할 수 있는 타자) 최승환을 맞바꾼 2 대 2 트레이드가 있었다. 당시 LG는 선발과 불펜이 동시에 무너지면서 마운드 보강이 절실했고, 두산은 백업 포수가 필요했기에 실로 오랜만에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현금 트레이드나 웨이버 공시로 팀을 옮긴 경우도 많지 않은데, 최초의 사례는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결승 만루 홈런의 주인공인 MBC 이종도가 1985년 1월 16일 OB로 간 것이었다. 당시엔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이 그리 강하지 않을 때였다. 두산에서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경우는 1999년 1월 22일 류택현과 2013년 11월 30일 김선우가 있다. 류택현은 1994년부터 2014년 은퇴할 때까지 스물한 시즌을 뛰면서 122홀드(홀드는 자기 팀이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 다음 투수에게 리드하는 상황을 물려주고 강판한 투수에게 주어짐)를 기록했고,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역대 투수 최다 경기 출장 기록(901경기)을 가지고 있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김선우는 라이벌이자 친정팀인 두산을 상대로 2014년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판해 화제를 모았다.

두 팀은 개막전에서 10번이나 맞붙은 개막전 맞대결 단골이다. 1980년대에는 6번이나 개막전에서 맞붙을 만큼 자주 만났는데, 그 이후에는 2005년과 2006년, 2011년, 2013년에 만났다. 역대 개막전 상대 전적은 두산이 10전 9승 1패로 LG를 압도했다.

특히 1980년대 OB의 투수 장호연은 개막전에서 유난히 ‘서울 라이벌’ MBC(LG 포함)에 강했다. 그는 개막전에서만 MBC(LG 포함)를 상대로 5번 선발 등판해 무려 4승을 따냈고, 그중 완봉승 1번을 포함해 완투승이 2번이나 있었다. 공이 빠르지 않으면서도 능청스럽게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다고 해서 ‘짱꼴라’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는데, 라이벌 MBC(LG 포함)를 제물 삼아 ‘개막전의 사나이’라는 또 다른 별명이 붙기도 했다.

두 팀의 가장 최근 개막전 승부는 3년 전인 2014년 3월 26일 펼쳐졌다. 당시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와 LG 김선우가 선발 등판했는데, 두산이 호르헤 칸투의 역전 3점 홈런에 힘입어 5 대 4로 이겼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라이벌 대결은 언제나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LG 트 윈스 사진 제공.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라이벌 대결은 언제나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LG 트 윈스 사진 제공.

최근 9년간 맞대결 두산 77승, LG 75승으로 팽팽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6년 동안 두 팀의 상대 전적은 어떨까. 정규리그에서 36년 동안 667번 맞붙었고, 두산이 336승, LG가 304승으로 두산이 32번 더 이겼다. 무승부는 17번 있었다. 승률로 따지면 두산이 5할 2푼 5리, LG가 4할 7푼 5리로 근소한 차이다. 포스트시즌에서는 통산 15번 만나 두산이 8승 7패로 1번 더 이겼다.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모두 합하면 두산 기준으로 672전 344승 17무 311패다.

두 팀의 역대 맞대결은 1982~1989년(MBC-OB 시절), 1990~1997년(LG 우세 시기), 1998~2008년(두산 우세 시기), 2009~2017년(접전 시기) 등 크게 네 시기로 나눌 수 있다. MBC와 OB가 맞붙었던 1980년대에는 여덟 시즌 동안 OB가 77승 5무 70패로 약간 앞섰다. 그 뒤 LG가 MBC를 인수한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여덟 시즌 동안은 86승 5무 55패로 LG의 일방적인 우세였다. LG는 여덟 시즌 가운데 1993년(9승 9패 동률)을 빼곤 해마다 상대 전적에서 OB에 앞섰다.

그러나 1998년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두산은 2008년까지 열한 시즌 동안 127승 3무 73패로 LG를 철저히 제압했다. 열한 시즌 가운데 LG에게 우위를 내준 해는 2000년(LG 10승 9패)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 시즌도 사연이 있다. 두산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만한’ LG와 맞붙기 위해 막판 2경기를 일부러 져줬다. LG로서는 암흑기였던 셈이다. 공교롭게도 두산이 LG에 우위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OB에서 두산으로 이름을 바꾼 시기(1999년)와 거의 일치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열다섯 시즌 전적만 떼어놓고 보면 LG와 두산은 135승 7무 135패로 똑같다. LG의 두산 징크스도 이제는 벗어날 조짐을 보인다.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9시즌 전적은 77승 75패 2무로 두산이 2번 더 이겼다. 2009년과 2012년, 2014년엔 LG가, 2010년과 2011년, 2016년, 2017년엔 두산이 상대 전적에서 앞섰고, 2013년과 2015년엔 8승 8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LG는 상대 전적에서 뒤질 뿐만 아니라 정규리그 마지막 고비 때마다 두산에 번번이 발목이 잡혀 땅을 치곤 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1986년과 1995년이다. 1986년 시즌 때 전기리그 5위에 그쳤던 당시 OB가 후기리그에서 MBC를 불과 1경기 차로 제치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1995년에는 LG가 시즌 내내 정규리그 1위를 달렸지만, 시즌 막판까지 LG에 6경기나 뒤져 있던 OB가 반 경기 차로 뒤집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LG는 정규리그 3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 4패로 무너지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OB는 한국시리즈에서 롯데를 4승 3패로 제치고 1982년 원년 이후 통산 두 번째 정상을 맛봤다.

2013년에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났다. 막판까지 2위 경합을 벌이던 LG와 두산, 넥센 등 서울 연고 세 팀이 10월 5일 마지막 경기에서 순위가 결정될 판이었다. 2위가 가장 유력했던 팀은 넥센. 대전 원정경기에서 최하위 한화를 이기면 자력으로 2위가 되는 상황이었다. LG와 두산은 맞대결을 펼치고 있었지만 넥센이 한화에 져야만 맞대결에서 이기는 팀이 2위가 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과는 LG의 기적 같은 2위 등극이었다. 한화가 넥센을 2 대 1로 잡아줬고, 6회까지 0 대 2로 끌려가던 LG는 두산에 5 대 2로 역전승을 거뒀던 것이다.

역대 포스트시즌에서도 두 팀은 팽팽히 맞섰다. 1993년과 1998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LG가 잇따라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두산은 1998년 10월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7 대 6으로 앞서다가 9회 말 7 대 7 동점을 허용한 뒤 10회 말 2루수 에드가 캐세레스의 뼈아픈 실책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반면 2000년과 2013년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이 웃었다. 두산은 2000년 플레이오프 6차전에서 안경현의 동점 홈런과 심정수의 역전 홈런으로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만들며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2013년 플레이오프에서도 정규리그 4위 두산이 정규리그 2위 LG를 3승 1패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포스트시즌 역대 전적도 두산이 8승 7패로 2013년 역전에 성공했다.

명승부와 빈볼 시비 많았던 어린이날 3연전

두 팀은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보니 빈볼 시비도 잦았다. 특히 LG가 두산에 밀리기 시작한 1990년대 말에는 유난히 자주 충돌했다. 1998년 5월 7일 경기에서 LG 김동수가 OB 투수 류택현의 투구에 옆구리를 강타당했다. 그러자 김동수가 마운드로 뛰쳐나갔는데, 이때 쏜살같이 달려온 1루수 타이론 우즈에 의해 허리를 감긴 채 넘어졌다. 그라운드는 난장판이 됐고 이 과정에서 우즈는 LG 선수에게 스파이크로 엉덩이를 걷어차여 옷이 찢어지고 타박상을 입기도 했다.

2004년 7월 25일에는 LG 투수 서승화가 두산 장원진에게 빈볼을 던졌다가 집단 몸싸움이 벌어졌고, 2007년 5월 4일에는 LG 투수 봉중근이 두산 안경현에게 초구에 머리 쪽으로 위협구를 던졌다가 두 선수가 나란히 퇴장당한 일도 있었다.

가장 최근의 빈볼 사건은 2011년 10월 2일에 있었다. LG 투수 유원상이 두산 오재원에게 던진 공이 머리 뒤쪽으로 날아가면서 방망이에 직접 맞았다. 이에 흥분한 두 팀 선수가 뒤엉켰고, 양 팀 고참인 LG 이병규와 두산 김동주는 얼굴을 붉히면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두 팀은 어린이날 3연전을 많이 벌인다. 어린이날은 프로야구 대목이다. 따라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96년부터 2017년까지 두 시즌(1997, 2002년)만 빼곤 스무 차례나 어린이날 3연전을 일부러 두산과 LG 경기로 편성하고 있다. 빈볼 시비도 어린이날 3연전에서 많이 나왔을 만큼 두 팀 선수들은 어린이날 3연전에 유난히 승부욕이 강하다.

어린이날 역대 전적은 52번 맞붙어 두산이 32승, LG가 25승, 무승부 1번으로 두산이 7경기를 더 이겼다. ‘위닝시리즈(두 팀이 3일간 3경기를 치른 결과 2승한 팀을 위닝시리즈를 했다고 표현)’는 2017년까지 스무 차례의 어린이날 3연전 가운데 두산이 12번, LG가 7번이었다(2016년에는 1경기 우천 취소로 1승 1패).

어린이날에는 유난히 명승부도 많았다. 1998년 어린이날 경기에서 LG 임선동과 두산의 전신 OB 이경필이 선발로 맞붙었는데, LG 박종호가 연장전 만루에서 OB 투수 강병규를 상대로 끝내기 몸에 맞는 공으로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9년 어린이날에는 그해 OB에서 이름을 바꾼 두산이 9 대 9 동점에서 9회 말 LG 투수 차명석을 상대로 안경현 선수가 끝내기 홈런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어린이날 3연전 중에서도 아직도 팬들에게 회자되는 경기가 있다. 두산팬들에겐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극적인 역전승이었고, 반대로 LG팬들에겐 기억에서 영원히 지우고 싶은 악몽 같은 경기였다. 2000년 5월 7일, 두산은 9회 초 투아웃까지 5 대 10으로 뒤지다가, 이도형의 3타점 싹쓸이 2루타와 장원진의 적시타로 10 대 10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연장전 끝에 기어이 11 대 10으로 이겼다. 이 경기는 두산팬들 사이에 ‘5·7 대첩’이라는 이름의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나돌 정도다.

2001년 5월 6일 경기는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로 기록됐다. 연장 15회까지 두 팀이 3 대 3으로 비겼는데, 이 경기는 그 당시 프로야구 1경기 양 팀 최다 타석(127타석) 신기록과 1경기 양 팀 최다 투구(507개), 1경기 최장 시간(5시간 45분) 등 신기록을 세울 만큼 혈전이었다.

 

LG‐두산 ‘더그아웃 시리즈’ 볼 수 있을까

프로야구 36년 역사상 두산과 LG가 한국시리즈를 펼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1995년 정규리그에서 불과 반(0.5) 경기 차로 두산이 1위, LG가 2위를 차지하자, 팬들은 한국시리즈에서 ‘잠실 맞수’ 대결을 갈망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 LG가 롯데에게 지면서 ‘서울 라이벌’의 한국시리즈 격돌은 성사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56년 같은 뉴욕 연고의 뉴욕 양키스와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만나자 당시 뉴욕 시내를 통과하는 지하철을 타고 두 팀의 홈구장을 오갈 수 있다 해서 ‘지하철 시리즈’라고 불렀다. 2000년에는 아메리칸리그를 제패한 뉴욕 양키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 뉴욕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오르며 44년 만에 ‘지하철 시리즈’가 재현됐다.

만약 두산과 LG가 한국시리즈를 벌인다면 ‘더그아웃 시리즈’로 불릴지도 모른다. 잠실구장에서 모든 경기가 열리고 더그아웃만 서로 맞바꿀 뿐이기 때문이다. LG와 두산의 ‘더그아웃 시리즈’, 상상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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