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오페라극장 ‘그란 테아트레 델 리세우’가 코로나19로 폐쇄된 지 3개월이 훌쩍 지난 22일(현지시각) 다시 문을 열었다. 마침내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라이브 공연이 열린 것이다.
모든 건 예전과 같았다. 같은 것처럼 보였다.
우선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어김없이 흘러 나왔다.
″그란 테아트레 델 리세우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관객 및 연주자들을 위해 휴대전화 전원은 꺼주시고 사진 촬영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다른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할 수 있는 소음이 발생되지 않도록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조명이 켜졌고 곧 ‘유클리드 콰르텟(Euclid Quartet)’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현악 4중주곡 ‘국화(1890)’가 19세기에 세워진 이 유서 깊은 공연장에 울려퍼졌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연주자들은 공연 시작에 앞서, 그리고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2292개의 객석을 가득 메운 2292그루의 분재화초 ‘관객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따로 필요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공감을 확장할 수는 없을까? 자연을 이 훌륭한 극장 안으로 초대함으로써 예술과 음악으로 한 번 시작해보자.” 막스 에스트레야 갤러리, 큐레이터 블랑카 데 라 토레와 함께 공연을 기획한 아티스트 에우헤니오 암푸디아가 말했다. 어쩌면 예전과는 달라야 할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 많은 새가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정원과 바깥의 식물들도 더 빨리 자란다. 어쩌면 인간과 자연을 훨씬 더 친밀한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90일 전과 똑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한 시대의 종착점에 서있다. 어떤 패러다임들을 바꿔야만 한다는 얘기다.”
차분하게 공연을 지켜본 잎사귀 무성한 이 관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최전선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전달된다.
공연 실황은 아래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